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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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상상력이 보태어져 만들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는 백마디쯤 늘어놓을 수 있는 말을 열마디로 줄여놓았다는 인상이 드는 글을 쓴다.

호텔선인장이란 이름이 붙은 낡은 아파트에 세든 오이, 모자, 2 란 이름의 세입자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일상을 적는데도 별로 길지가 않다. 보통은 그 사건이며 공간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데, 기름기를 쏙 빼듯 각자 자신의 성격에 맞게 늘어놓는 관점의 이야기만이 나열 되어진다. 중요한 건 그들이 생각하는 바일 뿐이라는 듯...

숫자2란 이름의 사람은 독립된 삶을 살도록 되어 있는 숫자 가족을 가진 공무원이고, 오이는 무수한 오이들의 가족을 가진 운동을 좋아하는 선량한 청년 오이다. 모자는 누군가의 머리에 쓰이는 터라 이산가족이 되는 하드보일드한 추억을 가지고 위스키를 홀짝이며 거북이를 키운다. 각기 다른 것에 몰두하고 중요시하면서도 친구란 관계에 서 있지만 하나를 봐도 똑같이 생각하는 게 하나 없다. 심저어 여자와이 데이트에서도...

아파트가 헐리고 오이는 친구들이 언제나 올 수 있는 큰 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2는 회사 근처로 이사가서는 옆집으로 이사온 여자와 친해진다. 그리고 모자는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멀이지지만 또 셋은 다시 만날 약속을 한다. 약속이란 미래가 있으니 한자리에 모였던 과거는 분명 또 다시금 있을 만한 일이되는 거다. 그런대로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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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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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늑대에 의해 순록의 개체가 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자료의 연구를 위해 캐나다의 오지로 파견된다. 하지만 순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늑대에 의한 무자비한 살상이 아니라 모피상이나 사냥꾼들에 소비에 의해서였고 그들이 자신들의 사냥의 수를 은폐하려고 늑대를 지목하는데 많은 로비와 모략을 했다는 사실을 늑대의 생태를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홀로 겨울의 캐나다의 깊은 오지로 들어가 늑대를 관측하면서 그가 하는 생활이 흥미로운데, 심지어 잠조차 늑대처럼 자는 방식을 취했다고 하니 얼마나 늑대에게 심취했었는지 알 수 있다.

늑대들은 순록들을 그냥 잡지 않는다. 병들고 힘없는 녀석들을 정말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한다. 그리고는 더 쉽게는 쥐들을 주식으로 하기도 한다. 서로 장난을 치며 가족애를 다지고 아이들도 어미만이 아니며 사냥을 하지 않을 때는 어른 늑대들이 함께 돌본다. 이런 사실을 그가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자신의 무지와 편견을 깨닫는 것과 함께 보여준다.

지금에야 ‘디스커버리’며 ‘동물의 왕국’ 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들이 세상의 편견을 벗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시에 사회에서 늑대를 옹호하며 쓴 이런 글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서 굴절되었던 상황이 바로잡히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무수한 종이 멸종이 되었고, 몇 종은 겨우 소수의 개체 수만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다. 이 책은 계속 잊혀져가는 이웃으로써의 늑대들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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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비아 비자 벨 쑥쑥문고 58
아나 마리아 마샤두 지음, 헤지나 욜란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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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방식을 가진 인물이고 반하는 행동을 하는 대상이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존재이다. 여성의 혈연은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간다고 하지만 그 피의 흐름은 끊임없이 내 몸속을 타고 흐른다.

이 책에서 그 흐름을 느끼고, 여성에 의한 여성의 계보라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구성도 무리없이 이해될 수 있는 사건들로 여성의 관점을 담아내고 있어 좋다.

