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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변하는 세상, 그 중심에는 접속
박정희의 딸로 보수 이미지를 지닌 박근혜가 20대의 상징인 싸이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고작 검색사이트에 불과한 네이버와 엠파스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시장가치가 훨씬 높다. 사람들은 시디나 테이프를 사는 대신 mp3로 음악을 듣고 구멍가게 대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다. 세상은 10년 전보다 더 많이 달라졌다.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접속이다.
접속은 소유의 반대말이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소유는 부담스럽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유러피언드림"으로 세계 지적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한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으로 새로운 자본주의인 접속의 시대를 분석한다.
빨라지는 경제, 가벼워지는 기업
접속의 시대에 경제는 속도의 경제다. 시장은 너무나 빨리 돌아간다. 어떤 신제품도 6개월만 지나면 중고로 취급받는다. 기업은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많은 기업은 자신의 기관을 아웃소싱으로 바깥으로 돌린다.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기업 60% 이상이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나이키다. 나이키는 공장도, 기계도, 설비도, 부동산도 없다. 오직 마케팅과 연구디자인실만 있고 나머지 기관은 아웃소싱으로 세계 각지 중소기업에 돌렸다.
접속의 시대에는 기업이 어떤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있느냐가 중요하다. 언론사도 아닌 네이버와 엠파스가 포털사이트 뉴스로 여론을 만든다. 카메라 정보공유사이트에 불과한 DCINSIDE와 웃긴 자료를 보여주는 HUMORUNIV가 네티즌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검색사이트에 불과한 구글이 미국의 어떤 거대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높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접속의 시대에는 건물이나 기계같은 고정자산을 지닌 기업은 불리하다. 많은 고정자산은 빠른 환경에 적응하는데 방해만 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아이디어같이 무게 없는 자산이 많은 기업을 높게 평가한다. 고정자산이 9억 달러 밖에 안 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가치가 무려 850억 달러로 고정자산이 166억 달러나 되는 IBM보다 시장가치가 150억 달러가 많다. 기업, 철강, 화학기업보다 금융, 컨설턴트, 마케팅 기업이 시장가치가 훨씬 높다.
삶의 상품화와 사라지는 문화
기업은 많이 파는 것보다 고객과 영원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 유럽과 미국에 팔리는 많은 핸드폰 가격은 1달러밖에 안 된다. 그 대신 그들은 오랫동안 고객과 관계를 맺으려 하고 이런 관계에서 이익을 얻는다.
접속의 시대에는 인간의 모든 삶과 경험이 상품화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스릴이란 감정을 느끼기 위해 놀이공원에 가고 서스펜스와 감동을 느끼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 신기함과 경외감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하고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 초콜릿과 반지를 산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접속의 시대에 자본이 잠식하지 않는 삶은 없다.
이 책은 삶의 근본인 문화도 시장이 정복한다고 경고한다. 시장은 문화마저 상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장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문화는 자본이 만든 강력하고 자극적인 문화에 사라지고 만다. 할리우드 영화에 인디 영화는 전멸하고 거대 매이져 배급사가 전 세계에 수출하는 미국 음악에 수많은 각 나라 음악 장르는 사라진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영어 배우기로 얼마 안 되는 소수 언어는 사라진다. 세상에 모든 문화는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같아져 버린다. 지역문화는 점점 없어지고 전통문화는 오락물로 여겨지며 문화적 가치는 글로벌 시장의 잠식에 사라진다.
이 책이 말하려는 것.
이 책은 시장경제로부터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끝난다. 문화가 없으면 삶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문화보다는 우리의 삶이 상품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만…….
이 책은 5년 전에 나왔지만 우리 삶의 환경은 이 책대로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넓은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우리에게 어떤 통찰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희재씨의 훌륭한 번역도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