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스타일 - 제3회 스토리킹 수상작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김지영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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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 마자 잼나게 읽은 동화. 기발한 아이디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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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 어떤 일이든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속상한 일을 당했을 때나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 환경을 탓한다. 속상한 마음을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옳은 것일까.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게의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다르게 설명한다. 그건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는 것이며 용기가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많이 다르다. 그건 인간은 변할 수 있고 세계는 단순하며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가며 인생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누구나 의심을 갖는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에 다가간다. 둘의 대화는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러운 청년이 철학자에게 변화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변화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독자는 모두 청년과 같은 입장이 된다. 철학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예로 쉽게 설명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외출을 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어떤 상처가 아니라 외출을 하지 않는 게 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을 삶을 사는 게 아닌 타인을 의식해서 생긴 문제라 설명한다. 선뜻 이해가 되는가? 다르게 설명하면 과거에 매여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걷는 것은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네.’ (107쪽)

 

 과거와 타인을 배제하면 아주 쉽다는 듯 말한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 가능한 말인가? 하나의 행동이나 사건에 있어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공이나 명예를 떠올리는 특별한 삶이라는 것 역시 타인의 시선에 비친 삶이라는 것이다. 왜 우리는 평범이 아닌 특별한 삶을 꿈꾸는가.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 힘든 사람들을 꼬집는다. 결국에 행복은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타인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나와 타인의 관계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청년처럼 직상 상사나 부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철학자는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용기를 언급한다. 철학자가 제시한 대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는 좀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타인이 ‘무엇을 했는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존재하는 그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는 걸세.’ (239쪽)

 

 존재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한다니. 점점 더 어려워진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 관계는 용기를 낸다고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걸까? 필요한 건 자기수용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반복해서 겪는 오류를 떠올리면 어렵지 않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면 된다. 불가능한 것에 힘을 쏟는 게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평범한 삶과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철학자가 하고 싶은 말도 다르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에 관한 것이다. 지난 과거나 닿지 않은 미래는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좀 더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야 하네. 과거가 보이는 것 같고, 미래가 예측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네가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지 않고 희미한 빛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일세. 인생은 찰나의 연속이며,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아.’ (308쪽)

 

 이쯤 되면 독자는 수많은 강의와 책에서 주장하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씁쓸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분명 다르다. 책 속의 청년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청년의 분노와 좌절이 점차 자신을 수용하는 용기로 변하는 걸 확인하는 순간 느낄 수 있다. 그 다름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나의 한계가 안타까울 뿐이다. 책을 통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말하는 『올 어바웃 러브』도 생각나는 책이다. 또한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자존감의 여섯 기둥』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필두로 아들러 심리학이 뜨고 있고 기시미 히치로의 책도 함께 인기를 누린다. 더불어 ‘~할 용기’ 제목도 종종 보인다. 어떤 분야든 유행이 있기 마련인데 현재 심리학의 유행은 자존감과 아들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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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1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저는 거의 북플로만 들어오는데다 알람을 끈 상태라 이렇게 여유있게 북플을 살펴보지 않으면 지인들의 북플을 찾기 힘드네요~~~ㅠㅠ
늘 좋은 글을 써주시는 지목련님의 북플도 찾을 시간이 없이 제 북플을 찾아오는 분들의 북플에 답방하는 수준입니다요~~~.
언니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생각나는 글인데,,,자존감은 어른이 되어도, 아니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겠지요. 암튼 늘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2015-07-1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내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다정한 질문 기계, 그것이 책이다.’ (48쪽)

 

 한 권의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얼마나 될까.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무조건 애정이 표출되기도 하고 질문이라는 걸 염두하며서 책을 읽어야 한다면 책읽기의 즐거움을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가는 헤르만 헤세라고 정여울은 자신있게 말한다. 겨우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두 권의 책만 읽은 나에게는 어렵고 먼 이야기다. 그러나 분명 헤세의 책을 읽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인생의 어느 시절이 있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헤세의 삶을 향한 여정이다. 헤세가 태어난 독일의 칼프, 헤세가 40년을 살며 잠든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헤세의 향기를 맡는다. 칼프와 몬타뇰라의 풍경과 함께 그곳에서 마주하는 헤세의 흔적을 감성적으로 그려냈다. 물론 그 여정엔 헤세의 문학, 그림, 삶이 있다. 그 길을 함께 걷노라면 『수레바퀴 아래서』속 한스처럼 외로운 영혼이었다는 걸 짐작한다.

