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유희경의 시 「심었다던 작약」은 아니지만 내가 주문한 작약이 월요일에 도착했다. 첫날은 꽃봉오리 5개였는데 하루가 지나고 환하고 탐스러운 작약으로 피어났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자꾸만 같은 듯 다른 작약 사진을 찍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실물을 그대로 전할 수 없도 담을 수도 없는데 말이다.


어느 해부터 작약을 보러 가는 대신에 작약을 주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이렇게 뒤늦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작년에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가 보낸 작약이 아니었다면 나를 위한 작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과 친구에게는 해마다 작약을 보냈지만 나에게는 인색했다.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갈 수 없으니 이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작약을 주문하는 것이다.




꽃을 주문하고 택배 송장을 따라 꽃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그때부터 나는 행복했다. 꽃이 도착하는 순간, 화병에 물을 붓고 꼭 다문 5개의 봉오리를 보는 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깨어나듯 기지개를 켜는 작약들. 밤에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더 피어났을까 궁금하고 기대해서다.


아주 짧은 이 시기가 내게는 작약이라는 계절이 되었다. 꽁꽁 숨겨왔던 자태를 조금씩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좋다. 작약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좋다. 저마다의 색마다 향기도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았다. 이제 지는 모습을 보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이 하나도 아쉽거나 속상하지 않다. 꽃이 피고 지는 걸 가까운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이제 곧 작약의 계절은 사라질 것이고 나는 또 내년을 기대할 것이다. 작약의 자리에는 수국이 도착할지도 모른다. 작년에 꽃술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서 올해는 수국을 주문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작약을 보고 나니 올여름에도 수국을 주문할 것 같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우는 소쩍새처럼 이 작약을 만들고 키우고 위해 농장주의 손길은 얼마나 분주했을까. 내가 장바구니에 담고 쉽게 클릭하여 내게로 올 수 있도록 도와준 그 모든 손길을 기억하고 싶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키우고 보살피는 일은 아름답고도 숭고하니까.





나만의 계절, 작약이라는 계절을 산다. 작약을 보는 내내 나는 달콤한 기분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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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18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 정말 예쁘네요. 저도 저를 위해 작약을 주문하고 싶어질 만큼...

자목련 2022-05-19 17:17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을 위한 작약 주문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라로 2022-05-19 0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약이라는 이름만 듣다가 미국에서 작약 정원으로 유명한 곳을 가게 되었는데 완전 뿅 갔어요. 그 이후로 누가 무슨 꽃 좋아하냐고 하면 작약이라고 말하네요. 아주 이쁘네요. 작약의 계절이 지는 군요. 뭐가 이리 바쁜지 꽃 제대로 못 보고 지나네요. 고맙습니다.

자목련 2022-05-19 17:15   좋아요 2 | URL
아, 작약 정원이라는 말만으로도 뽕 갈 것 같아요!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라로 님과 함께 작약을 볼 수 있는 봄이라 좋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5-19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약 사랑합니다.
작약을 처음 본순간 우아함에 할말을 잃은 후, 저도 그 후부터 좋아하는 꽃은? 하면 작약이라고 서슴없이 말하죠. (아..때론 다른 꽃이름도 말하긴 하지만요. 이를테면 수국, 라넌큘러스등등이라고!!! ㅋㅋㅋ)
작약은 너무 좋아서 그림으로 그려서 지지 않는 작약을 소장중이기도 합니다.
요즘 <서른 아홉>이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도 손예진이 작약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선물하고, 선물받고 식탁에 한 송이 꽂아 두던데...아, 예뻤어요^^
작약은 역시 서서히 피는 생화 작약이 제일 이쁜 것 같아요^^
덕분에 눈호강을 아침부터 하고 가네요. 저도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2-05-19 17:13   좋아요 3 | URL
작약과 수국은 사랑입니다!
맞아요, 세상에는 너무 아름다운 꽃들이 많아요. 저는 이름을 외우지도 못해요. ㅎ
나무 님의 그림 작약 궁금하네요. 작약처럼 고운 시간 이어가세요^^

페넬로페 2022-05-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이 넘 예쁘네요^^
꽃을 배송받으면 작은 꽃몽우리만으로 도착하는데 점점 꽃망울이 커지며 꽃이 피는게 신기하더라고요^^

자목련 2022-05-19 17:12   좋아요 2 | URL
그쵸? 생명이 있다는 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워요!

mini74 2022-05-19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이 이렇게 예쁜 꽃이군요. 여리고 청초하고 ~~ 저는 좋아하는 꽃이 수국 불두화 등등인데 작약도 이제 들어갈듯 합니다.

자목련 2022-05-19 17:38   좋아요 1 | URL
작약 만나고 수국을 만나요. 꽃들은 다 곱고 예쁘지만 그래도 작약과 수국은 정말 매력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