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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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사유.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교육사유. "p의 변화".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언제든지 무슨 이야기든 해도 좋다고 해도 반응이 없었다. 말하자면 그 학급 서른 다섯 명 아이 중 p는 투명인간이었다."(p153) 그랬던 p가, 대화의 계기조차 만들기 힘들게 했던 p가, 교사의 '나는 너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p154)는 신호를 통해 달라졌다. 표정이 밝아지고 의사표현도 더러는 하고, 더군다나 글쓴이가 글을 쓴 그 날은, p가  글쓴이(교사)의 어깨를 정성스럽게 안마까지 해 주고 갔다. "교실 밖으로 나가다 뒤를 돌아보며 p를 보고 웃었다. p도 웃었다."(p155)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교육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장면 중에서 그 어느 장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랴!

   왜 이 글 끝에서 피식하고 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p의 변화는 오로지 글쓴이의 노력 덕분일까? "나는 너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는 그 하나의 메시지가 p를 저토록 변화시킨 것일까? 이 책의 다섯번째 주제는 학생이다. 그 첫번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 짤막한 글의 제목이 "p의 변화"이고, 앞서 내가 던졌던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을 통해서만 살펴봤을 때는 "그렇다."이다. 그러니까 글쓴이는, 아무리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도 교사의 애정어린 관심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적어도 이 글만 읽어보자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물론 너에게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는 교사의 메시지가 일부 작용은 했겠으나 p의 가정환경이나 혹은 개인적인 사정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학생에게 있어 학교생활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그리고 교사의 관심으로 학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미 가정과 사회에서 굳어져버린 학생 개인의 인성은, 일주일에 많아야 서너시간 수업시간에 만나는 교사의 관심만으로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좀 전에 언급한 'p의 변화'라는 제목의 소주제에 앞서 있는 150여쪽까지의 글은, 글쓴이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하며, 때론 고개를 주억거려가면서 읽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장은 솔직히 건성으로 넘겼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글쓴이 함영기는 중학교에서는 수학교사로, "대학에서는 예비교사들을 가르치고 있다."(책앞날개). 이 책 [교육사유]는 글쓴이가 교육현장에서 몸소 체험하며 생각한 바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대한 단상을 9개의 주제로 나누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책이다. 과도한 업무에 치여 교사로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수업을 오히려 등한시해야 하는 상황,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상여금 지급 등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매년 똑같이 되풀이 되는 소모적 업무에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p66)는 글쓴이의 말에도 동의한다. "막상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사들은 폭주하는 업무 때문에 아이들과 나눠야 할 귀중한 시간을 놓치고 만다."(p66)는 말에도 역시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의 인격적인 만남과 수업인데, 글쓴이는 그렇게 소비해야 할 시간을 교사들이 각종 쓸데없는 문서를 처리하느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글쓴이가 지적하지 않은 문제 하나를 지적해보고 싶다. 교사 수를 현실화하면 어떨까. 이 책에서 느껴지는 각종 "문서", "업무"에 대한 글쓴이의 태도는 대부분이 쓰잘데기 없는 것인데 그걸 처리하느라 교사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더러는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업무들도 있지만 그건 소수가 아닐까.  교사에게 좋은 책을 읽을 시간, 학생을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시간,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수를 현실화해서 그 업무를 나누어 처리하는 것은 어떨까? 끊임없이 임용시험만을 준비하고 있는 교원자격증 소지자들에 대한 문제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고, 기존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업무들을 나눠서 효율성 있게 처리하는 건 어떨까? 교육현장에서의 쓸데없는 연수니 워크샵, 정규수업만으로도 힘든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보충수업 따위에 낭비되는 예산만 잘 아껴도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 교사 수를 늘리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좀 어렵다. 그리고 교육, 학교에 대해 글쓴이만큼 모르는 내가 글쓴이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더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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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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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배웠다. 국사 교과서에 서술된 것들은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국사교과서에 나오는대로 살아왔고, 국사교과서는 그것을 사실대로 고스란히 실어놓았다. 그러니까 역사는 국사교과서 그대로 이해하고 "믿고" "외우면 되는 그런 과목"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한번도 의심해 본 적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통설은 이러하나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다."고 이야기하신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지... 그때부터 어려워졌다. 아. 내가 지금껏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구나.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구나.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구나...