 

 헤세가 만든 인물은 늘 방황한다.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존재로 자신과의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헤세의 소설에 대한 정여울의 평론을 통해 헤세를 읽을 수 있듯 그 싸움을 통해 내면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인지도 모르다. 헤세가 정원을 가꾸고 풍경을 그린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헤세의 책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다른 나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말이다.

 

 헤세와 정여울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책이다. 헤세라는 이유만으로 칼프와 몬타뇰라는 아름다운 도시다. 헤세의 책을 읽고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그러니 누군가에는 문학여행서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헤세로 닿는 길이 된다. 책에 수록된 사진만으로도 그곳에서의 헤세를 상상하게 된다. 읽지 않은 헤세의 소설을 읽고 다시 읽게 되다면 나와 헤세와의 거리도 조금은 좁혀질 것이다.

 

 ‘우리가 헤세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는 우리 곁에 있어줄 것이다. 우리가 고통속에서도 외부를 탓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타인의 결점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볼 때, 그때마다 그가 우리 곁에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404쪽)

 

 헤세에 대한 책들이 많다. 헤세를 향한 정여울의 애정이 가득한 책 외에도 헤세를 만나는 길은 다양한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과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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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세전을 본 적이 있어요. 여러해가 되었네요 어느덧. 그의 수동타이프라이터와 수채화들이 눈에 삼삼해요. 수채화 액자도 두개 샀었죠. 물론 프린트라 아쉽지만. 정여울의 이 책은 담아간 지 좀 됐는데 잊고 있었어요. 자목련님의 페이퍼로 상기되어 고맙습니다^^

자목련 2015-07-10 09:01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만나는 헤세의 그림도 좋아요. 헤세의 소설에 대한 서평도 실렸지만 정여울의 감성이 짙어서 살짝 아쉽기도 했어요. 아침부터 여름이라는 걸 실감하는 더위가 몰려오네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07-0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에 헤세전을 보고 왔죠~ 글처럼 아름다운 그림들을 많이 그렸더군요~ 작은 그림들이 더 진솔해보이고 맘에 다가왔던 기억이 나네요~

자목련 2015-07-10 09:0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셨군요. 글, 시, 그림, 헤세는 진정한 예술가였구나 싶었어요. 시원한 하루 시작하세요^^
 

 무언가를 물려받는다는 건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직 그런 물건이 없다.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지낸 물건엔 어떤 역사가 있을 것 같다. 대단한 사연은 아니더라도 기억해야 할 그런 역사 말이다. 쉽게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고 버리는 시대에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속 물건에 담긴 이야기는 묘한 울림을 안겨준다. 

 

 

 

 

 ‘제가 자라온 그 어떤 곳에도 있었고 오래된 사진에도 같이 찍혀 있는 등 어린 시절부터 계속 봐왔기 때문일까요? 이 장 자체가 마치 친정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15쪽)

 

 부모님이 물려주신 그릇장, 그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편안한다. 누군가에게 친정 같은 존재로 남을 수 있는 그릇장이 얼마나 될까. 튼튼한 그릇장을 보노라니 돌아가신 엄마가 모아두었던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그릇과 내가 모으는 컵들로 모아진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특이하는 이유로 사들인 컵들을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건을 나누는 건 삶의 한 부분을 공유하는 것이니 내가 사용한 것들을 선뜻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책에는 정말 탐나는 소품이 많다. 감히 시도하지 못할 붉은 벽지, 유용하게 쓰이는 갖가지 색의 스카프, 시할머니가 만든 옻 그릇, 귀여운 모양의 컵 받침, 책을 수납할 수 있는 큰 테이블, 생활 소음도 흡수하고 인테리어에도 훌륭한 카펫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다.  자꾸만 보게 되는 건 역시 컵, 의자, 그릇이다. 나뭇잎 문양의 접시에 담긴 이야기는 신기할 정도다. 어머니가 신혼 때 장만한 접시을 여행 중에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어머니와 딸의 접시가 나란히 놓인 식탁을 상상한다.

