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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보통엄마로 살기
김혜자 지음 / 나무그늘벤치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은 보통엄마.로 살기이지만.... 저자이신 김혜자님은...보통엄마보다는 대단한 엄마.라는 느낌이였다.
아이 셋을 키우며...살아가는 보통 일상의 이야기들이... 친근하면서도 또 공감이 많이 가게 되는 그런 수필집...

김혜자님의 결혼부터 시작하여..첫 아이의 탄생과 둘째, 셋째의 탄생..
그리고 아이들 각각에 대한 육아와 여러가지 사건들을 참으로 솔직하게 적어 놓으신 책이였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그리고 과장하지 않고 포장하지 않은...
너무 솔직하게 적어 놓으셔서... 평범한 이야기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인듯 싶다.

결혼후, 첫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김혜자님의 인생 마라톤?!이 시작된다.
누구든..처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낯설면서도 서툴고....또 기대되고 걱정되는..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첫 출산은...생각과는 또 다른 고통이 따르는 것이고..
그 고통을 지나, 세상에서 처음으로 아이를 대면하는 그 순간... 누구나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그런 찰라일 것이다.

집안 내력과 달리, 첫 아이를 딸로 낳으셨고..또 아무래도 예전엔 어른들이 아들을 많이 바라시다보니..
마음이 서운하셨던 순간이 있으셨을지 모르지만,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고.... 정말 그 누구보다 귀하고 소중히 키우신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특히, 그 당시..6살 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를 과감히 피아노 학원으로 보내신건..참 대단하시다 싶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가... 먹고 살기 빠듯하니...아이들을 이런 사교육?같은 것에 보내고 투자할 여유가 없었던 시절..
그냥 한번 보내어본 피아노 학원에서... 큰 딸 상하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었던 대목을 보노라면..
가끔..나도 딸아이가 그리 바라는 피아노를 가르쳐줘야 하는가...고민이 되기도 한다.
상하가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은..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분명...열심히 연습을 시킨 어머니의 노력도 분명 한 몫한 것이라 생각된다.
먹는것보다 교육에 더 치중하셨다는 대목에서... 나는 쬐끔 찔림도 받았다..;;
나는 지금 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참 무지하지 않은가 싶어서..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서 심장기형이라는 판정을 받았을때...그 아픔과 놀람은 얼마나 크셨을까...짐작해 본다.
특히나, 의사라는 사람이 오진을 하였을때의 그 무너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유명하다 하여..그 의사가 대단한건 결코 아니다...
결국 의사도 사람이다보니... 실수 하고 오진을 할 수 있지만.... 급히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나..
또는 어린 아이의 생명과 연결되는 부분에서 그런 되도 않은 오진을 하였을때에도 그 분노가 몇배로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따뜻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의사의 태도는....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에게
더 큰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나도 몇번 그런 과정을 겪다보니...참 씁쓸해진다.)
나도 셋째를 낳았을때...뜻하지 않게 갑상선기능저하라는 판정을 받고...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심장기형보다야...아주 수월하고 약만 제때 잘 먹여주면 이상없는...참 단순한 질병같지만...
위의 두아이를 건강히 낳고 키우고 있던 나로서는....셋째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하고 많은 아이들 중에..왜 내 아이가 이런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가 싶어서,... 아이를 보며 늘 눈물만 흘렸었다..
그리고 넷째를 미숙아로 낳았을때에도 역시... 내가 무슨 죄가 이리 많은가 싶어....내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던지 모른다.
지금이야..시간이 조금 지나.... 안정을 되찾아 가니.... 그나마도 이렇게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여럿 낳고 키우다보면, 아무래도 한두아이 낳고 키우는 것보다...더 사건사고도 많은 것이 사실이고..
또 남들보다 두세배는 더 힘든 시련도 겪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내용들을 보노라면,
아이가 타고난 선천적인 문제라든지...또 아이를 잃어버릴 뻔 한 일이라든지.....
아이가 뜻하지 않게 화상을 입은 일등.... 예나 지금이나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겪게 되거나 또는 가장 걱정하고 조심하게 되는
부분을.... 우루루~~ 다 겪으신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아직 아이들이 다 어리기때문에..매 순간 저런 위험 순간에 대한 대비를 늘 한다고 하지만....
사고라는것은 순간이기에.... 늘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학부모가 되는 그 순간..
특히 큰아이가 학교라는 곳을 들어가는 순간은..참 감회가 새롭게 된다.
나도 재작년에 큰아이를 입학 시켰고..
또 내년엔 둘째 아이 입학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 할 수 있을지..또는 친구 관계가 원만할지.... 화장실은 잘 갈지등..
참 많은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입학 기념 사진을 찍어둔 모습이.. 참으로 훈훈해서 기억에 남았다.
요즘 시절이 좋아져서 이런 사진 한장 남기는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입학식에 대한 의미를 담는 것은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부부에 앞서 여자 남자.라는 입장에 대해..참 솔직하게 적어 놓으셨다.
그리고 그 속에 싹 트는 부부애와...왠지 모를 동지의식? 또는 신뢰감이 느껴지는 내용이였다.
말하지 않아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내 아내. 내 남편을 앞서 배려해주는 마음...
그것이 바로 부부가 아닐런지...
그래서 그 어떤 힘든 고비가 찾아와도, 함께라면...이겨내고 넘어갈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촌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요즘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 적어졌다 하지만..... 뒤로 오고가는 촌지나 선물 공세가..여전함은..참 씁쓸한 현실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도..한반에 아이드링 60~70명씩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기로는..내가 1학년 시절 그때까지만 해도 학기 초에 담임 선생님이 일일이 집집마다 가정방문을 다니셨었고..
그 자리를 빌어 선생님과 학부모간에..아이에 대한 깊은 대화와 상의가 오고가며..아이를 집 안팎으로 더 잘 보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승의 날 행사마저 모두 없애버린 실정이니....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치맛바람은 거세었고..또 대놓고 돈을 바라는 선생님들도 계셨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나의 여자 담임은 참으로 마녀와 같은 사람이였다.
항상 딸아이를 곱게 입혀 학교를 보내다보니, 그 선생은..내가 부자집 딸이라도 된 줄 알고..
친정엄마께 매번 커피며 뭐며...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그 요구한 것들을 들어주지 않을 시에는...나를 차별대우 하셨기에...엄마의 마음에서는 어쩔수 없이...요구에 응해줄 수
밖에 없었노라고.... 지금에서야 말씀을 해주신다. (어린 시절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난 일이였다.)
솔직히.... 내 아이를 잘 봐달라는 부모의 마음은 매한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비겁하게 나가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내 아이를 잘 돌봐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의 마음을 담아..감사함으로 선물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이제는 아예 박탈을 당하게 되니..아쉽기도 하다.
물론, 내가 드리고자 하는 선물들은 대단히 비싸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꼭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선생님 만나, 내 아이가 즐겁게 학교 생활하고 있는 것 자체에..기쁜 마음으로 드리고픈...그런 선물..
진심으로..지금 큰아이는 학교를 즐겁게 잘 다니고 있다.
공부 잘 하는 것보다 이게 더 좋다.
선생님이 젊고 싹싹하시고...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넘치시는 분이라....
이런 선생님을 만나게 된 큰아이가..참으로 복되었다 싶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늘 이런 선생님만 계신게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여전히 아이들의 부모에게 돈과 물품을 요구하는 분들이 계시고..또 이제는 학교가 아닌 통장입금이나 택배 서비스라는 것을 이용해
뒤로 촌지를 받는 분들이 은근 계시기에....해마다 아이가 학년이 오를때면 어떤 선생님이 담임이 될까 노심초사 하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아이 모두를 특목고에 보낸 사실만 보면..정말 열혈엄마..!! 라고 불러드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아이가 방향을 잃지 않고 그 길을 잘 걸어 갈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것일뿐..
결국 공부든 예술적인 방면이든...모든 것은 아이 스스로가 헤쳐나가야할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상하양의 선화예술학교 입학은.. 엄마이신, 김혜자님께서 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갈수 없었던 길이 아니였을까 생각된다.
입학원서를 써서 마감 당일날 접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아이의 앞날보다는 학교의 앞날만 생각한 무지한 담임에게 한방?!을 먹이신 것도.
(난 이 부분이 젤로 통쾌했다... 아이의 미래는 뒷전이고 학교와 선생..자신들의 명예만 생각하는 빌어먹을..!!!!)
아이가 음악을 시작하고 또 바이올린을 꾸준히 전공할 수 있는 전체적인 밑바탕에는...엄마의 노력이 없었다고는 할 수가 없다.
시험 일주일전에 아이를 붙잡고 공부를 시키셨다는 글에서... 보통 엄마가 아닌, 대단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고..
훗날 서울대에서부터...미국 유학 박사학위까지....그리고 딸의 독주회까지 독려하셨던..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열혈엄마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큰아이의 학교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할지..쩔쩔 매기만 하는데..참 부끄럽기도 하다.
저런 분이 보통엄마라고 칭하시면, 나는... 어찌 고개를 들고 다닐까 싶기도 했다..^^:

