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쓰기
김성묘 지음 / 서울출판미디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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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겨울, 미군 병사 무죄 사건으로 온 나라가 분노했을 때 앙마라는 사람이 인터넷 모 게시판에 촛불시위를 벌이자고 글을 썼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시민 수만명이 촛불시위를 벌였다. 그 이후 촛불시위는 한국 시위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다른 나라 시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에서 좋은 글은 많은 사람들의 펌질로 순식간에 퍼지고 영향력도 상당하다.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서 글쓰기는 더욱 중요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이 시대 성공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능력으로 글쓰기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모니터 화면으로는 글을 한번에 볼 수가 없다. 계속 스크롤바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모니터도 종이 보다는 깨끗하지 않다. 즉 모니터로 글을 읽는 것은 책을 읽는 것보다 쉽지 않으므로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에는 가독성을 생각해야 한다. 경향신문 기자였던 김성묘씨가 쓴 "인터넷 글쓰기"란 이 책에서는 가독성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인터넷에서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제목은 감각적이고 핵심내용을 한번에 알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글 앞에 놓이는 전문은 읽은 사람이 본문을 읽고 싶도록 광고카피나 속담, 격언, 개인사례를 앞에 써 넣는 것이 좋다.


본문을 쓸 때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은 맨 앞에 놓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쓰는 게 좋다. 글을 쓸 때에는 능동태로, 한 문장에 한 가지만 담아야 한다. 중요한 내용은 볼드체로 하거나 밑줄을 긋는 것도 좋다. 글을 다듬을 때에는 주어와 서술어가 맞는지, 수식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책은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글쓴이가 기자출신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너무 기사 위주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쓰는 글은 여러 가지 이지만 이 책은 분량의 한계 때문인지(190페이지) 이 부분은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책 자체가 너무 기술 중심이서서 뭔가 글쓰기의 근본을 알려고 한 나에게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다른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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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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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세상, 그 중심에는 접속


박정희의 딸로 보수 이미지를 지닌 박근혜가 20대의 상징인 싸이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고작 검색사이트에 불과한 네이버와 엠파스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시장가치가 훨씬 높다. 사람들은 시디나 테이프를 사는 대신 mp3로 음악을 듣고 구멍가게 대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다. 세상은 10년 전보다 더 많이 달라졌다.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접속이다.


접속은 소유의 반대말이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소유는 부담스럽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유러피언드림"으로 세계 지적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한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으로 새로운 자본주의인 접속의 시대를 분석한다.




빨라지는 경제, 가벼워지는 기업

접속의 시대에 경제는 속도의 경제다. 시장은 너무나 빨리 돌아간다. 어떤 신제품도 6개월만 지나면 중고로 취급받는다. 기업은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많은 기업은 자신의 기관을 아웃소싱으로 바깥으로 돌린다.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기업 60% 이상이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나이키다. 나이키는 공장도, 기계도, 설비도, 부동산도 없다. 오직 마케팅과 연구디자인실만 있고 나머지 기관은 아웃소싱으로 세계 각지 중소기업에 돌렸다.


접속의 시대에는 기업이 어떤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있느냐가 중요하다. 언론사도 아닌 네이버와 엠파스가 포털사이트 뉴스로 여론을 만든다. 카메라 정보공유사이트에 불과한 DCINSIDE와 웃긴 자료를 보여주는 HUMORUNIV가 네티즌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검색사이트에 불과한 구글이 미국의 어떤 거대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높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접속의 시대에는 건물이나 기계같은 고정자산을 지닌 기업은 불리하다. 많은 고정자산은 빠른 환경에 적응하는데 방해만 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아이디어같이 무게 없는 자산이 많은 기업을 높게 평가한다. 고정자산이 9억 달러 밖에 안 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가치가 무려 850억 달러로 고정자산이 166억 달러나 되는 IBM보다 시장가치가 150억 달러가 많다. 기업, 철강, 화학기업보다 금융, 컨설턴트, 마케팅 기업이 시장가치가 훨씬 높다.




