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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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과격한 제목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제목부터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가 싶어서 펴든 책이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부제는 "한국사를 은폐하고 조작한 주류 역사학자들을 고발한다." 부제 또한 과격하다. 책의 논조는 더욱 과격하다. 책을 읽다 말고 여러번 책 앞날개에 실린 글쓴이 소개를 살펴보게 되는 책이었다. 글쓴이 이주한. "단채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 간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자 역사비평가로 활동 중"(책앞날개).

 

   책을 읽다보면 다른 책보다 좀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설렁설렁 읽어도 글쓴이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서 더러는 편하게 드러누워서 읽게 되는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엎드려 읽기 시작했다가 벌떡 일어나 책상에 정자세하고 읽었다. 오랫만에 밑줄까지 그으면서, 소화되지 않을까 싶어서 꼭꼭 씹어가며 읽었다. 책읽다가 몇번이나 글쓴이 소개 다시 보고, 책 읽다가 글쓴이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역사학자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그렇다고 결코 산만하게 읽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너무나 엄청난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되더란 말이지... 내가 책을 읽다가 글쓴이에 대한 소개를 여러번 다시 읽어본 것은, 이 분 이런 글 쓰고도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그러니까 이 책에서도 가끔 언급되고 있는 역사학자가 쓴) 책 도입부에서 그 책의 글쓴이는 "이러한 주제로 이런 인물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만류하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미 죽은지 몇백년 전의 인물에 대해서 쓰려고 하는데도 주위에서 그런 만류를 했던 것은, 그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인물이 현재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자칫 부정적으로 기술했다가는 많은 적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번에 읽었던 그 책도 그렇지만, 이 책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읽으면서 "역사"라는 게 얼마나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는 중요한 학문의 분야인지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내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역사, 그러니까 국사 교과서에 언급되어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 준 적 없다. 교과서에 실린 역사는 "사실"이므로 그대로를 암기 잘 해서 시험만 잘 치면 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글쓴이에 의하면 그건 나 같은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서 한국만큼 자국 역사를 소홀히 여기고, 의미나 흥미를 잃게 하고, 암기해야 할 지겨운 교과서 과목으로 전락시킨 나라도 없다."(p26). 그러니까 이건 우리나라 역사학의 뿌리에서부터 비롯된 문제?

 

   그런데 대학교에 와보니 우리 역사에는 수많은 "이견"들이 존재하며 "사실"이라고 암기해왔던 것들은 그 이견들 중에서 좀더 입김이 쎈 쪽 그러니까 주류학계의 주장일 뿐이더란 말이지. 내 문제의식은 거기까지였다. 핑계를 대자면 공부가 부족한 탓이 가장 클테고, 내 앞에 놓인 현실에 목졸려서 한국사학계에 존재하는 그 많은 논쟁들을 감히 깊이있게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조차 못해봤다. "그렇구나." 정도에 그쳤던 부분인데 글쓴이는 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할 얘기가 많다고 이 책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 선전포고의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주류"들... 그 주류들이 누구냐 하면 이병도를 시작으로 이기백, 노태돈, 송호정으로 맥을 이어오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출신들의 역사학자들. 글쓴이에 의하면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지금 현실은 첫단추부터 잘못 잠근 상태라는 것. 일제의 식민사관을 만들었던 쓰다소키치, 이케우치 히로시 같은 일본인 사학자들을 스승으로 둔 이병도가 한국역사학계의 주류가 되면서 일제의 식민사관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엄청난 이야기들이라 내 역량으로 이 책의 내용을 오해의 소지없이 정리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내가 이해한 범위내에서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주류 사학자들고조선과 단군을 부정, 왜곡하고 한반도의 역사는 위만이라는 "이민족"의 침입에 의한 선진문물의 도입으로 우리의 역사가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식민사관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늘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도 이 부분이다. 현행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통해서는 단군신화 이후의 고조선에 대한 역사는 너무나 빈약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무제에 의한 한사군의 설치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고, 철기시대의 국가들(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뜬금없이 등장하다가 다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전개로 넘어가고 만다. 그 시간의 연결고리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글쓴이의 문제제기 또한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고조선의 영역이나 한4군의 위치비정에 관한 문제, 그리고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둘러싼 논쟁들을 제대로 풀어내어야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 서술이 가능할 것 같다. 또한 글쓴이는 현재 주류 역사학자들의 논리는 일본의 식민사관이나 임나일본부설,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제대로 맞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왜곡된 주장들을 지지 내지는 뒷받침해준다."아무도 식민사학자라고 자칭하지 않지만 한국 주류 사학은 여전히 식민사학이다."(p117).