 

   최근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켠에서는 국정교과서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학창시절처럼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그저 외우기에 급급한, 사고하지 않는 학생들을 많아질까봐 걱정이 된다.  교육방송의 지식채널e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참 신선했다. 아주 다양한 주제를 5분 안팎의 짧은 영상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기며 전달하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성우의 멘트가 들어가지 않은 다큐는 그 5분동안 시청자의 눈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역사채널e 역시도 그렇다. 특히 역사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현실감있게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채널e는 현장감 있는 자료화면과 짜임으로 생생한 역사를 체험하도록 한다.

 

   [역사e]2권을 읽었다. 프롤로그를, [박시백와 조선왕조실록]을 쓴 박시백 화백이 썼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역사채널e에서 방송한 것들을 주제별로 묶었다. 평소 관심이 있어 챙겨본다고 봤는데, 내가 보지 못한 방송분도 실려있다. 음. 역사채널e프로그램은 방송프로그램으로서의 매력이 있고 이 책 [역사e]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방송프로그램이 간결한 메시지의 전달이 위주라면 그것을 글로 엮어낸 이 책은 방송 보면서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2부의 6번째 주제 "그들만의 영웅"에서 이야기하는 야스쿠니신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왜 문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했다.

   1부 "세상에 버릴 사람, 아무도 없다."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특히 조선시대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7번째 주제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가 인상적이었다. 희망을 접게 되는 세태 속에서 위로가 되는 역사적 사례를 찾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청나라로 파견할 외교특사로 영조가 이덕수를 선임했다. 그러자 사헌부가 귀가 어두워서 외교특사로는 적절치 않다고 반대의 뜻을 임금에게 전했다. 그러자 영조가 이렇게 말했다. "중국어에 관해서는 모두 귀머거리 아닌가. 어찌 이것이 병폐가 될 것인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자연스레 그들과 어울려서 살았던 조선의 사회모습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사 박에스더의 삶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별이란 뜻의 이름처럼 그렇게 하나의 별이"(p75)된 때의 그녀 나이가 34세였단다. 그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숙연해진다. "그녀는 날마다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배우게 한다."(p75)고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로제타 홀이 일기에 썼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매일매일을 새롭게 새롭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좋은 책이다. 박제화된 암기해야 될 지식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반성하고 각오하게끔 하는 역사의 단면과 인물을 보여주고 있는.. 역사채널e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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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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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가 나를 자꾸만 잡아끄는 듯 했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라. 제목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랄까. 책을 들고만 있는 것으로도 지식욕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좋게 말하자면 지적인 욕구를, 좀 나쁘게 말하자면 지적 허영을 마구 충족시켜줄 것 같은 제목의 책? 그러고 보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책의 제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들었다. 온라인 상에서 이 책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첫인상은 "재미있어 보이는데...?!"였으나 오프라인 상에서 실제로 이 책을 손에 쥐고서는 약간 막막했다. 책이 내 예상보다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책 가격도 만만찮다. 그저 "재미"만 추구하면서 누워서 읽을만한 무게의 책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 책의 무게 때문에라도 앉아서 밑줄 그어가며 정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생각에 한 몫 더 보탠 것은 책 앞날개에 실린 글쓴이에 대한 소개.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비스듬히 누워서 책을 펼쳤다가 자세 고쳐서 바로 앉아서 읽기 시작!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책"은 무척 매력적인 주제이고 책이리라.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부끄러운 수준으로 전락해버렸지만 몇해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어디 가서 "책 좋아한다."는 말을 그다지 쑥스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었으니, 이 책은 나에게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책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더군다나 다른 분야보다는 역사라는 주제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내게 "조선시대의 책"과 지식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책을 처음 손에 잡고 느꼈던 중압감에 비해서 책은 의외로 쉽게 읽혔다. 그리고 술술 읽혔다. 깔끔한 서술과 내가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다소 낯선 문장 구사의 신선함이 책장을 잘 넘겨주었다. 예를 들자면 18쪽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지식의 전파와 유통에 일대 혁명을 일으켜 서양의 근대를 견인했던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는다."는 문장. 무식한 고백일지 모르겠으나 "췌언"이라는 낱말이 낯설어 국어사전, 한자사전을 펼쳐보게 되었다.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쓴이의 문장에서도 나의 무식함을 채워주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 책은 조선시대 책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책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지 책값이 얼마였고, 책이 어떻게 유통이 되었는지 등. 조선시대의 책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글쓴이는 고려시대의 책과 관련한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는데,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적어서 그 자세한 면을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게 여겨졌다. 조선시대 책과 그 출판의 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기록이 남겨져 있고 글쓴이를 통해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여러 책에 대한 사진, 금속활자와 조판을 복원한 모습이라든지 인쇄과정을 재현하는 모습 등에 대한 것 등 사진자료가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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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여인들 - 역사의 급류에 휩쓸린 동아시아 여성들의 수난사
야마자키 도모코 지음, 김경원 옮김 / 다사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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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글로 쓰면 책으로 몇 권이 될꺼다..."는 말을, 나보다 앞서 살아오신 분들한테서 듣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파란만장하고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나 지금 사회생활에서 은퇴하고 계신 분들이 당신들의 삶을 더욱이나 소설 몇 권짜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우리 근현대사의 큰 흐름과도 관련있는 부분이다.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역사의 흐름이 그들의 삶을 요동치게 만든 경우가 많으므로..