삶의 상품화와 사라지는 문화

기업은 많이 파는 것보다 고객과 영원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 유럽과 미국에 팔리는 많은 핸드폰 가격은 1달러밖에 안 된다. 그 대신 그들은 오랫동안 고객과 관계를 맺으려 하고 이런 관계에서 이익을 얻는다.

 

접속의 시대에는 인간의 모든 삶과 경험이 상품화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스릴이란 감정을 느끼기 위해 놀이공원에 가고 서스펜스와 감동을 느끼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 신기함과 경외감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하고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 초콜릿과 반지를 산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접속의 시대에 자본이 잠식하지 않는 삶은 없다.


이 책은 삶의 근본인 문화도 시장이 정복한다고 경고한다. 시장은 문화마저 상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장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문화는 자본이 만든 강력하고 자극적인 문화에 사라지고 만다. 할리우드 영화에 인디 영화는 전멸하고 거대 매이져 배급사가 전 세계에 수출하는 미국 음악에 수많은 각 나라 음악 장르는 사라진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영어 배우기로 얼마 안 되는 소수 언어는 사라진다. 세상에 모든 문화는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같아져 버린다. 지역문화는 점점 없어지고 전통문화는 오락물로 여겨지며 문화적 가치는 글로벌 시장의 잠식에 사라진다.




이 책이 말하려는 것.

이 책은 시장경제로부터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끝난다. 문화가 없으면 삶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문화보다는 우리의 삶이 상품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만…….


이 책은 5년 전에 나왔지만 우리 삶의 환경은 이 책대로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넓은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우리에게 어떤 통찰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희재씨의 훌륭한 번역도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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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세계를 뒤흔든 선언 1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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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언을 읽은 까닭



난 예전에 "동서양가치관의 비교"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강사님은 동서양의 고전 일부분을 읽어가며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고전 중에는 공산당 선언도 들어있었다. 난 비록 마르크스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때 읽은 공산당 선언이 꽤 인상깊어서 한번 제대로 읽어보려고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세계를 뒤흔든 선언의 씨리즈 4권중 하나로서 공산당 선언과 선언 전후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책이다. 쪽수는 170쪽 정도 되고 공산당 선언 원문은 50쪽 정도 된다.


공산당선언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첫번째 부분이다. 나머지는 자신이 주장하는 사회주의가 다른 사회주의보다 우월하고 우리와 뜻을 같이한 단체는 이러이러하다란 내용이다.





 

공산당 선언의 내용



사회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옛날에는 노예와 주인이, 농노와 군주가 계급투쟁을 벌였다. 어떤 계급은 멸망했고 어떤 계급은 권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프롤레탈리아트와 부르주아가 서로 겨루고 있다..


부르주아는 이제까지 아무도 엄두도 내지 못한 일을 했다.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큰 공장을 세우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던 커다란 다리를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직 이윤추구만을 ?아 프롤레탈리아트를 착취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재화로 바꾸고 모든 관계를 금전관계로 바꾸었다.


 몇번의 공황이 닥치고 부르주아는 공황을 이겨내려고 프롤레탈리아트를 더욱 착취한다. 점차 프로레탈리아트는 많아지고 부르주아는 점점 줄어든다. 프롤레탈리아트는 자신의 역사적 지위를 깨닫고 부르주아에 반항한다.

 

숫자가 훨씬 많은 프롤레탈리아트는 몇몇 안되는 부르주아와의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그들은 부르주아적 소유를 폐지한다(소유 자체를 폐지하는게 아니다). 부르주아의 몰락과 프롤레탈리아트의 승리는 둘다 피할 수 없다. 선언은 이렇게 끝난다. "프롤레탈리아트가 잃을 것이라고는 족쇄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선언 이후


 

연이어 이 책은 공산당 선언 이후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한다.  선언이 나올 때에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널리 알려저 선언은 성경, 코란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선언을 진리라 믿고 목숨까지 바치는 투쟁을 벌인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선언에 따라 혁명에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은 스탈린의 폭압정치로 바뀌었다. 중국을 장악한 마오저둥은 3년간의 대흉작과(2천만이 죽음) 악명높은 문화대혁명으로 ?겨나고 새로운 주석으로 뽑힌 등소평은 중국을 자본주의국가로 바꿨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마르크시즘 운동은 대부분 실패했다. 오히려 1950년에 마르크시즘과  헤어진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선언의 말을 가장 잘 따르는 역설을 보여주었다. 공산주의국가는 대부분 몰락하고 선언의 가치는 없어진 듯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선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신자유주의는 전세계를 휩쓸고 거기에 대항해 각 나라 NGO들은 나라를 넘어 서로 뭉치고 있다. 선언의 목소리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바뀌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꿈을 꾸게 한다. 그 꿈이 크든 작든 말이다.





