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국이다. 첫 수국이자 마지막 수국이 될 것이다. 직접 수국을 보러 가지는 못하고 결국 주문을 했다. 아이의 얼굴 보다 큰 수국 두 송이가 너무 예쁘다. 이번 수국은 작년과 다르게 꽃 수술이 적게 떨어진다. 해서 더 좋다. 수국이 도착하고 수국 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자꾸 수국을 찍는 일이다. 언제나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은 크고 결과는 그저 그렇다. 그래도 좋아하는 수국을 보고 있으니 모든 게 다 괜찮다. 수국은 실제가 더 예쁘다.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운 빛을 다 보여줄 수 없다.


알만한 분들은 알겠지만 맥주잔에 담긴 수국이디. 맥주잔에는 맥주도 좋지만 꽃이 꽃혀도 나쁘지 않다. 긴 머그 컵이 화병 역할을 제대로 했다. 수국은 땅의 성질에 따라 꽃의 빛깔이 달라지는 걸로 안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수국이었겠지만 봉오리가 생기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확인하는 수국이 되었을 것이다. 수국의 성장이라고 할까. 모두 같은 수국처럼 보이지만 결코 같은 수국은 없다.


하루하루 물을 갈아주면서 조금씩 시드는 수국을 목격하는 일은 조금 슬프다. 줄기를 조금씩 잘라주면서 줄기에 스며든 물을 흔적을 확인한다. 생명이 있는, 살아 있는 식물이라는 걸 생각하면서도 사흘 정도 지나면 습관적으로 물만 갈아주게 된다. 그 마음이 수국에게 전해질까 미안해졌다.
밤에는 이런 사진도 찍었다. 아, 정말 신나는 수국놀이였다. 그림자를 담는 일,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처럼 그림자가 생겼다. 흔들린 사진이지만 나는 이 사진이 좋다. 더위와 장마, 습도, 그리고 슬그머니 자라는 불쾌지수를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수국. 올해의 수국, 올해도 수국수국한 날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내년의 수국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