 

   나는, 아직 공부가 거의 되지 않은 터라 이 책에서 말하는 논쟁들의 많은 부분에 대해 어느 쪽을 편들 수(? 표현이 좀 이상하다만) 없다. 부끄럽다. 심정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맞는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아는 것과 연결을 시켜보기에는 아직까지 모르는 게 너무 많으므로.... 좀더 역사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선은 책을 덮어둔다. 앞으로 역사책을 읽을 때 좀더 따져보면서 읽게 될 것 같다.

 

    "역사는 해석이 다양할수록 진실에 가깝게 다가선다."(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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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정체성 -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박석희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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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한 권 읽었다.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은 조선의 정체성"이라는... 제목이 제법 길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에서 도드라지는 부분은 "조선의 정체성"이다. 앞에 붙은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이라는 부분은 이 책을 펴든 사람들 누구에게나 그저 수식어 쯤으로 보일 법하다. 책의 디자인이나 제목의 전체적인 늬앙스가 그렇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펴들면서 "역사책"을 기대했다.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역사"이기도 하지만  "조선의 정체성"이라는 제목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책은 다루고 있는 내용의 성격상 분류를 해보자면 역사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역사 에세이 혹은 경복궁의 문화관광 안내서 혹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 경복궁 문화관광에 대한 소견이나 발전방향 등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중반부까지를 읽으면서 내가 이 책에다 붙여본 제목은 "경복궁 답사 전에 알고 가야할 것들"이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세계 최초"를 주장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의 나열,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글쓴이의 경복궁 관람에 대한 정책 방향의 제시다. 재미있게 읽었고,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해 준 면에서는 유익한 책이었지만 내 기대의 방향과는 많이 다른 책이기도 했다.

 

 

   글쓴이 박석희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책앞날개)고 한다. 처음에는 관광분야의 교수님이 역사책을 썼구나, 독특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그것은 내가 제목만으로 이 책을 역사책이라고 판단한데서 비롯된 오해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복궁을 어떻게 "관광"해야 제대로 보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랄까. 경복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간략한 조선의 역사 이야기, 주로는 세종의 흔적들을 찾아내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경복궁 복원 과정의 세세한 문제점들과 글쓴이가 생각한 방향의 보완점들을 제시하고 있는 그런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경복궁 답사 해설서 같은 책이라 해야 할 법도 하다.

   글쓴이는 최근에 나온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을 재미있게 시청한 모양이다. 글의 여러 곳에서 "대장금"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대풍수"등의 사극에 나온 대사와 인물의 생각들을 그대로 인용하여 세종의 사상과 경복궁의 곳곳을 설명하고 있다. 글쓴이가 언급한 사극을 한편도 시청하지 못한 나로서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독자의 흥미를 위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인용한 것 같으나 글쎄다. 한글 창제와 관련된 세종의 고민과 관련된 부분 등이 책에서는 드라마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드라마에 나온 대사들을 역사적인 사실로 대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부분이라 아쉬웠다. 실록에서도 충분히 역사적인 근거를 찾아 이야기할 수 있었을 부분일텐데 말이다.

