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를 드리는 것 같다. 마, 이게 경상도 스타일 아인교? 부모님께서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좀 나오는 상황인지라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린 것. 웬걸. 아버지가 너무 기운이 넘치시는 거다. ㅋㅋ 젊었을 때 아마추어 보디 빌더이기도 하셨(지금도 근육이 불끈불끈하신다.)고, 정년 퇴직 후엔 하루에 4~5시간씩 각종 운동(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한겨울에도 쉬는 날이 없다. 집에서 하는 근력 운동, 배드민턴 동호회, 혼자서 공원 달리기 및 스트레칭, 뒷산 산책 등등)을 하셔서 워낙 건강하신 분이긴 하시다. 게다가 작년 여름 이후로 그 좋아하던 술까지 끊어서 몸의 밸런스가 깨지셨다(?), 그렇다 분명히 이건 깨지신 거다. 지금까지는 운동으로 건강에 +를 하고, 음주로 -를 하면서 균형을 맞춰오셨는데, 이제 +만 공급되니 진짜 건강 만렙에 도달하신 느낌.
그래도 프로 선수도 못 피해가는 코로나 아닌가. 아버지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아 안부를 여쭸다니, 일상에 변화가 전혀 없으시다. 하실 운동 다 하시고, 평소보다 건강 챙기신다고(?!) 더 잘 챙겨드시고 계신 거다. 뭐랄까, 다들 일상의 붕괴에 약간의 우울감을 드러내는 걸 보다가 그런 아버지를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금 좋아지는 느낌이었달까. 계속 이렇게 건강하세요!
그리고 생객해 봤다. 나는 어떻지? 오, 맙소사. 나는 코로나 이후의 일상이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집에서 홈트레이닝하고, 마스크 끼고 한강 산책 다닌다. 시간 없단 핑계로 안 읽던 책들 열심히 읽고, 이렇게 글도 쓴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으로 느끼는 심리적 위축감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지만, 오히려 건강에 신경을 더 쓰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까지 든다.
독서 만큼이나 좋아하는 취미는 요리인데,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요리도 원없이 한다. 이젠 실패도 없고(전적으로 유투브 덕분이다), 엄마가 해준 것보다 내가 해 먹는 게 낫다고, 생각(만 하고 엄마한데 말은 안)한다. 이번 기회에 더 건강해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밀가루를 끊고 있는데, 밀가루 생각나는 것만 빼면 괜찮......기는 개뿔, 밀가루 없는 삶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이러고 있다. 파스타 면 없는 봉골레 ㅋㅋ. 면을 못 먹는다는 초조함에 탐욕스럽게 들어간 바지락이랑 마늘 양 좀 보소. 밥 반찬으로 먹음. 맛있는데 서글펐다.
배터지게 먹었으니까 책읽으면서 소화나 좀 시켜야지.

대참사.jpg. 이미지를 처음 넣어 봐서, 크기 조절을 못 하겠어요! ㅋㅋㅋㅋ 요즘 이 4권을 같이 읽고 있다. 일관성, 책을 읽는 사람의 관심사 따위는 드러내지 않는 잡식성 독서다. 암호화폐의 원리와 철학을 요만큼은 배웠고, 이야기를 그렇게 잘 쓰는 소설가도 밤마다 야식에 대한 유혹에서늘 늘 패배한다는 것을 보고 안도했으며, 드디어 국제 뉴스에 나오는 시아파와 수니파에 대해서 아는 척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금리 공부하면서 뭔가 나도 이제 어른이다 어깨 으쓱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나는 잘 살고 있지만,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있고, 벚꽃도 몸풀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