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결심을 지키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궁금한 책은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지만 12월의 책 구매는 이 소설들로 끝을 내려고 한다. 현재는 그렇다. 사실, 사진의 맨 아래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은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했다.
알라딘에 들어가 구매내역을 살펴보니 11월의 첫날이었다. 잠자냥 님의 리뷰를 보고 산 책이었다. 무려 40일을 방치(?) 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한다. 아, 올해가 가기 전에 읽으려고 다짐한 책들은 왜 이리 많은가. 이제 겨우 20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좋은 소설을 발견하는 일은 기쁜 일이다. 이미 좋은 소설을 쓴 작가가 쓴 다음 소설을 만나는 일도 그렇다. 그래서 『맡겨진 소녀』로 만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읽기 전에 기쁨이 한가득이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진』도 기대하는 소설이다. 물론 겨울이니 『소설 보다 : 겨울 2023』도 읽어야지. 가을 2023을 다 읽지 못했지만 말이다. ㅎ
누군가 연말에 많은 송년회를 하겠지만 나는 책을 읽고 싶다. 아니, 읽어야 한다. 지금의 게으름에서 일어나 읽어야 한다. 12월의 소설을 읽고 미처 읽지 못한(아, 너무 많구나) 책들도 차곡차곡 읽어야 한다. 도대체 뭐 하느라 책도 안 읽는지. 이러다 책들의 미움을 한가득 받을 것 같아 무섭구나.
12월의 소설은 하나같이 얇다. 열심을 내야지. 얇다고 나중으로 미루면 또 책장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문장을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소설인지는 나만 아는 것도 좋겠다. 먼저 읽은 사람은 바로 알겠지만 말이다.
나는 정해진 시각에 정확히 도착했다. 여섯시 반. 벌써 거의 어두컴컴하다. 창고는 닫혀 있지 않다. 나는 자물쇠가 없는 문을 밀면서 들어선다. 내부는 온통 조용하다. 좀더 바짝 귀를 기울이자, 꽤 가까운 곳에서 맑은 소음 하나가 규칙적으로 탐지된다. 제대로 잠그지 않은 수도꼭지 물이 새면서 통이나 대야 또는 고인 웅덩이에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읽지 않은 소설을 생각하는 일, 제목만 보고 소설을 상상하는 일, 즐거움이다. 체득하는 즐거움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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