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In the Blue 2
백승선 / 쉼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지난 번엔 크로아티아로 내 맘을 사로 잡더니 이번엔 벨기에다. 벨기에라는 나라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생각나는 단어는 아멜리 노통브! 누가 소설 좋아하는 사람 아니랄까봐 다른 것은 생각 안나고 아멜리 노통브만 떠오른다. 그럼 다시 생각해봐라. 해서 곰곰 생각하면 땡땡의 모험이다. 그리고 고흐와 마그리트, 초콜릿?. 와, 이 정도면 정말 벨기에에 대해 많이 안다! 고 생각했으나 책을 펼치니 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특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도시라거나 그 나라의 특징이라거나 하는 것 조차 하나 없다. 하긴 이 나라가 어디쯤에 있는 걸까,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려보아도 그려지지 않으니 뭐.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벨기에라는 나라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사진이 멋져서일까, 아님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중세다운 건축물들 때문일까. 이런 나라가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멋져보인다면 그래서 이 나라는 꼭 가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면 이 책은 여행책으로써 성공한 셈이다.(아, 이 문장은 언젠가 써먹은 문장 같다.=.=;)

중세와 현대가 멋들어지게 잘 어울리는 벨기에의 도시들 중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운하의 도시 브뤼헤는 보자마자 반하고 말았다. 만약 내가 벨기에를 간다면 이곳엔 꼭 가보리라 속으로 다짐을 했다나. 브뤼헤를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거의 예술이다. 빨간 지붕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사랑의 호수' 주변의 푸르고 아름다운 풍경, 도시의 야경 속에 빛나는 브뤼헤의 상징 종탑, 풍차 언덕 위의 풍력발전기들마저 더불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또 50여개의 다리를 지나며 낭만적인 운하 투어를 맛볼 수 있는 배는 삼십여 분간의 여행을 황홀하게 만들고도 남음이란다.  

벨기에를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벨기에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 정말 초콜릿도 와플도 아닌 도시의 모습만으로도 이렇게 달콤할 수 있다니! 정말 달콤함이 내 몸 안으로 온통 번져버렸다. 어쩔 거나. 지금 당장 날아갈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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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오는 한 젊은이였다. 그는 분뇨 통을 앞뒤로 짊어지고 더러운 수건을 머리에 질끈 묶고, 혈색 좋은 아름다운 뺨과 반짝이는 눈을 하고 발로 앞뒤 무게에 균형을 잡아가며 언덕길을 내려왔다. 그는 분뇨 수거인-똥지게꾼-이었다. 작업화를 신고 몸에 착 붙는 감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다섯 살의 나는 이상할 만큼 그 모습을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아직 그 의미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어떤 힘의 최초의 계시, 혹은 어둡고 신비한 부름이 내게 말을 걸어 온 것이었다.(…) 나는 이 세상에 몸을 얼얼하게 만드는 어떤 종류의 욕망이 있음을 예감했다. 지저분한 몰골의 젊은이를 올려다보며 나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 저 사람이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말하자면 그의 직업에 대해 나는 어떤 날카로운 비애, 몸이 타는 듯한 비애에의 동경을 느꼈던 것이다. 지극히 감각적인 의미에서 ‘비극적인 것’을 나는 그의 직업에서 느꼈다. 그의 직업에서 ‘온 몸을 바치고 있다’고 할 만한 어떤 느낌, 혹은 자포자기적인 느낌, 혹은 위험에 대한 친근한 느낌, 허무와 활력의 어지러운 혼합이라고 할 느낌, 그런 것들이 흘러나와 다섯 살의 내게 번개처럼 들이닥쳐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에서 화자인 ‘나’가 분뇨 수거인의 모습을 보고 느낀 감정을 적은 글이다. 겨우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오래도록 ‘나’의 뇌리에 남아 ‘나’가 말하듯 ‘비극적인 것’을 느끼며 그를 사로잡는다.

