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
이정우 지음 / 아고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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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에서 철학교수로 지내다가 철학계의 패거리주위에 환멸을 느껴서 교수자리를 내다던지고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로 있는 이정우씨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정리한 책이다.

 

위 저 두 줄은 정말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고작 학부생인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철학교수가 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일단 어떤 교수가 명예퇴직을 하지 않는 이상 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설사 자리가 생긴다 해도 같은 패거리들 끼리 자리를 나눠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정우씨는 어떤 패에도 속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 흔한(?) 해외유학도 다녀오지 않았다. 그는 순순히 실력으로 서강대 철학교수가 되었다.

 

이정우 선생님은 서양철학을 전공했지만 동양철학, 그 중에서 특히 기(氣)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서강대학교 재직시절에 기를 연구하려고 했더니 같은 학교 동양철학 교수가 비열하게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왜 내 전공(밥그릇?)인 기를 연구하냐며 말이다. 게다가 이정우 선생님은 새로운 사유를 하려 했는데 이것 때문에 같은 학교 철학 교수들과 빈번히 부딪혔다. 여기에 절망을 느낀 선생님은 고민 끝에 그 따기 힘든 철학교수 자리를 벗어던지고 철학아카데미에 갔다. 이 사건은 철학계에서 정말 유명한 일이라고 한다. 

 

이정우 선생님은 철학을 정말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그 어렵다는 들뢰즈 철학도 이정우 선생님은 쉽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난 선생님이 철학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리고 선생님은 철학책을 어떻게 읽는지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이정우 선생님이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선생님은 어렸을 때는 문학책을, 공과대학에 다닐 때에는 과학에 관한 책을, 철학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철학책을 주로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사유에는 문학의 감수성과 과학의 정밀함과 철학의 깊이 있는 사유가 섞여 있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무슨 책을 읽고 있으며 무슨 책을 쓸 것인지가 나온다.

 

난 이 책을 읽고 적잖히 아쉬웠다. 난 철학을 공부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철학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는데 여기에는 그런 내용이 별로 없다. 또 과학에 관한 부분은 어려운 수식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읽기가 정말 힘들었다. 

 

래도 내가 나름대로 관심 있는 철학자의 사유 흔적을 되짚어 볼 수 있고 또 괜찮은 책들을 더불어 알 수 있어서  그렇저렇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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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의 위기 - 화이트칼라는 자본주의로부터 어떻게 버림받고 있는가?
질 안드레스키 프레이저 지음, 심재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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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화이트칼라의 고생과 착취를 이야기한다. 뉴욕타임즈와 포브스에서 경제관련 기사를 쓴 질 안드레스키는 이 책에서 지금 미국 화이트칼라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화이트칼라의 모습


이 책에 나오는 보통 미국인의 삶은 믿기지 않는다.  핸드폰과 팩스같은 정보통신 기기 덕분에 화이트칼라들은 가정에서도 일을 해야만 한다. 아무도 잔업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해고의 공포 때문에 스스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심지어 주말과 공휴일에도 일을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은 아프지만 회사가 보험수당을 줄이는 바람에 병원에 함부로 가지 못한다. 비정규직은 점점 많아진다. 경영자들은 자랑스럽게 “공포야 말로 훌륭한 경영수단”이라고 떠벌린다. 고생한 화이트칼라는 다른 기업으로 가고 싶지만 그곳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행복한 것인가? 전혀 아니다. 1960년대 미국의 경제는 세계를 좌지우지했다. 많은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평생고용을 약속했다. 봉급은 점점 올라가고 보험과 복지수당은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와 일본, 독일의 추격으로 미국 경제는 점점 내려갔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자 미국 정부는 기업에게 합병과 근로자 해고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 시대 많은 미국인들은 매우 고생했지만 조금만 버티면 1960년대처럼 좋은 시절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다.


냉전이 지나가고 미국 경제는 점점 회복되었고 다시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회복의 열매를 결코 화이트칼라에 돌아가지 않았다. 기업은 철저하게 화이트칼라들을 배신했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여겨 더욱 쥐어짰다.


배신의 결과는 너무 썼다. 미국의 CEO들은 위기극복과 감량경영 이라는 이름으로 사원들을 마음껏 자른다. 남은 직원들은 떠난 직원들의 몫까지 죽어라 일을 한다. 화이트칼라들의 이런 고생 덕분에 기업은 성장한다. 하지만 화이트칼라의 실질 임금은 20여년 가까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보험수당과 연금수당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CEO봉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져만 간다. 아무도 직장과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다.직원들끼리는 암투와 경쟁이 벌어지고 직장에서 웃음은 사라졌다.