하지만, 증조할머니와 나 그리고 내 아래 증손녀 라는 핏줄 계로로 만들어낸 와중에 펼쳐지는 사건과 그걸 해석하는 방식에서 진보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이 명백한데, 설명하는 부분이 거칠어서 과거에 대한 단순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비자벨이 어머니에게 증조할머니 시절에 왜 수건에 수를 놓았냐구 물어볼때 어머니는 그 시절에 여자들이 집안에만 있었는데 노예들을 부렸으므로 일을 한다는 걸 수를 놓아서라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껄끄럽게 들렸는데, 여자들이란 것이 노예는 제외되고 일부 귀족에 한하여 한정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고, 마치 수를 놓는 일 외에는 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시절의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설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세심한 설명이 있었어야하는 부분이라고 보인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번역이 애매해지는 것도 글을 제대로 읽는데에 방해가 되었다. 처음 다 읽고 뒷부분에서 역사를 논하는 것이 굉장히 봉건적으로 읽혔다고 가까운 지인에게 말했을때, 그 지인은 다른 형태의 역사성이 아니냐는 반문을 했다. 덧붙여 현재는 현재로서 과거를 수용하고 미래에 전달해 주어야만 한다는걸 표현한 것이 아니겠냐는 거였다. 곰씹어 생각해보니 그런 의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마무리의 번역된 말이 상당히 모호한 직역투여서 제대로 읽히지 않았던 건 아닐까. 초반의 읽기보다 후반부가 명확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말이 이어진다는 그런 인상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이러쿵 저러쿵 말은 많았지만, 글도 재미있고 사건도 잘 짜여 있어서 여성의 관점을 보여주는 책으로서 아주 괜찮은 작품이이라고 생각한다. 내 어린시절 이런 책을 보았더라면 좀 더 대담하게 하고 싶은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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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연 2
키오 시모쿠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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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나에게는 또 다른 방식의 문화 체험을 시켜준다. 상상이 더 많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그 밑으로는 그들의 삶의 가치관의 면면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엿보는 일본의 오타쿠의 생활의 단면이라고 지칭된 (카피: 이만화를 이해하면 당신도 오타쿠) 이야기를 읽다보면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만화,애니,게임에 대한 지식을 동원하고도 모르겠는 어떤 그 사회만의 은유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배경인 대학 동호회 '현대 시각 연구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발행되는 잡지를 모으고, 밤새 그 캐릭터로 만들어진 게임을 즐기며 그에 대한 평들을 나눈 사람들이 모여있다. 물론 집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포스터, 잡지, 게임, 캐릭터 모형들이 채워져 있다. 가능할 때는 코스프레를 하거나 준비를 도맡는다.

단지 취미라고 치부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어가 생활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 오타쿠들의 생활을 만화를 보다보변 '아..그런가보다'하고 짐작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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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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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할건데? 준비해야하지 않니? 영원히 그렇게 살거니...' 이런식으로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앞으로,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무얼 하느냐고...그 말 아래는 지금 이대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정한 관계를 고정시키고 앞으로 어찌될 지언정.. 지금이란게 얼마가지 못할 미래란 걸 알고 있어도 찰라의 행복을 붙잡는 이들을 만났다.

호모 남편과 그의 애인, 그리고 그의 부인 이라는 전혀 이 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든 구조로 만들어진 가정은 금새 부서질 듯 위태롭기만하다.

부인 쇼코는 술을 마시고 시덥잖은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자꾸만 신경질을 부리지만, 실은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고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새신부. 작은 식물의 몸짓에 반응하고, 그림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감성을 가졌기에 남편이 바라는 대로 적당히 무심하여 놓아줄 줄 안다. 남편인 무츠키는 하얀 가운을 입고 모든 것을 반짝 반짝 닦아내야만 성이 찬다. 그에 비해 그의 애인 곤은 왠지 그림자 처럼 둘의 사이에 언뜻 언뜻 떠오를 뿐 뚜렷하지 않다.

소설을 읽어가다보니 불안정하고 예민한 쇼코에게 연민이 느껴져서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 그 바램은 진부하게도 남편이 부인이 사랑하게 되었으면..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쇼코는 그의 남편과 곤의 세계를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여자였다. 그러하기에 곤을 자신이 사랑하는 무츠키에게 선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다음 순간 끝나버린 소설은 그 다음 미래의 불투명 그냥 지나치지도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이라고 느껴지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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