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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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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아이의 한쪽 손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곤 어느 순간 모니터 위에 내 손을 가만히 갖다댔다. 그러자 그 아이의 손과 내 손이 어렴풋이 포개졌다. 컴퓨터 열기 때문인지 액정 위로 온기가 전해졌다." (p. 254~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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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장들이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위의 문장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거다. 이야기를 쌓아가는 다른 문장들이 견고하고 따뜻해서 인용한 문장도 포근하게 다가왔으리라. 김애란의 문장은 편안한 언어로 미묘한 감정선들을 정교하게 포착해 낸다. 마치 이적의 노래 가사들이 그러하듯.
그러니까, 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가라면 좋은 질감의 문장을 가져야 한다, 고 생각했다. 유려하든 경쾌하든 재빠르든 적어도 자신만의 문체는 확고히 드러내야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훈의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문장때문에라도 작가로서의 그의 재능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지영의 소설을 즐겨 읽으면서도, 문장때문에 그녀를 열렬히 지지할 수는 없었다.
문장의 질감, 문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물론 변함이 없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면서 문장에도 온도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온도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새롭게 확인했다. 주지하다시피 <두근두근 내 인생>의 이야기는 슬프고, 아프고, 저리다. 부모보다 늙어버린 자식의 이야기라니, 달뜬 마음에 감정이 과잉되면 되려 피를 식혀버릴 수도 있고, 짐짓 쿨한 포즈로 서술했다간 뜨거운 반감을 만들어내지 않겠는가. 김애란은 읽는 이가 따뜻하게 서글퍼질 수 있는 톤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김애란이 만들어내는 문장의 온도에 이끌려 눈물, 콧물 범벅이 돼가며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멋과 온기를 동시에 가진 문장이기에 그녀의 다음 장편(인터뷰를 보니 새로운 장편을 계획하는 것 같다)을 기대하게 된다.
정작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못했는데, '부모보다 늙어버린 자식의 이야기'로 밖에 정리가 안 된다. 이 불완정한 구절 속에 어떤 이야기가, 어떤 감정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수밖에 없다. 요약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도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지.
이왕 인용으로 시작한 글이니, 인용으로 끝내겠다. 문학담당 기자 시절의 김훈은 본문 인용을 하지 않는 것이 서평 쓰기의 원칙이었다는데, 내겐 그럴 재주가 없으니 인용으로 지면을 보충할 수밖에. 다행히도 신문과 달리 블로그의 지면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아렸던 대목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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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하느님이 '너한테 자식을 주겠다.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 첫째 아프더라도 오래 산다. 둘째 짧게나마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면 어떡하나 꽤 오랫동안 고민했었거든요. 할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장씨 할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노여운 건지 슬픈 건지 모를 호흡이었다.
"아름아."
"네?"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나는 아무것도 안 고를 거야.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부모는 없어....." (p.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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