 

 

빈약한 대안. 한국은?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대안은 고작 ‘잔혹한 감량경영은 오히려 역효과가 아니 경영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느니 ‘화이트칼라도 어느정도는 뭉쳐야 한다’라는 정도로 보잘 것이 없다. 즉 저자도 이런 상황을 뒤집을 만한 희망이 별로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다.

미국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난 어설프지만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난 이 책을 읽고 생각했다. 역시 고시공부 밖에 길이 없는 건가? 안되면 공무원 시험이라도 기필코 붙어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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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최인수 옮김 / 한울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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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이 사람을 뒤흔든다

정자는 '논어'를 읽고 “손은 춤추고 발은 겅중겅중 뜀뛰는” 감동을 느꼈다. 부유한 중산층 주부인 배티 프리단은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을 읽고 격렬한 여성운동가로 바뀌었다. 어떤 책들은 읽는 이에게 전률과 소름끼침을 느끼게 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다.

 나는 저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난 만화책 기생수를 읽고 1주일간 알 수 없는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때 난 인간이 과연 동물보다 우월한지 생각했다. 난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읽고 인생은 권태와 고통이 되풀이되는 것이며 사랑과 행복은 보잘것없는 환상이란 사실을 알았다. 또 논어를 읽고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내가 이 책에 나온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책들은 내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런 책중에는 미하일 칙센트 미하일의 몰입에 대한 책도 있다.


난 2005년 2월에 몰입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고 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 책은 몰입하며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자 충만한 삶이라는 걸 가르쳐주었다. 난 이 책을 읽고 늘 몰입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몰입의 즐거움은 몰입을 다 가르쳐 주기에는 좀 얇았다. 그래서 난 몰입을 자세하게 풀어쓰고 연구한 flow란 책을 읽었다.

 

 

 

몰입은 행복이다

 

미하일 칙센트 미하일은 몰입이란 주제를 가지고 수십 년을 연구한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다. 그가 쓴 몰입에 대한 책은 우리나라에 3권이 번역되어 있다. 첫째는 몰입의 즐거움, 둘째는 몰입의 기술, 셋째는 flow란 책이다.

 

flow란 바로 몰입이다. 몰입이란 간단히 말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무언가에 빠져드는 경험이다. 어렸을 때 실컷 술래잡기를 하니 저녁이 다 된 것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몰입을 할 때에는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진다. 시간개념이 왜곡되어서 1시간이 1분과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몰입이 끝날 때에는 자아가 더욱 강해지고 기분은 충만해진다.


그럼 몰입을 주는 활동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는 그 활동에 규칙이 있다. 둘째는 규칙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을 배워야 한다. 셋째는 활동의 목표가 분명하다. 넷째는 그런 활동 자체가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몰입을 주는 행동은 제한이 없다. 일을 할 때, 책을 읽을 때, 성관계를 맺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독방에 감금되는 극단적인 상황에도 몰입을 느낄 수 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에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규칙을 알고 기술을 익힌 다음 그 일을 수행하면 몰입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미하일 교수는 말한다. 몰입이야 말로 행복이다. 다른 것은 감각적인 쾌락이다. 그러므로 인생 전체를 하나의 몰입의 흐름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잃어버렸어ㅜㅜ

 

난 이 책을 몇 번이나 다시 볼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행복이란 바로 내가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같잖은 자기계발 서적과는 차원이 다른 깨달음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뀔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커다란 흐름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당분간은 이 책을 못 읽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정말 멍청하게도 학교에서 이 책을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25000원씩이나 되는 책을 잃어버리니 가슴이 참 쓰라렸다. 나중에 여유돈이 생기면 다시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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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성생활 - 21세기판 킨제이 보고서
자닌 모쉬-라보 지음, 정장진 옮김 / 이마고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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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신문에서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이라는 책 광고를 보았다. 거기에는 “아들의 친구를 유혹하는 여자, 남편 몰래 외도해 낳은 자식을 고집스럽게 키우는 여자,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가는 남편, 아내와 자식을 쏘아죽이고 자살하는 정신분석학자”라는 줄거리가 적혀 있었다. 좀 웃겼다. 도대체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삶이 프랑스적인 삶이라는 것인가?