 

 

 

 

 

 ‘쓸 때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가 자신의 가정을 열심히 꾸려나갔을 모습이 떠오르며 마음 한편이 따듯해집니다.’ (137쪽)

 

 하루를 여는 아침에 만난 물건을 시작으로 내 곁에 있는 물건을 바라본다. ​바로 보이는 책장, 닳아버린 침대 패드, 이제는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는 식탁의자, 방금 전 커피를 마신 머그, 낡은 사진틀. 나와 같이 있는 것들이다. 내가 소중하게 대할수록 그것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커진다. 우리 삶을 기쁘고 즐겁게 만드는 건 크고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한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반드시 자신의 집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산책길,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나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물 등 집 밖에도 훌륭한 물건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즐거움도 배가 됩니다.’ (9쪽)

 

 사물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새롭다. 이미 읽었던 책 <사소한 발견>도 떠오르고 곁에 두고 펼쳐볼 때마다 기분 좋은 <김선우의 사물들>과 박영택의 <수집 미학>도 그래서 좋다. 사물에 대한 크고 작은 애정을 마주하는 일, 좋아하는 물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 나만의 이야기를 듣고 나만의 슬픔을 아는 친구 같은 느낌일까. 물론 책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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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라는 힘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작가를 지속적으로 응원하는 시간, 글쓰기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읽게 만드는 힘, 한 번쯤은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인지도 모른다. 글로 시작해 글로 마감할 수 있는 인생은 작가(作家)에게 부여된 특권일까. 이런저런 생각만 무성하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고 부러워하고 밑줄을 긋는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라는 제목에서 당당함이 전해졌다. 책을 읽기도 전에 조금은 위축되었고 부러웠다. 그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글에 대한 열망이 있는 이라면 그 끝에 책이라는 결과물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내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넘치고 넘친다. 최근에는 책을 쓰고 내는 강의도 많다. 그것들과 이 책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지식을 생산하는 저자들의 이야기라는 거다. 책을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파워라이터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책장은 어떤 모습인지,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앞으로 쓰고 싶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글과 책에 대한 이야기는 유익하고 유쾌했다.

 

 강신주, 이병률, 정여울, 신형철, 정희진, 김두식처럼 익숙한 저자도 있지만 김종대, 박천홍, 김원, 전중환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다. 좋아하는 저자의 경우 예전에 몰랐던 이야기와 함께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습관을 만날 수 있고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글을 쓸 때 편지를 쓰는 것처럼 쓴다는 정여울, 새벽에 커피와 함께 글을 쓴다는 이주은, 처제와 장모님께 설명하듯 글을 쓴다는 전중환, 자신이 몰랐던 것에 대해 쓴다는 정희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직 읽지 못한 정희진의 책을 읽고 싶어졌고 쓰면서 배운다는 말에 밑줄을 긋는다.

 

 ‘정희진은 “쓰는 과정 자체가 글쓰기다라”라고 말한다. 즉 글이란 곧 글을 쓰는 과정이다. 흔히 사람들이 범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글뭉치를 모니터나 종이에 옮겨놓기만 하면 그대로 글이라는 완성품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많은 저자들이 증언하듯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노동이다. 쓰기도 전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글은 없다. “쓰면서 배워요. 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해요. 애초의 생각이나 기존에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 곧 글쓰기예요. 이때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새롭고 생소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이에요. 아는 것을 쓰면 망해요.”’ (정희진, 256~257쪽)

 

