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와 어떤 소설을 좋아하는 일을 잠깐 생각한다. 그러다 나는 ‘좋아서 좋아하는’ 말이 떠올랐고 이 포스팅의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좋아서 좋아하는 일, 좋아서 좋아하는 책, 좋아서 좋아하는 작가. 실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기 전 이 소설이 어떠냐고 물어온 이가 있었다. 읽기 전이니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고 물어온 이는 자신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이 어렵다고 말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은 어려웠던가. 잘 모르겠다.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을 얼마나 읽었던가. 손으로 헤아려 보니 두어 권 정도밖에 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현재 이 작가의 소설이 어떠냐고 하면 좋다고 말할 것이다. 무엇이 좋냐고 하면 좋아서 좋아한다고 답할 것이다.


2017년 노벨 문학상 발표가 나고 바로 그의 소설을 몇 권 구매했다. 읽었냐고 물으면 아니다. 쌓아두다가 정리했고 최근에는 정리한 책 가운데 한 권을 다시 샀다. 매번 이렇다. 아무튼 『클라라와 태양』은 좋고 그 좋음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 후 작가는 다음 소설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을까. 더 좋은 소설, 더 나은 소설을 써야 한다고 말이다. 하긴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작가의 고민은 항상 그렇겠지 싶다.




좋아서 좋아하는 두 번째 책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마쓰이에 마시시와의 첫 만남이 좋았기에 더욱더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작가의 소설은 제목이 모두 참 좋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 이어 차례로 읽게 되는데 살짝 고백하면 처음 소설이 제일 좋았고, 두 번째 소설은 그보다 못했다. 그래서 이 번에 소설이 더 좋을 것 같다. 좋고, 덜 좋고, 그다음은 좋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냥 내 짐작이다. 좋은 소설이면 좋겠다. 좋은 소설은 무엇일까. 읽고 나서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읽고 나서 가까운 이에게 말하고 싶은 소설이다. 읽고 나서 책장에 집을 마련해두는 소설이다. 그리고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권해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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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4-06 1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세 권
이나 샀더라구요 세상에나.

좋아서 좋아합니다. 당연합니다. 좋아하
는데 딱히 이유가... 그냥 좋아합니다.

이시구로 샘의 책들은 모두 읽을 겁니다.

자목련 2021-04-07 10:19   좋아요 0 | URL
이시구로 작가의 소설들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아요.
좋아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1-04-06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서 좋아하는‘ 멋진 말 같아요. 정말 좋아하는건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ㅎㅎ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장바구니로^^

자목련 2021-04-07 10:19   좋아요 1 | URL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새파랑 님께도 좋은 소설이면 좋겠어요.
파랗고 선명한 봄날 이어가세요!!

coolcat329 2021-04-06 1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서 좋다...아~~정답이네요~~

자목련 2021-04-07 10:20   좋아요 1 | URL
쿨캣 님의 좋아서 좋다란 댓글, 좋아서 좋아요^^
꽃처럼 환한 봄날 보내세요~

scott 2021-04-06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말씀에 동감!
좋아서 좋아 하는
이렇게 따끈 따끈한 신간들
쓰담 ,쓰담 하는 시간들
전부 소즁함 ^.^

자목련 2021-04-07 10:21   좋아요 1 | URL
전부 소중해요, 소중해서 미루고 있어요. ㅎ
우선은 이시구로 소설부터 읽는데 마쓰이에 마사시가 자꾸 궁금해요.

blanca 2021-04-07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쓰이에 마사시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저도 아껴서 아직 시작 안 했어요. 좋을지 안 좋을지...<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정말 좋았는데 두번째 책은 다들 반응이 전작보다 못하다고 하더라고요. 자목력님은 벌써 시작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자목련 2021-04-07 10:22   좋아요 1 | URL
마쓰이에 마사시의 신작은 읽기도 전에 좋을지로 기울고 있어요.
지금은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있어요. 어떤 책은 그냥 봐도 좋은데, 마쓰이에 마사시의 책도 그런 것 같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