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1 사계절 1318 문고 21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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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에게 모험이란 뭘까?

이 책을 보면서 가지는 물음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모험과 토끼에게 있어서의 모험은 의미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상황적으로는 절대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토끼의 시점으로 토끼의 몸으로 만나게 되는 주변을 보게된다. 토끼의 먹거리는 자연에 있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나가서 풀을 씹고 주변을 살펴야한다. 천의 적을 가진 토끼는 민감하게 공기의 냄새를 맡고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한다. 그런 모습이 하나 하나 잡혀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작은 사물과 물체를 하나 하나 놓치지 않게 된다

그들이 가진 두려움은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예민함에서 나온다. 사람도 별다르지 않지 않을까? 단지 토끼에 비하여서 더 몸집이 크고 본 것이 많다는 것에서 쌓인 '안다' 는 지식이 두려움을 갖게 되는 상황의 가지 수를 줄여주고 있을 뿐, 일에 대한 전망, 미래의 삶, 인간관계 등..'예측하지 못 하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그대로 남아있다.

워터십의 다운의 토끼들이 대단한 건 자신들이 가진 두려움을 깨쳐나간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기존의 경험과 편견들을 용기를 가지고 나선 여행길에서 알게된 사실들과 다른 토끼들의 삶의 모습의 다름을 관찰하고 때로는 받아들이며, 그리고 동료 토끼들에 대한 믿음으로써 부수면서 삶을 개청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틀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중 하나로는 수토끼들이 굴을 파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였다. 이들이 깨쳐야 하는 건 토끼들이 가진 습성 '수토끼는 굴을 파지 않는다, 암토끼가 파는 것이다.' 이다란 상식이였다. 이러한 관념을 먼저, 토끼A가 이성적으로 굴을 필요한 상황이란 판단을 내리고, 토끼B가 '수토끼가 굴을 파지 않아 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되'란 해결책을 내놓는다. 토끼A의 명령에 대부분의 토끼들은 놀라넘어갔지만, 그럼에도 A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이 토끼 답지 않은 행동을 묵묵히(불쾌하고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지만, 동료의 생각이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라 믿고) 실천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얻은 건 훌륭한 안식처였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옳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때에도 이미 가지고 있는 몸에 밴 관념을 버리고 행동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책에서는 워터십 다운까지 오는 도중에 토끼들이 그 일을 자신들이 몸을 겪었던 경험과 용기로 자신을 깨쳐 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결국 그런 용기의 결과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내고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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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춤을
마이클 블레이크 지음, 정성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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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늑대와 춤을..소설 책을 집었다. 영화도 흘긋 텔레비젼에서 흘러나오는 걸 무의식으로 대했건만..새삼...이 책에 끌린 건 뭘까. 이라크 전쟁의 전후로 미국 알기, 미국 비판하기, 미국 분석하기 등이 온갖 미디어물로 넘실댄다. 거기에 기댄 채 옛 캐빈코스트너의 전성기 영화 속 사진을 박은 채 책이 나온 건 아닐까.

소설은 오락 가락하고 있었다.

주인공 던바 대령은 처음부터 감성에 대한 직관을 갖추고 있는 재능(?)있는 백인이였고, 척박한 땅에 홀로 남겨졌을 때 그 상황을 자연주의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특별한 인물이였다. 그 재능이 그가 하얀발이란 늑대와 사귈 수 있었던 사연이 아니겠는가..그리곤 하얀발과의 교류는 그의 이름이 된다..'늑대와 춤을' 이름을 얻은 그는 백인의 삶을 버리고 어릴적 포로였던 백인 여인 '주먹쥐고 일어서서' 처럼 코만치족으로 동화되어간다.

그가 백인 군인으로서의 지식과 능력으로 사냥과 전투에서 코만치족의 우상이 되어가는 것에서, 나는 미묘한 인종적인 우월감이 느끼며 이 소설에서의 일관되지 않는 면들을 보고았다.

그럼에도 그의 생활의 묘사 속에서 인디언들의 삶 속에 닮긴 자연과 함께 하는 모습에 스스로를 반성하고 감탄하며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버팔로 사냥과 코만치족의 언어, 습성에 묻어가면서 간간이 그와 반대되는 아메리카 초기의 잔인하고 억울한 인디언의 상황들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자연으로 회귀되어 코만치족으로 귀화(?) 된 '늑대와 춤을'은 같은 백인 군인에게 하얀발과 애마 시스코를 살해당하고 배신자로써 끌려간다. 그를 구출하고 자신들의 동료로서 삶으로 끌어드리는 코만치 족의 판단의 결과는..그 해 겨울의 백인들이 오기 전 풍요로운 사냥과 겨울나기를 끝으로 미완으로 마무리 되어있다.