 어떤 분야의 책이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과정을 거친다. 이미 많은 이들이 말했듯 그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글을 쓰는 게 즐겁고 기쁜 일이고 자시만이 할 수 있는 지식과 이야기가 있는 이라면 말이다. 막연하게 책을 내고 싶은 소망을 가졌다면 하지현의 조언대로 직접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도 글쓰기를 꿈꾸는 이게도 나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책을 쓰는 처음 사람에게는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15장 분량으로 서문을 써보는 것이다. 책을 왜 쓰려고 하는지 스스로 정리가 된다. 두 번째는 비슷한 책을 참고하면서 22~25개 정도의 세부 목차를 작성하는 것이다. 과연 자신이 한 권의 책을 쓸 만한 거리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재미있을 챕터를 실제로 써보는 것이다. 자신이 글발이 있는지 없는지, 공저가 필요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현, 282쪽)

 

 글이라는 힘을 키우기 위해 이런 책도 나쁘지 않다. 『심플』은 SNS 계정을 시작으로 보고서, 업무 계획서, 자기소개서까지 글로 시작해 글로 끝나는 하루를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간단한 글쓰기를 알려준다. 제목처럼 어떻게 하면 단순하고 명료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저자는 ‘마구 쓰기’를 권한다. 말 그대로 아무 글이나 마구 쓰는 것이다.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는데 마구 쓰라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뭐든 처음이 있어야 한다. 마구 쓰기도 다르지 않다. 주제, 분량, 상관없이 시작한다면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글의 가장 큰 힘은 즐거움과 행복은 아닐까.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시간은 행복하다. 읽기 전부터 달콤한 맛이 전해진다. 맛나는 케익을 조금씩 먹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이 아닌 산문은 작가를 읽는 시간과 같다. 김연수의 문장을 통해 그의 공간을 상상한다. 음식과 술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그 술자리에 함께 앉아 맥주를 마시고 싶다. 안다, 그건 실행될 수 없는 꿈이라는 걸 말이다. 소설 쓰기라는 주제를 지닌 글이지만 김연수는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삶을 들려줄 뿐이다. 어떻게 소설이 그에게로 와 그와 하나가 되었는지 그 여정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이 책을 소설론으로 읽을 수 있고 누군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후자에 기운다. 김연수라는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과 글을 쓴 사람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글을 통해서 김연수를 찾아내려 애쓴다. 

 

 김연수는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인 것 같다. 무늬만 그럴 수도 있지만 크게 화를 내지도 않고 화를 낼 일을 만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다. 궁극적으로 유쾌한 삶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테면 딸과 속담을 재해석하는 모습은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말 유희라는 재미로 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일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그러니까 똑같은 사물에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을 붙여 내 것으로 만드는 일 말이다. 소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설 쓰는 사람 김연수의 면면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 그건 매우 흐뭇하고 반가운 시간이다.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 그대로 소설 쓰는 이야기, 나만의 문장을 갖고 싶은 열망이 있기에 기대가 컸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죽기 전에 한 번은 소설을 쓰는데, 그게 바로 자기 인생의 이야기다. 자기 인생이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됐다고 해도 이야기의 관점에서는 별문제가 안 된다. 죽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으니까.’ (134쪽)

 

 생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계속 쓸 수 있다. 쓸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수정할 수 있는 인생이라는 말,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이 역시 글의 힘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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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이 더 궁금해집니다 특히 정희진님은 지금 읽고있는 서민님의 <집나간 책>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어 꼭 만나보라 추천해서 더욱 읽고싶어집니다 ㅋㅂㅋ 점심 맛있게 드세요^~^

자목련 2015-06-25 11:11   좋아요 0 | URL
파워라이터가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보다 그들이 읽는 책에 더 관심이 가요. 우리는 해피북 님과 저는 정희진 님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네요, ㅎ
이곳은 비가 옵니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15-06-2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김연수!!
감탄사 절로 나는 김연수!!
읽고싶게 만드시네요^^
잘 지내시죠?오랜만에 안부 여쭙네요^^

자목련 2015-06-25 11:1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감탄사 절로 나는 김연수, 이 책도 그래요.
다정한 목소리로 전하는 안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