이런 궁금증에 이 책이 조금 답변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자닌 모쉬-라보’라는 여성학자가 프랑스 당국의 지원을 받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프랑스에 살고 있는 140명의 사람들의 성생활을 조사한 보고서다. 언뜻 보면 킨제이 보고서와 비슷하다. 하지만 킨제이는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조사했지만 자닌 모쉬-라보는 심층면접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난 삽입해야만 쾌락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남자는 내 몸을 구석구석 애무했어요. 그래서 짜증났죠" 라는 생생한 목소리가 차고 넘친다.



그럼 이 책으로 본 프랑스인의 성생활은 어떤 것인가?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인 프랑스인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섹스를 하려면  먼저 둘이 사겨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맞추고 손을 잡고 키스하고 페팅을 하다가 섹스를 하는 것으로 난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저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 눈에 봐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바로 섹스를 한다. 그리고 점점 마음을 맞추어 가는 것 같다.


 


사귄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성 파트너는 여러 명 있을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걸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이들은 우리가 말하는 ‘원나잇’을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전직 비서인 48세 여성은 몇 명의 남자와 섹스를 했냐는 질문에 “정말 아무런 중요성도 없어 거의 기억조차 안 나는 만남도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내가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어요?” 라고 말을 한다.



그럼 프랑스 사람들은 평생 동안 몇 명과 섹스를 할까? 이건 사람들마다 다 달라서 딱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단 한명과 섹스한 어떤 주부도 있고 3000명(!)과 섹스한 스트립 댄서도 있다. 그런데 보통 20대 프랑스인 남자는 약 20명의 성파트너를 경험하고 여자는 약 4-5명 정도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남자들이 매춘부와 관계한 여자도 성파트너로 치기 때문에 이런 불균형이 생겼다고 한다.



프랑스인의 성생활 모습은 내 입을 딱 벌리게 한다. 이 조사에 답한 남자들 중에는 한명만 빼고 다 항문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경찰관인 30세 피에르는 “여성의 질보다 더 단단하고 좁아요. 그러니까 더 큰 쾌락을 줄 수 있죠. 게다가 접촉 면접도 더 넓어요. 그리고 또 덜 축축해요. 그래서 사정도 빨라요”라고 말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3명과 같이 하는 섹스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요트강사인 알렉상드르는 “그건 항상 흥분돼요. 항상 뭔가 충만한 느낌을 주지요”라고 말을 한다. 리베라시옹같은 신문에 공개적으로 "성파트너"를 찾는다는 광고가 버젓이 실리기도 한다. 이들에게 성에는 어떤 금기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관찰한 그룹섹스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부분은 차마 여기에 못 적겠다. 알고 싶으면 직접 읽어 보기를 바란다.

 

 

 

 

 

 

프랑스 성의 어두운 모습

 


우리에게 에이즈는 딴 나라 일에 가깝지만 프랑스인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다. 우리는 임신을 막으려고 콘돔을 끼지만 프랑스인들은 에이즈를 막으려고 콘돔을 낀다. 재미있는 점은 프랑스인들은 콘돔을 벗고 섹스를 하는 사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에이즈의 위험이 있는데도 상대방을 믿고 콘돔을 안 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뢰가 가득한(?) 사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책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게이들의 파트너 수는 보통 사람들보다 2-3배가 넘고 동거를 해도 3개월 이상 넘지 못한다. 레즈비언들은 한 사람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기 원한다. 프랑스는 이런 사람들을 병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도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고 부모들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고민한다. 또 연인과 길거리에 걸어가다가 종종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받는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남녀가 오래 사귀면 여자 쪽에서 먼저 아이를 낳기를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이 여자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면 무조건 피한다고 한다. 심지어 여자가 애를 배었고 낙태할 생각이 없으면 십중팔구 남자들은 헤어지자고 말을 하거나 잠적한다고 한다. 자유가 좋기는 하지만 프랑스 남자들은 너무 무책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에서도 1년에 5만 명 이상이 성폭행을 당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집단성폭행인데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발달한 프랑스에서도 집단성폭행을 당한 여자들 대부분은 신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에는 안-마리라고 3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를 인터뷰한 모습이 나온다. 마리는 성폭행을 당한 후 매일 모르핀과 약과 술을 먹어야만 했다. 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강간의 충격이 계속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일 신경정신과 의사를 만났고 정신병원에 세 번 입원했다. “나에게 그 사내들을 유혹한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죄의식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마리는 2년 만에 신고를 할 수 있었지만 경찰관의 무책임한 푸대접으로 마음고생이 더욱 심했다고 한다.







