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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비아 비자 벨 ㅣ 쑥쑥문고 58
아나 마리아 마샤두 지음, 헤지나 욜란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방식을 가진 인물이고 반하는 행동을 하는 대상이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존재이다. 여성의 혈연은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간다고 하지만 그 피의 흐름은 끊임없이 내 몸속을 타고 흐른다.
이 책에서 그 흐름을 느끼고, 여성에 의한 여성의 계보라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구성도 무리없이 이해될 수 있는 사건들로 여성의 관점을 담아내고 있어 좋다.
하지만, 증조할머니와 나 그리고 내 아래 증손녀 라는 핏줄 계로로 만들어낸 와중에 펼쳐지는 사건과 그걸 해석하는 방식에서 진보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이 명백한데, 설명하는 부분이 거칠어서 과거에 대한 단순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비자벨이 어머니에게 증조할머니 시절에 왜 수건에 수를 놓았냐구 물어볼때 어머니는 그 시절에 여자들이 집안에만 있었는데 노예들을 부렸으므로 일을 한다는 걸 수를 놓아서라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껄끄럽게 들렸는데, 여자들이란 것이 노예는 제외되고 일부 귀족에 한하여 한정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고, 마치 수를 놓는 일 외에는 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시절의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설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세심한 설명이 있었어야하는 부분이라고 보인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번역이 애매해지는 것도 글을 제대로 읽는데에 방해가 되었다. 처음 다 읽고 뒷부분에서 역사를 논하는 것이 굉장히 봉건적으로 읽혔다고 가까운 지인에게 말했을때, 그 지인은 다른 형태의 역사성이 아니냐는 반문을 했다. 덧붙여 현재는 현재로서 과거를 수용하고 미래에 전달해 주어야만 한다는걸 표현한 것이 아니겠냐는 거였다. 곰씹어 생각해보니 그런 의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마무리의 번역된 말이 상당히 모호한 직역투여서 제대로 읽히지 않았던 건 아닐까. 초반의 읽기보다 후반부가 명확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말이 이어진다는 그런 인상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이러쿵 저러쿵 말은 많았지만, 글도 재미있고 사건도 잘 짜여 있어서 여성의 관점을 보여주는 책으로서 아주 괜찮은 작품이이라고 생각한다. 내 어린시절 이런 책을 보았더라면 좀 더 대담하게 하고 싶은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