사위와 며느리를...내 자식들.이라고 칭하시며...
감사하다 여겨주시는 그 마음이..뭉클했다.
우리 나라가 그렇지 않은가..
'시'자가 들어가면 시금치도 먹기 싫어진다고들 하고..
처가와 뒷간은 멀리 있어야 좋다는..웃지도 못할 말들..ㅡㅡ;
서로 타인으로 살아오다, 가족이 되다보니...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이상향으로 인해 충돌하고....
서로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오게 되는 오해가 쌓여서 불신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 아닌 남.으로만 여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는 집들이..은근 많다.
나도 그런 사람들중 한 사람이고..그런 아픈 상황들을 겪다보니.....
김혜자님의 저 글들이..참...가슴 뭉클하고..누구보다 아팠다.
사위와 며느리를 어여삐 여기시고 아낄 줄 아시는 그 마음이..참으로 부럽고..또 그 집의 사위나 며느리들이 참으로
복되셨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하였다...

이 책 속에 자주 등장하시는 분...
김혜자님께서 고은님.이라고 부르시는.... "친정어머니"
항상 김혜자님의 뒤에는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친정어머님이 계셨었다.
그런 분이...내 곁을 떠나고 없으셨을때의 밀려오는 슬픔은....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나에겐 아직 살아계신 친정어머니이시지만, 언젠가..나보다 먼저 가실 분이시라는 것을 알기에..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 먹먹하고...눈물이 흐르곤 한다.
그런 분을 떠나 보낸...그 마음을...구구절절이 글로 담으신 마음이...참 감동적이였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보통.엄마로 살아가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열혈.엄마로 살아가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으리만치...
이 책 한 권에..저자이신 김혜자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저 평범할 수도 있고... 무던할 수도 있는 보통 한 가정의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읽어 내려가다보면..어느새 나도 모르게 끄덕이며 공감하고... 또 눈시울을 붉히는 이야기들 속에...
나도 모르게 풍덩..빠져들어서 내내 읽게 되었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엄마 또는 부모.라는 입장에서.... 평범한 우리네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고스란히 담아 내어..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였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보통 한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옅볼 수 있는 그런 책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