성은 다양해야, 하지만 존엄성은 지켜져야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맥심이나 여성지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보다 훨씬 풍부하고 다채롭다. 그리고 옳은 성, 바람직한 성이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무엇을 근거로 누구는 변태고 누구는 정상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신만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고 나쁘다는 것인가? 이 책은 이런 물음을 사람들에게 던져준다. 더불어 폭력적인 성, 잘못된 성, 규범과 억압으로 가득찬 성이 사람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 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에는 여기에 쓴 것 말고도 많은 내용이 나온다. 프랑스 남자들도 콘돔을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슬람 여성들은 코란의 규범에 따라 처녀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문섹스를 한다. 게이들이 원나잇을 하는 방법은 너무 쉽다. 게이들이 모이는 숲이나 집회에 가서 같은 게이에게 말만 건네면 된다. 프랑스 남자들도 자기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미치기 직전까지 간다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구하기는 힘들 것이다. 난 이 책을 사려고 했지만 품절되는 바람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인터넷에는 별별 거지같은 성 지식들이 진실인 양 판을 치고 이런 솔직하고 진실한 고백서는 사라지고 있는 지금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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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8-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서 항문섹스를 한다가 정말 압권이네요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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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난 이 책 제목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여성시대가 와도 여성들은 돈이 있고 학벌과 직업이 괜찮은 남자와 사귀려고 할 것이다. 이런 여성들의 요구에 남자가 맞추기는 정말 힘들다. 게다가 화장까지 하라고? 여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닌가? 어쨌든 난 이 정말 불쾌한 제목의 책에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진화론과 사회생물학의 관점에서 남성우월주의는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고 비판한다. 또 앞으로 여성시대가 올 것이며 여성시대에는 남자들도 가부장에서 해방되어 편안해진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최재천씨는 서울대 사회생물학 교수로 평소에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남녀평등이 옳다고 주장하신 분이다.

 

 

 

생물학적관점=여성>남성

일단 이 책은 페미니즘이 사회생물학을 오해했다고 한다. 페미니즘에서는 사회생물학이 유전자 결정론으로 남녀차별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사회생물학은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를 같이 생각한다.


오히려 사회생물학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수컷과 암컷이 생식행위를 할 때 자식에게는 암컷 유전자가 더 많이 전해진다. 그러므로 생물의 세계에서는 모계혈통주의만 있을 뿐 부계혈통주의는 없다. 더불어 암컷이 먼저 생겨났고 수컷은 암컷이 필요해서 생겨났다고 한다. 실제로 동물의 세계에서는 암컷만 사는 종족도 있고 수컷도 같이 있었지만 별로 쓸모가 없어서(?) 수컷을 없앤 종족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여성의 시대가 오는데 그 까닭은 거의 모든 사회분야에서 여성의 사고체계가 남성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뛰어난 언어감각을 지녔고 마음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며 순수하게 문화와 사회정의를 생각할 줄 안다.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진 정치는 오히려 여성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분야다.


그렇다면 여성의 시대가 오면 여성들은 남성들이 했던 것처럼 남성을 억누르고 탄압할 것인가? 이 책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한국이 가부장적인 나라라고 해도 지금 여성에게 당당하게 호령하는 마초같은 남자는 거의 없다. 오히려 남자들은 가부장의 책임이란 것 때문에 스스로 힘겨워 한다. 여성시대가 오면 남자들도 가부장의 멍에를 집어던질 것이며 오히려 책임을 여성들과 같이 나눠가지기 때문에 더 편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의 시대에는 돈과 권력이 있는 남자보다 여성의 마음을 알고 여성을 위할 줄 아는 미소년같은 사람이 여자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한다. 여성시대에는 이런 여성의 마음을 얻고자 남자들은 화장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책 제목은 이 부분을 따온 것 같다.

 

 

너무 좋게만 생각한 건 아닌지...

다 읽고 느낀 건데 이 책 말대로 여성시대는 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여성총리가 생기지 않았는가? 대학교에서도 남자들보다 여자들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다. 남성의 전문영역에서는 개척정신을 가진 여성들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을 쓴 스티븐 코비도 여성 CEO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난 이 책 의견 대부분을 인정한다. 나도 여성과 남성이 평등했으면 한다. 하지만 결론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1900년대 초중반에 어떤 유명한 경제학자는 2000년이 되면 사람들은 기계의 덕분으로 매주마다 25시간만 일할 것이며 남은 시간에는 여가활동과 문화생활로 풍요롭게 지낼 것이라고 했다. 물론 우리는 이 예언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성시대가 와도 남자는 가부장에서 해방되기 힘들 것이며 여성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한 내 의견은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더이상 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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