살바도르 달리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나오는 영화 《리틀 애쉬》를 봤다. 달리야 워낙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인지라 알고 있었지만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시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닌지라 이날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도 영화를 한참 보다가 영화 속에서 꽤 알려진 시인으로 나오기에 그제야 ‘어머! 가르시아 로르카, 꽤 유명한 시인인가 봐!’ 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시인이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은 이렇다. 그 둘의 우정(!)이 남달라 젊은 시절 달리를 이야기 할 때면 같은 기숙사에 있었던 달리와 로르카, 그리고 호모를 무진장 싫어하던 루이까지 세 사람의 이름이 거론된다. 로르카는 <살바도르 달리에게 바치는 송가>도 지었고, 달리는 로르카와 함께 로르카의 고향 카다케스로 가서 그곳에서 받은 영감으로 그린 그림도 많았다. 또 루이와 달리는 《안달루시아의 개》라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이 영화에서 루이는 동성애혐오자로 나온다. 그가 의심은 하면서도 인정은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로르카가 달리에게 우정 아닌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달리를 꼬드겨(!) 함께 파리로 간다. 파리에서 그 둘이 만든 영화가 바로 <안달루시아의 개>이다. 초현실주의 영화인데, 안달루시아가 바로 로르카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로르카는 그 둘이 자신을 욕보인 거라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셋의 우정보다는 달리와 로르카의 미묘한 관계를 많이 묘사하지만 어느 누구도(동성애자인 로르카마저) 그걸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저 둘의 우정이 깊다는 정도로만 다들 알고 있었다고 한다.(물론 로르카는 알려진 동성애자였기에 그 우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다들 궁금했겠지만) 하지만 달리가 죽기 전에 쓴 자서전에서 로르카와의 우정이 아닌 사랑을 뜻하는 듯한 묘한 말을 남겨 영화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가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떤 식으로 다가오는 걸까? 잘은 모르지만 서두에서 적었듯이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통해 보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저 사람이고 싶다.’는 욕구가 동경(憧憬)의 대상이 되어 그 자체로 그 안에서 강화되고 발전하며 특이한 관계를 보인 것처럼 보인다. 그건 분뇨 수거인을 처음 본 ‘나’의 감정과 같은 느낌을 로르카 역시 달리에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리틀 애쉬》에서 로르카가 달리를 처음 본 장면은 이렇다. 어머니가 죽자 달리는 마드리드에 있는 왕립미술학교로 가서 천재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천재예술가‘가 꿈인 달리로서는 그가 지내게 될 마드리드의 숙소가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의 기숙사와 같은 분위기를 낼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단정하지 못한 단발머리에 마치 중세의 기사와 같은 복장으로 나타나 로르카의 시선을 받는다. 단정한 학생들 사이에 튈 수밖에 없는 달리의 복장은 그 후로도 그의 기이한 행동과 함께 자꾸만 로르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감정은 아니더라도 ’저 사람과 뭔가 통할 것‘이라는 느낌을 로르카는 가졌을 것이다.  


가면의 고백』에 등장하는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다만 어린 시절 인생에 대해 품었던 관념이 세월이 흘러도 흔들림이 없었을 뿐이다. 그것에 대해 미시마 유키오는 작품 속에서 화자인 ‘나’가 어린 시절 세 가지 요소로 인해 이성인 아닌 동성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을 하는데 그 첫 번째가 분뇨 수거인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잔 다르크다. 그림책에서 본 잔 다르트는 백마에 올라타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말은 사납게 코를 벌름거리며 늠름한 앞다리로 모래먼지를 박차고 있고 잔 다르크는 몸에 걸친 백은의 갑옷에는 아름다운 문장(紋章)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얼굴을 투구 사이로 내보이며 늠름한 자세로 칼날을 푸른 하늘로 치켜들고, ‘죽음’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아무튼 어떤 불길한 힘을 지니고서 뛰쳐오르는 대상에 맞서고 있었다. 나는 그가 다음 순간 살해될 것이라고 믿었다. 서둘러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살해된 그의 그림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림책의 그림이 무슨 겨를엔가 어느새 ‘다음 순간’으로 옮겨 가버릴 지도 모른다……”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잔 다르크를 완전한 남자로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뒤 간병인으로부터 잔 다르크가 ‘그’가 아닌 ‘그녀’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는 뭔가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인 줄 알았는데 그녀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기사(騎士)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지금도 내게는 여자의 남장에 대한 뿌리 깊은, 설명하기 어려운 혐오증이 있다.). 그것은 특히 그의 죽음에 대해 내가 품었던 달콤한 환상에 대한 잔혹한 복수, 인생에서 내가 만난 최초의 ‘현실이 떠안긴 복수’와도 같았다.”고 고백한다.

한마디로 남자인줄 알았던 잔 다르크가 여자라는 걸 아는 순간, 이후로 그 그림책을 팽개치고 손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가 밝히는 요소는 땀 냄새였다.

