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체성 -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박석희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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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한 권 읽었다.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은 조선의 정체성"이라는... 제목이 제법 길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에서 도드라지는 부분은 "조선의 정체성"이다. 앞에 붙은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이라는 부분은 이 책을 펴든 사람들 누구에게나 그저 수식어 쯤으로 보일 법하다. 책의 디자인이나 제목의 전체적인 늬앙스가 그렇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펴들면서 "역사책"을 기대했다.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역사"이기도 하지만  "조선의 정체성"이라는 제목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책은 다루고 있는 내용의 성격상 분류를 해보자면 역사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역사 에세이 혹은 경복궁의 문화관광 안내서 혹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 경복궁 문화관광에 대한 소견이나 발전방향 등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중반부까지를 읽으면서 내가 이 책에다 붙여본 제목은 "경복궁 답사 전에 알고 가야할 것들"이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세계 최초"를 주장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의 나열,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글쓴이의 경복궁 관람에 대한 정책 방향의 제시다. 재미있게 읽었고,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해 준 면에서는 유익한 책이었지만 내 기대의 방향과는 많이 다른 책이기도 했다.

 

 

   글쓴이 박석희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책앞날개)고 한다. 처음에는 관광분야의 교수님이 역사책을 썼구나, 독특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그것은 내가 제목만으로 이 책을 역사책이라고 판단한데서 비롯된 오해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복궁을 어떻게 "관광"해야 제대로 보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랄까. 경복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간략한 조선의 역사 이야기, 주로는 세종의 흔적들을 찾아내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경복궁 복원 과정의 세세한 문제점들과 글쓴이가 생각한 방향의 보완점들을 제시하고 있는 그런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경복궁 답사 해설서 같은 책이라 해야 할 법도 하다.

   글쓴이는 최근에 나온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을 재미있게 시청한 모양이다. 글의 여러 곳에서 "대장금"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대풍수"등의 사극에 나온 대사와 인물의 생각들을 그대로 인용하여 세종의 사상과 경복궁의 곳곳을 설명하고 있다. 글쓴이가 언급한 사극을 한편도 시청하지 못한 나로서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독자의 흥미를 위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인용한 것 같으나 글쎄다. 한글 창제와 관련된 세종의 고민과 관련된 부분 등이 책에서는 드라마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드라마에 나온 대사들을 역사적인 사실로 대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부분이라 아쉬웠다. 실록에서도 충분히 역사적인 근거를 찾아 이야기할 수 있었을 부분일텐데 말이다.

 

   지방에 사는 터라 경복궁을 가볼 일이 흔하지 않다. 이 책에는 경복궁 곳곳의 사진들이 컬러판으로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다. 몇해 전에 가본 경복궁을 떠올리며,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며 글쓴이와 함께 경복궁 구석구석을 따라다니며 경복궁을 제대로 보는 방법, 경복궁에 숨겨진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해설가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 곳곳에는 지금도 복원중인 경복궁의 잘못된 복원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글쓴이가 제시하는 복원의 방향에 대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고...

 

   경복궁을 둘러보기 전에 미리 읽어본다면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답사 안내서 겸 경복궁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관광전문가의 에세이 같은 책이다. 사족을 한마디 붙여본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이 책의 제목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책 제목만 보고서는 이 책을 누구나 역사책의 방향에서 접근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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