 

   지방에 사는 터라 경복궁을 가볼 일이 흔하지 않다. 이 책에는 경복궁 곳곳의 사진들이 컬러판으로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다. 몇해 전에 가본 경복궁을 떠올리며,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며 글쓴이와 함께 경복궁 구석구석을 따라다니며 경복궁을 제대로 보는 방법, 경복궁에 숨겨진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해설가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 곳곳에는 지금도 복원중인 경복궁의 잘못된 복원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글쓴이가 제시하는 복원의 방향에 대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고...

 

   경복궁을 둘러보기 전에 미리 읽어본다면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답사 안내서 겸 경복궁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관광전문가의 에세이 같은 책이다. 사족을 한마디 붙여본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이 책의 제목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책 제목만 보고서는 이 책을 누구나 역사책의 방향에서 접근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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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김경록 외 지음, 한성환 엮음 / 꿈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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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의 자격"이라는 부분만 도드라져 보이길래, 이 책 역시도 선거철을 겨냥한 그저그런 책이겠거니 했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책이 아닌가도 싶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자격"앞에 붙은 수식어 "역사에서 찾는"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펴게 했다. "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이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더군다나 평소 다른 분야보다 역사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시의적절한 유혹'이다 싶었다.

 

   [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은 OBS 특별기획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사실 OBS는 낯선 방송국이다. 케이블 방송국인지 종합편성채널인지, 하여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잡히지 않는 채널이라 전혀 몰랐던 방송이다. 올해 초였던가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라는 책을 통해 OBS라는 방송국도, 그리고 그 방송국에서 방송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프로그램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책에서 다룬 내용이 재미있어서 방송국 홈페이지를 찾고 다시보기를 통해서 방송을 봤는데 꽤 재미있는 형식의 역사프로그램이었고, 역사공부에도 꽤나 도움이 되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을 만나니 반갑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모두 8명이다. 선덕여왕, 왕건, 정도전, 세종, 조광조, 영조, 정조, 김구.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힌 것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성향이나 개인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른 8명의 인물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본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각각의 8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모두 다르다는 점도 있다. 글쓴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가 역사 전문가들이다. 몇몇 이름은 눈에 익다 싶어서 글쓴이들의 약력을 살펴보니 내가 예전에 읽었던 역사책들을 쓴 분들이 상당수. 8명의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우리 역사의 걸출한 인물들을 한권의 책에서 만나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인 듯하다. 가장 관심이 갔던 인물은 김구였다. 다른 인물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그야말로 "역사"속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은 인물이지만, 김구 선생은 현재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한번 그 삶을 들여다봐야 할 인물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일제식민지하의 상황을 역사책을 통해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볼 때, 친일파를 욕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그 상황에 놓아둔다면 나는 감히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내게 가해질 위험이, 내 가족에게 돌아올 보복이 두렵다. 나는 겨우 내 가족 정도의 안위만을 걱정하는데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김구 선생은 우리 민족의 안위를 걱정했다. 생각의 폭이 다른 거다. 이런 게 나 같은 소시민과 지도자를 구분해 주는 "자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치열한 시대를 살다간 8명의 우리 지도자. 곧 다가올 선거에서 뽑힐 사람이, "지도자의 자격"을 지닌,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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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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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말이 쉬워 소신대로 살겠노라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잘 안다. 내 신념에 맞지 않더라도 적당히 세상에 아부하고 굽히고, 그러고 살 일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적당히" 사는 것을 삶의 지혜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이 책 속에 있었다. 역사가 이덕일의 책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권을 읽었다. 사실, 내게 이덕일이라는 역사가는 좀 특별한 사람이다. 나로 하여금 역사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렵고 낯선 분야가 아니라는 것도, 역사를 한쪽 방향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의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으니. 그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예전부터 한번 읽어봐야지 싶던 책인데 어영부영하다 이제야 펴들게 되었다. "다산 탄생 25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이니 더욱 잘 되었다 싶기도 하다.