그 역사의 뒤가 땅을 잃고 보호구역에서 무력해져가는 인디언들의 구차해지는 삶과 그 넓은 대륙을 뛰어놀던 수천만 마리의 거대한 버팔로들의 멸종이였음을 아는 이는 그 평온한 끝에 아릿한 가슴 아픔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미군이 이라크 땅을 어떤 연유로든 점령하고 있는 것에 대해..그들은 진정 땅은 땅은 점령하려고 거기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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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1 - 텐구전설살인사건
가나리 요자부로.야마구치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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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는 회사근처 일식집에 있는 코가 길다란 가면의 이름이 뭘까?하고 궁금해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텐구'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공은 모모대학 민속학자의 조교 야쿠모씨로 두꺼운 안경에 비리비리해 보이는 나사가 빠져보이는 구석이 다분한데도, 어쩐지 어떤 살인 사건에 관련되면 매번 예쁜 여주인공과 야릇한 관계가 되는 남자다.

크고 작은 전설과 괴담과 더불어 피를 보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그가 민속학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이야기. 추리의 구조나 전개는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과 별다를 바는 없는데, 여기에 민담이라는 이야기가 얹혀지면서 색깔이 달라진다는게 특징이다.

전설이라는 게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이나 관습 등을 구전으로 기록하는 것인데, 한 가지 갈래로만 이야기가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형태가 바뀌기도 하여 숨은 의미의 성격이 모호해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만화는 그런 애매함을 발생된 살인 사건의 주변에 연막탄으로 뿌려버리는 것이다. 전설이기에 논리와 객관화보다는 막연한 의심과 믿음으로 이야기의 전개를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끌고 간다.

그러면서 자연히 일본의 전통적인 민담이나 민화 등의 무속에 대하여 알게되고 익숙해지게 된다.

일본 만화의 모티브 속에는 전통적인 설화 들이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많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단, 이 이야기를 단지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스토리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특별하게끔 녹여내는가가 관건인 것인데...여기서는 전통적인 요소를 기괴함의 분위기 조성의 한 축으로 사용하여 괴담을 훌륭한 추리물로 변신을 시켜내고 있다.

만화 속에 나오는 요괴나 이야기들은 다른 일본만화의 이야기 안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나거 요소임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억해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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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은하철도 999
린 타로 감독, 이케다 마사코 외 출연 / DVD 애니 (DVD Ani)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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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린타로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공통된 결론은 그림은 화려한데,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것이였다.

그가 한창 활동했던 시기의 일본 애니시장은 화려한 그림체가 인기를 끌고, 기술적인 발전을 더하던 시기였다. 그의 대표작은 클림트의 X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데, 머리가 말린다던가 공기의 흐름을 리본과 같은 표현으로 전면에 뿌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벗꽃잎 흩날림 너무나 유려하다. 본편에서도 폐허가 된 별들과 우주 정거장 등의 모습이 웅장하게 그려져있다.

하지만, 기술에 의한 멋진 표현에 익숙해지는 시점이 되면,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왜 보고 있었던가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철이의 성장과 메텔과의 이별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내가 아는 tv판 999는 별 사이를 떠도는 메텔과 철이가 만나는 비록 개체의 모습은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인간사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삶의 갈등들이 주테마였다.

그런데, 이 애니는 전후 필요없고, 그저 은하철도의 가장 멋진 캐릭터들을 한데 모을 구실만이 필요했을 뿐이니..에스메랄다와 하록선장의 뜬금없는 출현은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등장인물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 짧은 시간물에서 소화되지 못했던 고민의 깊이를 심화시킨 작품이였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좀 더 구체화시켜 담아내었더라면 은하철도999의 아릿한 슬픔을 더 잘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왠지, 입맛만 버린 느끼한 생크림마냥 과잉된 주인공들의 모습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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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로베르트 무질 지음, 박종대 옮김 / 울력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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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이야기는 사춘기 소년의 꿈꾸는 듯한 생각을 따라가면서, 그 토대인 폐쇄적인 기숙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에 따른 결과와 주인공인 퇴를레스의 상념들이다.

성장기에 가지는 몽상은. 답이 있고 없음도 알지 못한체 끊임없이 자기 안에서 헤매이는 것이다. 작은 부딪힘에도 생각은 꼬리를 물고. 별것 아닌 일에 정색하게 되고, 내심은 수줍어 하면서도 아닌양..오히려 강력하게..단정하고 주장한다.

처음 퇴를레스가 돈을 훔친 바지니를 대하면서 갖는 쾌감은 그저 상대를 '도둑' 이라 칭하고,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할때 얻는 자기 기만의 음험한 즐거움 정도였으나, 어느새 바지니를 모욕하고, 성적으로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두 친구의 행동에 자극받고, 휩쓸려 버린다.

이런식의 구체적인 사건 속에서 소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몽상한다. 이러한 논리적이라고 보기엔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듯 이어지는 글은..소년이 가질만한 고민과 내면을 꼭 읽고 이해하지 않아도 그런듯 느껴지게한다.

쉬이 이해되기에는 글이 사색적이긴 했지만, 뼈대를 이루는 인간 유형과 사회적인 틀과 그 안에 관계가 꽤 잘 구축되어 있었기에, 마음의 성장에 있는 소년의 고민에 현실속에서 자잘한 일상에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던져버리지 않고 동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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