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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에 사는 여자
마쿠스 오르츠 지음, 김요한 옮김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묘하게도 주말에 연이어 외로움에 찌든 남녀를 만났다. 타인과의 소통이 부재하는 삶을 살아가며 고독에 몸부림치던 남자들에 이어(<토마 귄지그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제목에서부터 어쩐지 '외로움'이 풀풀나는 이 책 <침대 밑에 사는 여자>, 그녀는 도대체 침대 밑엔 왜 들어갔을까? '훔쳐보기'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아니었어도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괜히 한숨만 나온다.
언젠가 유투브를 통해 누군가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그 누군가를 찍은 동영상을 올린 남자가 있었다. 동영상을 봤을 때는 사실처럼 보였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의심스러웠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얼마 전에 뉴스에 오르내리던 초인종 옆의 이상한 표시 기사를 보며 괜히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이곳저곳 살피면서 혹시라도 누군가 들어왔다가 나간 흔적이 없는지 살펴보는 일마저 생겼는데 모르니 다행이지만, 침대 밑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생각조차하기 싫은 일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침대 밑으로 들어갔을까?
호텔 메이드 인 린, 청소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을 만큼 청소를 좋아한다. 또 손님들이 나간 룸을 청소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룸을 나가기도 전에 들이닥친 손님을 피해 침대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잠시 숨어 있는 그곳에서 그녀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침대 밑은 그녀의 아지트가 되고 만다.
어느 누가 상상이라도 할까, 호텔 침대 밑에 누군가 누워 있다는 사실을. 또 어느 누가 그 밑이 그리 편안하고 안식을 주는 지 알았겠는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자꾸만 자기 속으로 숨으려하는 현대인의 고독감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토마 귄지그의 책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유럽인들의 고독감은 어쩐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잘 살기 때문이 아닐까? 먹고 살기 힘들면 고독이니 외로움따위 느낄 틈이 없을 텐데, 내 생각일까. 아무튼 고독 남녀를 주말에 만나며 나도 하루종일 고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