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줄어들고 있다. 환기를 시킬 때 창문을 열어두는 짧은 시간에 느끼는 바람은 가을이 곧 떠날 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니 집 밖을 나갈 때는 단단히 옷깃을 여미게 된다. 드러나 맨살을 꽁꽁 숨길 기세로 말이다.
가을이, 인사도 없이 사라질 가을이 아쉬워서 이런 단편을 곁에 두었다. 단편을 읽는 시간이라는 제목이 괜히 근사하다. 단편 읽는 시간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나 차분한 음악이 있었으면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김연수의 단편집이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란 제목도 좋다. 사실, 뭐가 안 좋겠는가. 김연수를 기다린, 그의 단편을 기디란 독자라면 다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인 인쇄본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김연수의 사인본에 약간의 사연이 있다. 김연수의 소설과 그런 에피소드(나만이 아는)가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책 사이에 스며든 엽서에는 “가을이 되자,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라는 인사말이 있다.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계절마다 좋은 이유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되자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우리는 곧 겨울이 되면 눈 내리는 겨울이 좋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계절이 오고 가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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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있다면 가을에는 등단 10년이 넘은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있다. 이 작품집에 김연수의 단편도 있다. 오랜만에 김애란의 단편도 만난다. 문지혁 작가의 단편은 처음이지 싶다. 아니 작가의 소설 자체가 처음인 것 같다. 작년 대상 수상자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가을에 읽는 단편들은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의 양식 같다고 할까. 단편을 더 즐겁게 읽을 이유를 찾자면 그렇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