 

  [경계에 선 여인들]이란 책을 읽었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가십거리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특이한 삶의 이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미리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생각했던 것에 반성한다. 처음의 내 생각이 죄송하다 싶을 정도로 처절하고도 특이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실려 있어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찡했다. 글쓴이는 "야마자키 도모코". 1932년생. "연극공부를 하다가 사귄 도쿄대학 대학원생 김광택과 사실혼을 맺었으나"(책앞날개) 이후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헤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여성연구가이다.

 

   책의 부제는 "역사의 급류에 휩쓸린 동아시아 여성들의 수난사"이다. 전체 7개의 장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수난"으로 만든 그 "역사의 급류"는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이다.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의해 너무나 극적인 삶을 살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 1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두 개의 인신공양 결혼 - 이방자와 아이신줴로 히로". 일본의 국가 정책에 의해 생면 부지의 인물들과 강제 결혼을 하게 된 일본의 두 여인. 이방자의 이름과 삶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아니지만 들어는 봤다.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이방자의 삶은 안타까웠다. 그런데 내가 전혀 몰랐던 이름 하나. 원래 황태자 이은의 약혼녀였다가 이은과 이방자가 결혼하게 되면서 밀려나게 된 한 여인 민갑완의 삶은 더더욱이나 안타까웠다. 일본과 우리와의 관계에서만 있었던 일인 줄 알았는데 일본이 만든 꼭두각시 왕국 만주국 황제의 동생 푸제 역시도 일본에 의해 강요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2장 "버림받은 일본 여성들"편의 이야기도 참 안타까웠다. 특히 일본의 패전 후 정착할 곳이 없게 된 한국 남성과 결혼했던 일본 여성들의 삶은 내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라 놀랍기까지 했다. "야마자키 시게"라는 여인은 어렸을 때 실명해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돈벌이를 하러 온 부친을 따라 조선에 왔고 가난한 조선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일제 강점기, 가난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살았던 시게의 삶은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혈혈단신이 되어버린 맹인 여성에게 어떤 생활이 가능했을가. 남편 김남학이 죽은 지 13년이 지난 1974년, 인구 및 세대 조사 담당자가 방문했을 때 그녀는 산기슭에 땅을 약간 파고 앞쪽에 천막을 친 채 간신히 비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엉금엉금 기어서 나타난 남루한 늙은  여성을 보고 조사원인 젊은 여성은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고 한다."(p68). 참 기구한 삶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렇게 우리나라에 버려진 일본인 여성들을 위한 시설 경주 "나자레원"이 있다고 하는데 처음 접하게 된 이야기라 놀라웠다. 나자레원을 열게 된 김용성의 이야기도 그저 놀라웠다. 7장의 "한국 고아에게 헌신하고 고독한 재일 조선인 노인에게 봉사하다"는 다우치 치즈코라는 일본 여성이 우리 나라에서 공생원이라는 고아원을, 남편인 윤치호와 함께 경영한 이야기인데 김용성의 이야기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민족을 초월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면에서 감동적이었다.