“병사들의 땀 냄새, 그 바닷바람 같은, 황금으로 달궈진 해안의 공기 감은 냄새, 그 냄새가 내 콧구멍을 사로잡고 나를 취하게 했다. 내 생애 최초의 냄새에 대한 기억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그 냄새는 물론 바로 성적인 쾌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병사들의 운명과 그 직업이 품은 비극성, 그들의 죽음, 그들이 보게 될 머나먼 나라들, 그런 것에 대한 관능적인 욕구를 내 안에 서서히, 그리고 뿌리 깊게 눈뜨게 하였다.”

그렇다면 가르시아 로르카 역시 ‘나’가 가진 요소와 같은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이 프로이트의 논리처럼 성심리 발달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의 결과일 수도 있고 말이다.

가면의 고백』에서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여자와의 관계에서도 ‘불능’을 보여주듯 뿌리 깊게 들어앉아 어린 시절의 관념이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동성애라기보다는 이상성욕에 관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틀 애쉬》에서 달리가 보여주는 행동은 어떻게 된 것일까, 접촉공포증에 걸릴 만큼 달리를 상처 입힌 원인은 무엇일까? 달리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으니 매우 궁금해진다.  

아무튼, 달리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의 관계를 매번 부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로르카는 <살바도르 달리에게 바치는 송가>를 지을 만큼 달리를 사랑했었다. 로르카가 총살당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던 날 달리가 보여준 기괴한 행동과 모습은 어쩌면 로르카에 대한 그 만의 화해방법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해 달리는 ‘타임즈’에 얼굴이 실렸단다.

가면의 고백』을 쓴 미시마 유키오는 이 책이 워낙 사실적인지라 이 책으로 인해 ‘동성애자’로 오해받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년의 미시마가 몰입했던 우익사상에서 천황에 대한 ‘심정(心情) 속에 동성애적 요소가 짙게 느껴진다고 하니 『가면의 고백』에서 보이는 동성애적 성향은 어느 정도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을 지도 모르는 그런 성장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두 이야기를 연이어 읽고 보면서 재미있었다. 그들이 동성애를 했든 안 했든 그런 것보다 화가로서, 시인으로서,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드러낸 그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이나 달리와 로르카의 《리틀 애쉬》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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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부터 갑자기 세계문학전집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전집을 봐도 관심도 없었는데 여기저기 계속해서 전집이 나오니 자꾸만 눈이 돌아간다. 눈이 돌아간다고 해서 살 것도 아니면서 괜히 침만 발라놓는다. 어떤 친구의 말처럼, 생일날 그 전집을 통째로 선물 받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와우! 그만큼 친구가 많다는 소리? 설마? 제일 적은 권수의 시리즈를 말한다.) 하지만 그걸 사놓거나 선물로 받아놓고선 읽느냐 말이다. 읽을 리가 없다. 책이 그것들만 나오고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래 전에 울 엄마 아빠들이 전집으로 사두었던 세계문학 작품들 부모님이 읽는 것 한번도 못봤다.(물론 안 그러신 부모님들도 계시겠지만^^;) 우리 부모님을 보면 그냥 폼이다. 그러고 보면 전집이란 꽂아두고 흐뭇해하는 장식용품밖에 안 된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10권짜리 <세계명작산책>을 싼 값에 득템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책꽂이 맨 윗쪽에 잘 올려두기만 했다.-.-;; 근데 단편집이 또 나왔다. 창비. 아, 갈등 때리는(!) 상황! 내가 그것들을 다 살까, 안 살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해서, 

이 참에 세계문학전집을 찾아봤다. 보면 볼수록 사고 싶은 책들이 많지만 그것들 중에서도 유독 내 눈을 괴롭히는 것들로 다섯 권을 골랐다. 이 정도면 생일날 선물 받아도 되겠다 싶다. 물론 그때까지 마음이 안 변한다면 말이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아, 다섯 권만 고르려고 했는데 최근 것부터 검색하다보니 자꾸만 클릭하게 된다. 이 중에서 가장 궁금한 책은 마지막『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이다. 요즘 <아마존의 눈물>이 눈에 밟히고, 얼마 전에 본 <아바타>도 그렇고, 서구세력의 유입으로 몰락해가는 아프리카 부족 마을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 지 궁금하다. 비슷하게 어린이 그림책 중에 『토끼들』이라는 존 마스든 지음 숀 탠 그림의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문득 떠오른다. 같이 엮어보면 재미있겠다. 그리고 존 치버의 『왑샷 가문 몰락기』, 좀 웃기지만 가끔 친구들이나 작가들의 강추에 읽어보지는 않고 이름만 듣고선 그 작가의 책을 무조건 사는 경우가 있다. 바로, 존 치버가 그 경우 중 한 사람이다. 언젠가 정이현 작가가 강추했던 게 기억이 나고, 친구 여럿이 『불릿 파크』라는 책을 추천했는데 책꽂이에 꽂은 채 아직도 읽지 않았다. 그의 단편 「기괴한 라디오」만 달랑 읽었다나. 좋기는 정말 좋았지.