 

  사실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정약용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내가 정약용에 대해 "아는 것"은 그의 업적들이다. 거중기. 실학의 집대성자. 목민심서. 경세유표. 같은... 그런데 안다고 말하기 참 부끄러운 것은 그와 관련된 단어의 나열일 뿐, 정약용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책은 정약용 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들"을 제목에 내세우고 있으니 만큼 정약용 뿐만 아니라 그 형제들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책이었다.

 

  내가 읽은 1권은 정약용의 젊은 시절 그가 한때 관심을 가졌었던 천주교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도세자의 아들로서의 정조에 관한 이야기가 큰 줄기이다. 유학이 아니라 유교라는 종교가 지배하는 조선 사회에서 천주교라는 이단을 한때나마 믿은 "죄"를 저지른 정약용과 그 주변인물들에 대해 가해지는 탄압. 조선이라는 사회는, 유교가 국교가 된 조선이라는 나라는 다른 사상을 포용할 줄 모르 경직된 사회였다. 글쓴이는 1권의 부제를 "시대가 만든 운명"이라고 붙이고 있다. 나는 정약용과 그들을 "시대와 불화했던" 인물들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또 한명의 "시대와 불화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이덕일이다. 조선시대를 다룬 다른 역사책에서 이토록 줄기차게 서인정권과 그들의 경직성과 독선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덕일이라는 역사가는 주류의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끊임없이 견지하고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가 비주류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내가 읽은 역사서의 범주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정약용은 당시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였다. 하지만 그를 알아주는 군주 정조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글쓴이가 이 책의 부제를 "시대가 만든 운명"이라고 붙인 데에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와 정약용의 연결고리를 말하고자 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간이 들었다. 정약용은 사도세자가 처참한 죽음을 당하던 해인 임오년에 태어났단다. 글쓴이는 이 책의 상당부분을 사도세자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인 대립을,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정조의 눈물겨운 투쟁을 이야기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 죽음은 사도세자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정치적인 문제들과도 그리고 정약용의 삶과도 관계된 것이었기에...

 

    1권에서는 아쉽게도 "그의 형제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있다. 천주교와 관련되어 박해를 받은 정도의 사실 정도만이 언급되어 있을 뿐... 1권의 주인공이 정약용과 정조였다면, 2권의 주인공은 정약용의 형제들이 되려나...2권을 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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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이야기 - 명화와 함께 미적 감각과 학습 능력이 쑥쑥 세계의 신화와 문명 1
그레그 베일리 외 지음, 원재훈 옮김 / 비주얼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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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보는 신화.

 

  요즘 나오는 어린이책을 접할 때면 더러, 나도 조금만 늦게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요즘 태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많은 책을 접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시절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는 근본적인 무지함, 그러니까 영원히 채워질 것 같지 않은 무식함의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차이이기도 하고, 창의력의 차이이기도 하며 때로는 사고의 크기 차이로 불쑥불쑥 드러나는 내 무식함이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제우스이야기]는 우선 어린이를 주독자층으로 설정한 책이다. 하지만 어른인 내가 굳이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펴든 이유는 앞서 말한 나의 근본적인 무식함 같은 것을 혹여라도 채워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것 때문이다. 제우스를 몰라서 책을 펴든 것은 아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간혹 주워듣기도 하였거니와 더러는 책을 통해서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우선 "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A4용지보다도 더 큰 판본의 이 책에는 매 쪽마다 신화와 관련된 명화들이 그려져 있다. 신화를 이렇게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접하고 그것을 통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갖는 엄청난 매력이리라. 어린 시절에 각인된 이런 그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늘 신화와 함께 떠오를 것이다. 조카들이 놀러오면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보는 즐거움과 아울러 신화를 "읽는" 즐거움이 또한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은, 제목 그대로 올림푸스의 최고 신 제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제우스의 출생과 그 아버지 크로노스와의 적대적인 관계, 그리고 거인족인 타이탄들과의 전쟁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후에는 제우스가 벌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알쏭달송, 여기서 잠깐! 척척바가 엄마와 함께"라는 코너가 간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신화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 등에 대한 언급까지 곁들어져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공부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부분이다.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할 책이다. [제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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