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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소년' 같은, 심보선 시인이 나온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 시 낭독회.
전날 늦게 잠을 자는 바람에 몹시 피곤하여 그냥 가지말까,
하다가 낭독 장소가 회사 근처라 그냥 가기로 함.
친구랑 만나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찾아간 곳. <문지문화원 사이>
8시가, 20분도 더 남았는데 꽉꽉, 메운 독자들. 심보선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들인가? 싶은^^
이날 낭독 시인은 네 명, 김소연, 심보선, 이민하,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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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다던 김소연 시인은 오늘 퇴원하고 오는 길이랬다.
그래서인지 첫 낭송의 목소리, 아픈 탓에 끝내줬다^^;
이민하 시인은 꽤나 동안이시다. 심보선 시인은 머리 파마했다.
김소연 시인 아파 병원에 있는 동안 문병 안 왔다고 티박(!) 받았다. 해서
마지막 끝내는 말에 심보선 시인이 말하기를,
친구가 하루라도 병원에 입원하면 꼭 병문안을 갑시다!(ㅋㅋ티벳소년, 까칠 ㅎㅎ)
그리고
유희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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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집이로다. 간만에 만난 시집. 이민하 시인이 읽어준 <해줄 말>이란 시.
낭송을 듣는 순간, 어 좋다! 하니 옆에 앉은 친구가 시들 다 괜찮아요. 한다.
유희경 시인이 말하더군. 닮고 싶은 시인은 심보선과 기형도라고.
낭송회가 끝난 후에 시집을 구입했다. 단돈 5,000원!! 5,000원의 값어치는 크다.
시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결코 편하지 않은 시라고 해도 그렇다.
"(…)언제나 그러하듯 슬픔은 완성되지 못한 채 낡아가는 집 같아서
사내는 붉어진 얼굴을 견디고 젖은 어둠이 흘러온다 어둠이 곧 촛불을 끌 것이다
한숨에도 흔들리는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_어떤 연대기
"(…)비밀은 비밀이어야 한다고 나는 돌멩이처럼 말했다 내 말이 굴러가는 소리
물이 흔들리는 소리(…)"_深淸
"(…)더 갈 수 없는 오늘을 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 손끝으로 당신을 둘러싼 것들만 더듬는다
말을 하기 직전의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 같은 것 마주 앉은 당신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여 주고 싶어서(…)"_내일, 내일
"(…)어쩌면 구름은. 그냥 보이는 것이고. 그저 나는 풀썩, 구름 위에 앉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풀썩, 풀썩,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_궤적
"(…)기억은 기억이 괴롭힌다 치마 아래 하얗게 일어난 보풀 같은 사람
뜯어낼수록 점점 더 많아지다가 버려지는(…)"_오늘의 바깥
이제 겨우 반을 읽었을뿐인데 이 외에도 맘에 들어온 시들이 많다.
내 스탈, 내 취향, 내 감성^^
어제 어떤 남자 분이 심보선 시인에게 그랬다.
아니, 누구이기에 내 마음과 꼭 같은 시를 썼냐고, 그렇게 느낀 사람이 어디 그 남자분 뿐이었겠어.
심보선 시인의 시는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일 걸.
근데 유희경 시인의 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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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말에 유희경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서명을 받으실 분은 이쪽으로 나오세요." 푸핫, 친구에게 서명이래, 하며 웃었다.
그래서 시집 사서 서명(!) 받았다.
날 보더니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이런 말은 내가 꽤나 흔한, 지극히 평범한 인상이라는 건가?
글씨를 하두 작게 쓰길래, 글씨가 참 귀여우세요. 하니
못 써서 그렇단다. ㅋ
한동안은 또 유희경 시인의 시집을 읽느라 시간 보내겠다.
짬뽕이란 단어는 어떻게 발음해도 슬퍼지지 않는다
단단히 묶인 팔자 매듭처럼 풀리지 않는 숙취는
이토록 웃기다 거진, 습관이란 게 그런 거지만,
물에서 짬뽕 국물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새인지 비행기인지 모를 것이 떠 있는 하늘에서
뭐가 내릴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날엔 내게 없는
아내가 식탁에 앉아 펑펑 쏟는 눈물을 보고 싶다
(…)_맑은 날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진짜, 웃기는 짬뽕일세.
(짬뽕이란 단어는 아무리 써봐도 슬퍼지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