 

그다지....


이 책은 공산당 선언을 둘러싼 배경을 잘 이야기했다. 중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와(마르크스는 땅딸막하고 가무잡잡해서 별명이 '무어인'이었다. 그는 얼굴에 콤플렉스가 많았다) 책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 책이 별로였다. 가장 중요한 공산당 선언 원문이 너무 어려웠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선언을 쉽게 썼다고 한다. 하지만 난 꽤 어려워서 중요한 부분은 몇번이나 다시 읽었어야 했다. 잠깐 다른 번역자가 번역한 선언을 읽어보았는데 그건 좀 쉬웠다. 아무래도 번역에 좀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선언의 배경과 선언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공산당선언'만 읽고 싶다면 다른 책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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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지음, 승영조 옮김 / 예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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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건 힘들다. 나도 지금 이 책 서평을 쓰고 있지만 서너줄만 더 쓰면 글이 안나올 것 같아 점점 두려워진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건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일인가? 20년동안 일반인과 작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는 이 책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말하기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 그냥 쓰면 된다. 종이를 펴고 펜을 들라. 그리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라. 중요한 건 마음속에서 들리는 비난의 목소리를 다 무시하고 멈추지 말고 써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글을 다 쓴 다음에는 꼭 글을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쓸 때 만큼은 자유롭게, 계속 써야 한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글쓴이는 글쓰기의 원칙 7가지를 말한다.

 

첫째, 글쓰기는 행동이다. 생각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둘째, 열정적으로 쓰라

셋째, 정직하게 쓰라

넷째, 재미로 쓰라

다섯째, 무조건 쓰라

여섯번째, 다작하라

일곱번째, 몰입하라

 

이 일곱가지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내용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난 이 책을 읽다 말았다(난 왠만하면 책을 다 읽는 편이다). 그 까닭은 첫째, 이 책이 너무 지루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글쓰기 조언보다 자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늘어놓았는데 난 이부분이 정말 지겨웠다. 둘째, 여기에 나온 내용은 내가 예전에 읽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란 책에 있는 내용과 대부분 겹친다. 난 저 이야기들을 이미 알고 있어서 이 책에 나온 내용이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 책이 글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 보다는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더 나은 것 같다. 뼛속..은 20년 전에 나와서 글쓰기의 교본으로 자리잡았고 또 많은 나라에 번역된 책이기도 하다. 솔직히 난 미국인 저자의 지나친 일본편향적인 생각때문에 뼛속..도 별로였지만 자유로운 글쓰기를 알고 싶다면 뼛속..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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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기술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차재호 옮김 / 서교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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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한다

 

지금 많이 팔리고 있는 책 중에는 류시화, 법정스님, 탁닛한, 달라이라마가 쓴 책같이 무소유나 용서를 강조하는 책이 많다. 난 이런 책이 싫다. 누굴 용서하란 말인가? 세상에는 용서받지 못할 놈들이 뻔뻔스럽게 돌아다니고 있고 오히려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 숨죽이며 살고 있다. 제주도민란학살사건이나 광주사태같은 현대사를 살펴보면 잘 알수 있다. 특히 나는 강간범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살인자에게는 사형을, 강간범에게는 거세형을"이라고 주장한 칸트의 말대로 난 정말 인간같지 않는 강간범들은 모조리 거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슨 무소유란 말인가?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무시받는 세상인데! 느긋하게 살라고? 그러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이런 책을 읽고 감동한 사람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난 저런 책은 삶을 힘겨워 하는 현대인들에게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하다는 환상을 주는 최면제와 비슷한 역활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저 글쓴이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건 아니다. 법정스님은 한때 부패한 불교를 맹렬히 비난하셨다. 탓닉한 스님은 미국에서 반전과 평화운동을 하셨고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해방을 위해 전세계를 떠돌아다니신다. 그리고 현대학문에서도 그분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행복은 바깥 환경보다는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논란이 되고 있지만 신경신학에서는 온 세상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적 경험을 뇌촬영으로 증명해버렸다(위 내용을 알고 싶으면 'flow'(미하일칙센트미하일)나 '신은 왜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가'(앤드류 뉴버그외)를 보길 바란다). 

