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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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이공계 대학생들의 글쓰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대입에서 논술 비중을 늘이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로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이보다는,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든 일부 학부모들)도 글쓰기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서점에 즐비하게 자리한 각종 글쓰기 관련 책들은 글쓰기의 달라진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광경이다.

 흔히 좋은 글을 쓰기 위한 3대 조건으로 다독, 다작, 다상량을 꼽곤 한다.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스스로 글을 많이 써보고, 평소에 글쓰기와 관련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 세가지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같다. 실제로 글을 써보면 서론-본론-결론은 어떻게 구성할지, 맞춤법은 맞는지,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의미를 잘 드러낼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이 중에서도 문장에서 단어 선택의 문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글쓰기 전략에 관한 책이나 맞춤법에 관한 책은 쉽게 구해 볼 수 있지만 어휘 문제에 관한 책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반가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쓸수록 적절한 어휘 사용에 대한 압박이 커져가고 있음을 느끼기에(마음에 꼭 드는 표현을 골라냈을 때의 기쁨이란 것도 있지만) 한 번 더 반가운 책이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일종의 한국어 뉘앙스 사전이라 일컬을 만하다. '속과 안'. '궁둥이와 엉덩이', '참다와 견디다' 등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직관적으로 꽤 정확하게 구분해서 쓰는 말이지만 어감의 차이를 쉬이 설명할 수 없는 짝낱말들의 차이를 어원 분석이나 다양한 용례를 통해 잘 드러내준다. 재치 넘치는 삽화와 깔끔한 설명은 독자로 하여금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게끔 도와준다. '입말'. '글말', '본디말' 등 우리말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이 책의 돋보이는 부분이다.

 두 명의 공동 저자가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곳곳에 번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거니와 번역 작업이야 말로 언어의 섬세한 뉘앙스까지 포착해야 하는 작업이 아닌가. 이들이 국문학을 전공한 번역가라는 점도 이 책의 집필 과정에서 상당 부분 기여했을 듯하다.

  앞서 말했듯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말들을 우리는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꽤나 적확하게 구사한다. 그러니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헷갈리는 어휘들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치 않는다.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짝낱말을 보면서 책의 설명을 읽기 전에 혼자서 나름의 답도 구해보고, 설명을 읽으면서 자신의 나름 짐작했던 것과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갈리는지를 파악하면서 읽는다면 어휘 몇 개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것 이상의 언어에 대한 기본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머릿말에서 저자들이 궁극적으로 의도한 바이기도 하니, 이 책은 적극적인 독법으로 임해야 건질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다. 저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돋보이는 책,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곁에 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만한 한국어 참고서로 손색이 없다.

덧) 뉘앙스 사전이라 칭한 책을 읽고도 뉘앙스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표현을 수두룩하게 써놓고 보니 리뷰쓴 손이 참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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