   6장 전쟁이 낳은 두 아내와 3장 '일본군 성노예'의 비극 역시도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종군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정서운 할머니의 이야기는 전쟁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했다.

 

  이 책은 그간 내가 생각해본 적 없는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어서 충격적이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그 인생사 하나하나가 참 안타깝기도 했고.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쓴이가 일본인이라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지도 하나의 관심사였는데, 보편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삶을 힘겹게 했던 과거사에 대해 반성어린 서술이라는 점 또한 내게는 만족스러웠다. 여러 면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경계에 선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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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 패턴 500 - 내 맘대로 골라 뜨는
고세 지에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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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어려운 책을 골랐구나!!

난 손재주가 없다. 마이너스의 손이랄까. 다른 사람들이 줄곧 쉽게 하는 것들을 나는 잘 못한다. 뜨개질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때 "가정"수업 시간에 뜨개질 실기 시험이 있었는데 친구들은 잘 하는데 나는 하지 못했다. 친구가 몰래 해 준 걸로 실기시험 과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대리시험 고백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겨울 엄마가 심심해 하셔서 오랜만에 뜨개질을 하고 싶다 하셔서 뜨개실을 구입했다. 엄마도 아주 예전에 해 봤던 거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셔서 그리고 특별히 잘 하시는 것도 아니라서 몇번을 풀고 다시 뜨고 하셨다. 밤마다 이렇게 떠보고 저렇게 떠보고 온갖 궁리를 다하셨는데, 그러고는 그 결과물이 어디 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엄마한테 배워보려 했지만 손재주가 없는데다 끈기도 없는터라 결국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올해 겨울 직장에서 옆자리 계신 분이 뜨개질을 하는 걸 보고는 또 다시 동기부여. 가장 간단한 목도리 뜨개질을 시작했다. 역시나 헛갈려서 몇번을 풀었다가 떴다가 하다 겨우겨우 완성은 했다. 그러나 역시 어렵다. 그런데 좀더 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이 책을 펴 들었는데... 결론은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너무 어려운 책을 골랐구나!!" 싶다. 이 책은 뜨개질 초보자나 입문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뜨개질에 대한 기본을 알고 응용단계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책 제목에도 나와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은 "패턴 500"가지다. 사실 나는 안뜨기도 겉뜨기도 모른다.

 

 

  책에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패턴 사진이 나와있고 그 패턴을 어떻게 뜨개질하는지 도안이 나와있는 식이다. 저런 패턴을 만들고는 싶지만 도안을 해석하는 것이 내겐 좀 어려운 일이다. 어설프게나마 따라하려고 시도해봤지만 당연하지만 여전히 어설프다. 하지만 꾸준히 해 보고 싶다. 뜨개질은 장점이 많은 취미인 듯하다. 집중력과 차분함을 키우기에 좋은... 그리고 완성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아직은 완전 초보라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배워서 작은 소품이라도 만들어서 선물해보고 싶다. 세상의 단 하나뿐인, 온기가 스민 선물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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