 

2. 웅진 펭귄클래식 

 

역시 고르다보면 끝이 없다. 펭귄클래식이 나오자 무조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표지만 보고도 사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 전집이 바로 펭귄 클래식 시리즈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샀냐고? 달랑 한 권이었다.-.-;; (난 전집에 관심이 없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사지, 꽂아두고 싶은 책은 안 산다. 진짜? 집에 있는 읽지 않은 그 많은 책은 뭐람?=.=) 근데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전집이 붐을 이루며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이것들 사두면 멋지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암튼, 위의 것들은 그 중에서 읽어보고 싶다고 찜한 책인데, 역시 맨 마지막에 보이는 저 책에 유독 눈길이 간다. 『인상과 풍경』, 스페인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여행산문집이다. 그게 누구냐고?  사실은 나도 몰랐다. 하지만 지난 주에 본 영화 <리틀 애쉬스>에서 달리를 사랑한 시인으로 나왔다. 나름 굉장히 유명한 시인이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에 대해 검색을 하다보니 이 책이 걸렸다. 『인상과 풍경』시가 아니라 여행, 그것도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고 쓴 산문집이며 로르카 문학의 거의 모든 요소들이 담겨 그의 탄생을 알리는 서곡이라고 한다. 가르시아 로르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아마도 세계문학전집의 바람은 문학동에서 불어온 게 아닌가 싶다. 전집이 나온다는 얘길 어쩌다가 알게 되었는데 문학동네 직원도 아니면서 문학동네 책을 좋아하다보니 문학동네라면 좀 뭔가 다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며 학수고대하던 시리즈였다. 그래서 내 집에 있는 세계문학전집 들 중에 민음사의 세계문학과 열린책들 세계문학을 제외하곤 세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전집이다. 아직 이후로도 책이 계속 나올 거라고 하는데 책꽂이에 꽂아둔 책 말고 갖고 싶은 책들을 골라봤다. 그 중에서 『위대한 개츠비』에 눈 돌아가신다. 처음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받았던 감동을 뭐라고 할까. 미국의 문학들은 이상하게도 그다지 읽고 싶어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고선 첫사랑에 목숨 건 한 남자의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하여 정신놓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김영하 작가가 번역을 했단다. 현업 작가의 번역이라면 좀더 문학적일 테니 어떻게 번역했을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1984』, 그렇다. 아직도 못 읽고 있다. 하루키의 『1Q84』3권이 나오기 전에 읽어봐야 할 터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두 권의 책이 모두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에도 들어 있는데 굳이 문학동네의 책이 궁금한 것은, 왜 일까? 

 

4. 열린책들 세계문학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제일 많은 세계문학 시리즈는 열린책들일 것이다. 예전에 나온 것도 세계문학이라는 타이틀로 개정되어 나오고 있으니 읽은 책도 그렇고, 집에 있는 읽지 않은 책들도 열린책들이 가장 많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은 정말이지, 소설에 표지따위는 아무거나(!) 만들던 그 시기에 오로지 열린책들의 표지와 서체만이 눈에 들어와 열린책들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사 모으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외국소설를 읽었다 하면 대부분은 열린책들이었던 게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여기저기서 많은 외국소설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중적인 외국소설을 찾을 때는 일단 열린책들부터 검색해보곤 한다. 위의 책들은 세계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개정되어 나온 책들이다. 『그리고 죽음』이나 존 스타인 벡의 『의심스러운 싸움』같은 것도 열린책들의 소설시리즈 중에 하나였었다. 이 책들 중에서 가장 궁금한 책은 『몰타의 매』이다. 여기저기에서 이 책의 제목을 들었고 추천을 받았기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한데 아직도 구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 탐정 소설이라고 하니, 하드보일드에 약한 나로서는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서 읽게 되면 다르지 않을까, 싶다. 문득 『몰타의 매』를 읽고 몰타로 떠난 김경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 생각난다. 맞다. 김경의 글을 읽고 몰타가 가고 싶었다. 물론 『몰타의 매』를 읽고 가야지. 

