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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마야 ㅣ 시공 청소년 문학 20
코슈카 지음, 이정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참 무거운 소설이다. 선뜻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읽어보라고 권했다. 어리둥절 알듯모를듯한 표정만 짓는다. 하긴,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으니 이런 일을 어떻게 상상이나 하겠어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에서 히로미는 어머니에게 어릴 때 죽은 누나 대신으로 취급받으며 성장한 탓에 비정상적인 인물로 성장한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정신적 학대를 받아온 아이들은 반드시 그 스트레스와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성장한다. 그랬을 때 과연 그 아이들은 제대로 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마야는 열세 살의 키에 아홉 살의 몸무게를 가졌으며 생각하는 것은 애늙은이인 열여섯 살의 소녀다. 마야가 깡마른 이유는 음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거식증! 어떤 아이는 예뻐지기 위해 음식을 거부하고 또 어떤 아이는 살을 빼기 위해 일부러 음식을 먹지 않지만 마야는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음식을 거부한다. 그리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마야는 가출을 한다.
잘 키우던 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엄마도 이해가 된다. 그런 엄마의 행동을 잘 감싸주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밖으로 도는 아빠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마야는 무슨 죄인가? 나는 이 모든 것은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자라는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 마야는 다행히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가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마야의 가족들과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아빠와의 편지 왕래가 있지만 그것 마저도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십삼 년 동안의 세월이 어찌 가출과 편지 몇 통으로 회복될 것인가? 그렇지만 그럼에도 마야는 빛나는 눈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