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유용하다. 바로 읽지 않아도 이 즈음에 이런 책을 들였구나 알 수 있다. 구매 목록을 뒤지지 않고도 설령 정리한 책이더라도 언제쯤 책장에 들어왔는지, 다시 구매해야 하는 책이라고 이때 샀었구나 알 수 있으니까. 어떤 책의 운명을 읽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러니까 읽다가 영 별로여서 그렇기도 하고 읽어야 하는데 때를 놓쳐서 그렇기도 하다. 읽었지만 리뷰를 남기지 못하는 책들이 그러하다. 어떤 책은 너무 좋아서 어떻게 써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 남기지 못한다. 어떤 책은 읽었는데 바로 기록하지 않아서 내용도 생각이 안 나고 책도 곁에 없을 경우 기록을 할 수 없는 책으로 분류된다.


어쩌면 올해도 그런 책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읽은 책들에 대한 리뷰를 꼭 남기자고 다짐해도 그게 참 쉽지 않다. 쉬운 것 같은데 어렵다. 지속해왔던 일인데도 말이다. 능숙하다고 해도 할 때마다 두렵고 할 때마다 긴장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니 세상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다만 익숙해져서 설렘이 사라질 뿐이다.





여하튼 1월의 첫 책들은 소설과 에세이다. 엄마와 작가로 살아는 어려움과 고단함, 제목에서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되는 『쓰지 못한 몸으로 잠들었다』, 백신애를 검색하며 읽게 될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겨울이니까 『소설 보다 : 겨울 2022』도 곁에 둔다. 이번 소설 보다에서는 작가의 이름을 한 명도 알지 못했다. 검색도 하지 않았다. 신춘문예당선자를 검색하지 않는다. 천천히 그들의 글과 만나도 나쁘지 않고 설령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속상할 일이 아니다.


올해에는 시집을 읽어야지 싶다. 그러니까 작년에 대충 둘러본 시들, 그 안에 얼마나 좋은 시가 가득할지 모르고 미뤄둔 시집들. 사들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사들인 시집이 있다는 걸 기억하게 만드니까. 내가 읽으려고 산 책들을 기록하는 일은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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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0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에 대한 말씀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올해는 짧게라도 기록을 다 남기고 싶어요.
고르신 책들이 다 고요하고 차분해 보이는 느낌이네요. 아니, 엄마와 작가로 살아가는 어려움과 고단함이라면 분투하는 내용이려나요!

자목련 2023-01-05 15:49   좋아요 1 | URL
나만의 위한 기록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쓰지 못한>은 말씀하신 부분이 많아요.
독서괭 님이 올려주시는 토지 리뷰는 아마도 토지 읽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저 같은 이에게 참 좋아요!

레삭매냐 2023-01-0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월의 책들로 이사벨
아옌데의 책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소설들이네요.

<방어가 제철>도 빌려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자목련 2023-01-05 15:50   좋아요 1 | URL
이사벨 아옌데의 책 리뷰가 순차적으로 올라오겠네요.
아름다운 소설이라니 더욱 궁금합니다^^

Falstaff 2023-01-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자목련 님 서재에 이정록이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데,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게 또 어디 있나 싶습니다. 재미있습니다. ^^

자목련 2023-01-05 15:51   좋아요 0 | URL
이정록 시인의 <의자> 말씀이시군요.
제가 한때는 시집을 열심히 사들였어요. ㅎ

Falstaff 2023-01-05 17:06   좋아요 0 | URL
이정록의 씨가 못 먹어도 직진이잖아요. 그래 그이의 시하고 자목련 님의 이미지하고 좀 덜 어울리는 걸로 생각했었답니다. ^^;;;

blanca 2023-01-0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소설과 시 독서에 제가 다 설레네요. 기록 안 한 독서는 다 사라지더라고요. 저도 올해부터 잘 기록해야겠습니다.

자목련 2023-01-05 15:52   좋아요 0 | URL
분명 읽은 책인데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어 좋아요.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라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블랑카 님의 새해 첫 책은 무엇일까요?

책읽는나무 2023-01-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백신애와 최진영> 책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손에서 놓았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저도 구입한 책탑을 자꾸 페이퍼에 써서 자랑하는 이유도 기록이었던 것 같아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샀다고 기록하면서 스스로에게 읽어야겠구나!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곤 하구요^^
그래서 기록의 힘은 소중한 것 같아요.

자목련 2023-01-05 15:54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소설, 잇다> 읽고 있는데 좋습니다. 아마도 제가 여성이라고 그렇겠지요. 백신애라는 작가를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책탑은 아주 좋은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나무 님의 기록은 읽는 저에게도 아주 훌륭하고 즐겁고 소중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