 

5. 창비 세계문학 

 

다른 전집들이 장편인데 반해 창비의 세계문학은 나라별로 뽑은 단편모음집이다. 위의 전집들 중 가장 늦게 뛰어든 셈인데, 장편이 아니라 단편이라 그 희귀성에 일단 한표! 창비에 앞서 『세계명작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이문열 작가가 주제별로 모은 세계단편집이 있었다. 그 전집은 이문열 작가의 해석이 달려 있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달랑, 「기괴한 라디오」하나 읽었지만;) 근데 창비에서는 주제별이 아니라 나라별로 묶었다. 양장에 정말 전집 같은 포스를 느끼게 해준다. 표지가 예뻐서 그냥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들이라 읽은 단편이 많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읽어보지 못한 단편들도 많다. 장편에 비해 단편이 좋은 점은 시간날 때마다 하나씩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요즘 나는 일본의 젊은 작가들의 책이 아닌 나이 지긋한 노장 작가들의(혹은 이제는 세상에 없는) 책에 빠져 있다. 그러므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일본편이다. 이상하게도 고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나라가 딱 구분이 된다. 일본, 중국, 프랑스는 일순위이고 러시아나 폴란드, 독일은 이상하게 관심이 없다. 영국은 관심이 가는 단편이 있었고, 미국 역시 궁금한 단편이 있었으며 스페인을 책 제목이 나를 유혹!-.- 하여튼, 창비 세계문학은 전집으로 나두면 폼날 것 같기도 하다.^^;;; 

 

 6. 을유 세계문학전집

 

정혜윤과 김연수 작가의 추천으로 을유문화사의 『아우스터리츠』를 구입하며 알게 된 시리즈다. 을유문화사에서 전집이 나온 것을 어렴풋이 기억은 했지만 책들이 대부분 무거워보여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대중적인 너무나 대중적인 나의 취향 탓이라고 말하겠다. 그런 점에서 대산세계문학도 비슷하다. 이 책 중에선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이 제일 궁금하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라고도 하는데 문명과 야만, 인간의 어둠을 파헤친 작품이란다. 또 궁금한 것은 펭귄클래식에서 선택했던 스페인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집이다. 시를 잘 모르긴 하지만 일단 관심을 둔 시인이기에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에밀 졸라의 『』은 당연히 선택. 무조건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 에밀 졸라이므로.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위에 고른 책들은 모두 사서 읽어봐야 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이런! 

 

7. 대산 세계문학총서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내고 있는 세계문학총서이다. 제목의 묵직함과 두께, 그리고 작가들의 이름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읽기가 주저해지기는 하지만 일단 읽어보면 깜빡, 넘어가는 시리즈다. 영화로 보고 책으로 꼭 읽어보고 싶었으나 책을 구입하려고 서점에 간 당시엔 딱 한 권의 『위험한 관계』뿐이었는데, 썩 그다지 사고 싶지 않은 서체와 표지와 기타등등. 그래서 구입을 하지 않았는데 대산 세계문학총서에 들어간 줄 알았으면 진작에 구입해서 읽을 것을 그랬다. 그리고 『우게쓰 이야기』는 일본 에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로 동명의 영화가 있다고 한다. 궁금해진다. 괴이하고 신비한 분위기의 몽환적인 작품이라니 일본 현대 괴기 소설들의 기본이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사무엘 베케트의 『몰로이』는 친구가 읽어보고 강추한 작품이다.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어내겠나 싶은 생각이 드나, 언젠가는 나도 베케트의 책을 읽어내지 않을까?^^;;  

 

이 외에도 민음사에서 최근에 나온 대중적인 문학들을 고른 <모던클래식>시리즈가 있다. '젊은 고전, 즐기는 고전, 미래를 향하는 고전'을 모토로 한다는 이 시리즈엔 인기가 있었던 외국소설들을 모던클래식이라는 시리즈 제목을 붙여 개정판으로 펴내고 있다. 코맥 매카시의『핏빛 자오선』이라든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그런 책이다. 또 문예출판사의 <세계문학선>이나 책세상의 <책세상문고 세계문학>도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너무 많은 곳에서 중복이 되는 책들도 있지만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전집을 꼼꼼하게 따져서 고르는 재미를 독자들은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은 전집이나 시리즈로 계속 출간되는 책이라면 무조건 모으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출판사들의 전집이나 시리즈 경쟁은 어쨌거나 독자들에게 대단한 유혹이긴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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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2-1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의 위대한 개츠비를 사면서 땡투를 누릅니다.
우와 어쩜 이렇게 다 정리를 하셨어요!
대단해요 ㅎ

readersu 2010-02-17 15:43   좋아요 0 | URL
그쵸? 잘했죠?ㅋㅋ
저 책들 다 사 읽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정리하게 만드네욤.
김영하 작가의 <위대한 개츠비>, 저도 빨리 읽어봐야 하는데 말이죠.^^;;
 