그래도 난 이런 책들을 보면 솔직히 좀 쏠린다. 이건 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와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란 프로그램을 정말 싫어한다. 이런 것들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내 속은 뒤틀린다. 아무튼 나같은 사람에게는 사랑하라, 용서하라 같은 입에 발린 조언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차가운 조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스페인의 대 문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쓴 "지혜의 기술"을 소개한다.

 

 

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일은 절벽 위에 서서

다른 사람이 등을 떠밀어 주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

 

이 책을 쓴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은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작가로 세상을 차갑고 날카롭게 보았기 때문에 기독교에 미움을 받은 사람이다. 그가 이 책을 내자 교단에서는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200년 후에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을 "소중한 친구처럼 당신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주는 책" 이라고 말했고 니체는 "유럽에서 발간된 책 중, 이 보다 분명한 인생지침서는 일찍이 없었다"라고 했다.

그럼 무엇때문에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이 책을 칭찬했는가? 그건 바로 이 책에 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랑하라, 작은 것에 만족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말을 아껴 남에게 약점을 잡힐 빌미를 제공하지 마라" "지혜를 인생의 길잡이로 삼아라. 요즘 세상은 너무나 혼탁해, 거짓으로 자신을 치장한 자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다"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즉 이 책은 처세술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가르쳐준다.

이 책의 문장은 매우 수려하고 날카롭다. 내가 이 책을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은 이 책의 가치를 깎아먹는 짓이다. 난 이 책에 담긴 원문을 직접 소개하겠다.

 

 

"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일은 절벽 위에 서서 다른 사람이 등을 떠밀어 주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30쪽"

"언제나 본심대로 솔직하게 행동하면 남에게 속아서 기선을 빼앗기고 따돌림을 당하고 만다-33쪽"

"직업상 관계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찾는 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혜로운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택하는 기술이다-40쪽"

"남을 돕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좋지만 도리어 그 때문에 괴로움과 고민의 씨앗을 자신이 품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는 마라-67쪽"

"요모조모 따져보아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절대로 행동으로 옮기지 마라-89쪽"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남들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119쪽"

"자신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뛰어난 친구는 사귀지 않는 편이 좋다. 이름이 알려진 뒤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과 함께 다녀라-139쪽"

"입이 가벼운 사람은 겉봉이 뜯어져 버린 편지와 같다. 맘만 먹으면 누구든 들키지 않고 비밀을 캐낼 수 있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말이다-166쪽"

 

 

무슨 책을 살 것인가

이정도 소개라면 이 책이 어떤지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겹친 내용도 많고 좀 뻔한 내용도 보이기는 하지만 잘 읽어서 나름대로 소화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 가득한 날카로운 문장을 읽다 보면 온 몸을 찌르는 무엇인가를 자주 느낄 것이다.

한가지 이야기할 게 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번역본은 우리나라에 정말 많다. 제목도 "인생을 보는 지혜" "지혜의 기술"  "성공을 위해 밑줄 긋고 싶은 말들" 같이 모두 다르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두행숙씨가 번역하고 집사재란 출판사에서 나온 "인생을 보는 지혜"라는 책이다. 이 책은 13년전에 나온 책으로 발타자르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자 가장 권위있는 책이다. 발타자르의 책을 사려면 두행숙씨가 번역한 책을 사길 바란다. 나도 이 책을 사려고 했는데 서점에 없어서 차재호씨가 번역한 이 책을 샀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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