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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열쇠 - 세계문학 29
A.J. 크로닌 지음, 홍준희 옮김 / 하서출판사 / 199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사람을 만날때 보는 순간 얼마나 다양한 판단을 할까.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눈여겨 보는 것에서 부터 타인을 훑고, 나름대로 그의 외모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를 가늠해본다. 그건 아주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좋고 싫음 또한 빠르게 결정된다.깔끔한 외모와 복실한 모습은 그 사람이 풍요롭게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치셤신부의 삶은 외향적으로 전혀 그의 내심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가 행하는 판단과 행위는 너무나 진실하고 청빈하지만 역시, 그것이 보여지는 형태까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간에 의해 유지되는 교회라는 조직이 내세우는 기준과 신에 의해 이상화된 종교의 기준 사이에는 실제적인 넒은 강이 존재한다. 이는 인간이 좁은 눈으로 판단하는 종교적인 삶이 실은 세속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천국의 열쇠는 인간의 눈으로 판단된 행위가 아닌 신이 판단하시기될 기준을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치셤신부의 자기극복과 절제와 봉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심으로는 계속 '과연, 난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니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을 제대로 가려낼 수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볼품없는 시골 교구 신부와 바티칸의 주인인 교황을 만난다면,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그때 내눈에는 정말 치셤 신부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현대가 요구하고 몰고가는 외향에 의한 판단, 그 외의 다른 면모들을 찾기에는 부족한 시간 등을 핑계로 대기 쉽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과 의심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감동하고 교훈을 얻는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회의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