침대 밑에 사는 여자
마쿠스 오르츠 지음, 김요한 옮김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묘하게도 주말에 연이어 외로움에 찌든 남녀를 만났다. 타인과의 소통이 부재하는 삶을 살아가며 고독에 몸부림치던 남자들에 이어(<토마 귄지그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제목에서부터 어쩐지 '외로움'이 풀풀나는 이 책 <침대 밑에 사는 여자>, 그녀는 도대체 침대 밑엔 왜 들어갔을까? '훔쳐보기'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아니었어도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괜히 한숨만 나온다. 

언젠가 유투브를 통해 누군가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그 누군가를 찍은 동영상을 올린 남자가 있었다. 동영상을 봤을 때는 사실처럼 보였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의심스러웠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얼마 전에 뉴스에 오르내리던 초인종 옆의 이상한 표시 기사를 보며 괜히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이곳저곳 살피면서 혹시라도 누군가 들어왔다가 나간 흔적이 없는지 살펴보는 일마저 생겼는데 모르니 다행이지만, 침대 밑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생각조차하기 싫은 일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침대 밑으로 들어갔을까?  

호텔 메이드 인 린, 청소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을 만큼 청소를 좋아한다. 또 손님들이 나간 룸을 청소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룸을 나가기도 전에 들이닥친 손님을 피해 침대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잠시 숨어 있는 그곳에서 그녀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침대 밑은 그녀의 아지트가 되고 만다.   

어느 누가 상상이라도 할까, 호텔 침대 밑에 누군가 누워 있다는 사실을. 또 어느 누가 그 밑이 그리 편안하고 안식을 주는 지 알았겠는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자꾸만 자기 속으로 숨으려하는 현대인의 고독감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토마 귄지그의 책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유럽인들의 고독감은 어쩐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잘 살기 때문이 아닐까? 먹고 살기 힘들면 고독이니 외로움따위 느낄 틈이 없을 텐데, 내 생각일까. 아무튼 고독 남녀를 주말에 만나며 나도 하루종일 고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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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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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작가였다. 아멜리 노통브의 뒤를 잇는 작가란다. 노통브의 시니컬함을 알긴 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상은 유쾌한 이야기일 것이란 상상이었다. 하지만 표지의 그림이 홍보 문구의 "이제 당신 앞에, 남자의 마음이 속속들이 열린다."를 의미한다는 것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해했다. 맞다. 이 책은 남자들의 이야기다. 고독하고, 타인과의 소통이 두렵고, 무기력하며 자기중심적인 남자들. 내가 보기엔 하나같이 비정상적이지만 고개 돌려 찾아보면 주변에 한 사람 정도는 있을 법한 그런 인물. 고독한 남자 혹은 동물.   

독특한 소설들이었다. 모두 7마리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세상이 엿같다.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다 돌아오지 않자 '여자란 전부 우울증환자에 한심한 미친년'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사랑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는 욕구 불만의 사내, 엄마와 살며 주변의 모든 것에 짜증이 난 한심한 아들, 자신의 어리석은 신념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기구한 배우 등등 가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인간들은 지겹고 짜증나고 구역질나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힘이 든다. 딴엔 시니컬하게 잘난 척도 해보고 소심함을 벗어내려고 발버둥쳐보지만 뜻대로 되는 일조차 없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짐승 한 마리쯤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러운 쥐새끼의 눈을 가진 남자나 어딘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으며 우리 안을 맴도는 표범을 연상시키는 수상쩍은 남자, 무미건조하고 따분하여 스스로 벌레 같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본성을 드러내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나름의 욕구를 표출한다. 한마디로 메스껍다. 이렇게 살 맛이 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짐승(!)들을 보며 여자인 나는 자꾸만 헛 웃음이 나오는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작가 자신도 남자이면서 그런 남자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풀어나간 작가의 글 솜씨가 그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뿐.  

하지만 '뱃속에 뿌리내린 바오밥 나무만큼이나 커다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들의 삶을 엿보면서 안쓰러워지는 것은, 탈출구 하나 가지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지금, 바로,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한, 그들만의 발버둥이다. 가엾은 남자들, 그래서 그들은 고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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