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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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년 전에 읽은 바 있다. 서평도서로 받아서는 훑어본다는 것이 그만 그 자리에서 두 권을 날름 해치웠다. 시간여행이라기보다는 '시간 여행 유전자(time-traveling gene)'라는 희귀한 병을 가진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을 그렸고 애절한 로맨스는 덤이었다. 헨리는 겨우 다섯 살의 나이에 시간여행을 경험하고 자신이 시간 여행 유전자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시간여행을 할 때마다 알몸이 되는 헨리는 그런 상황 때문에 소매치기, 도둑질, 주택 침입은 물론이고 때로는 폭력도 일삼는다. 경찰에 쫓기고 예측불허의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운명적 사랑인 클레어를 만나 위안을 삼기도 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질 줄 모르는 시간 여행자에게 사랑이라니! 하지만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헨리와 클레어에겐 상관 없다. 시간의 차이 따윈 그들에게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항상 바로 지금,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헨리와 클레어는 자신의 딸이 똑같이 '시간 여행 유전자(time-traveling gene)'라는 병에 걸리는 걸 지켜봐야 한다. 헨리의 마음은 어떠할까, 아니 이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클레어다. 남편인 헨리의 그런 상황으로 인해 과거에서 현재에서 미래에서도 평생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딸마저 시간 여행 유전자에 걸려버렸으니. 그 어린 것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로 시간여행을 해야 한다니!  

SF따윈 지루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거나 그렇고 그런 진부한 사랑에 질렸다면 클레어와 헨리의 길고 긴 사랑에 동행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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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리플레이 판타 빌리지
켄 그림우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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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다. 43살, 아직은 죽을 나이가 아니지만 권태로운 삶과 숨 막히는 일상이 심장마비를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죽는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동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을까? 천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옥행? 한데 눈을 떠보니 어이없는 삶이 펼쳐진다. 스무 살로의 귀환(!), 전생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로 작가는 내가 존경에 마지않는 스티븐 킹의 『미저리』을 제치고 세계판타지상 대상을 수상했단다. 가끔, 아니 어제도 ‘스무 살’에 관한 글을 쓰면서 ‘스무 살’을 그리워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죽어서 전생의 ‘스무 살’로 되돌아간다. 이런, 행복한 작자라니! 하지만 과연 그게 행복한 일이기만 했을까? 당황스럽고 황당하기만 하다. 하지만 재생된 스무 살 이후의 삶은 어쨌든 처음 되돌아간 그 인생만큼은 새롭고 놀랍고 경이로웠다. 전생에서 해보지 못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을 되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하지만 그런 것은 잊었다. 이제 그에게 '가지 않은 길'따윈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 길을 가보기도 한다. 한데 전생을 잊을 만할 때, 전생의 그 죽음의 날에 그는 또 다시 죽는다. 다시 한 번 리플레이! 헉!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자, 이쯤 되면 그 아무리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유혹이 있더라도 더 이상의 재생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건 누군가의 조작인가, 아님 꿈을 꾸는 것일까? 어쨌든 그건 읽는 사람의 마음대로다! 믿든 안 믿든.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쓴 작가의 죽음이다. 그는『리플레이』의 후속 작품을 쓰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단다. 『다시 한 번 리플레이』의 제프처럼 라디오 방송국 뉴스 팀에서 일을 했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으며 은둔자적 기질이 있었단다. 문득 그가 전생에서 온 사람이 아닌가, 이건 실제의 일을 쓴 게 아닐까?  그도 어쩌면 이 생을 리플레이, 반복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이 소설의 화두는 "인생 별 것 없다"는 것. 앗! 스포일러 일지도 모름! (네 번의 반복으로 부자로, 자유럽게, 평범하게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 왔으나 처음 생과 비교했을 때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결국, 첫 생의 삶이, 고달프고 우울하고 짜증이 나도 제일 낫다는 것. 인생 서너 번 살아보니 그게 그거다. 별 것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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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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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오락가락하는 인터넷 선을 붙잡고 겨우 리뷰를 작성 올리는 순간, 에러가 났다. 제목만 나오고 내용은 날아가버린 것. 임시저장의 원고를 불러 올리다가 에러가 나면 그 글은 날아가는 줄 모르고 설마, 그대로 있겠지. 사무실에 와서 보니 헉! 그 황당함이란, 리뷰를 다시 써, 말어. 고민을 하다가 누가 리뷰 안 쓴다고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포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정말 아닌 책에 대해선 리뷰를 포기하더라도 괜찮은 책은 널리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억을 되살릴려니 그동안 읽은 책도 많고 ㅎㅎ 암튼, 내 맘엔 쏙 드는 소설이었다. 

신파적이다. 이전 작품 『모던보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유쾌한 내용이 아닌데도 경쾌한 느낌이 난다. 그건 왤까? 아마도 마릴린 먼로라는 배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의 속마음이야 어떻든간에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좋으니까. 또 불륜에 꽤나 신파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의 예상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게 짜증이 난다기보다는 그 시대는 사실, 그랬잖아.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난 이지민 작가를 좋아하나보다.ㅋ 지극히 옛스런 폰트를 보면서 살짝 웃기도 했으니까. 멋져, 나도 리뷰는 최소한 궁서체로 써야지. 뭐그런 생각도.

이지민 작가는 "비극의 시대를 산 여자와 비극의 인생을 산 여자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비극스럽기보다는 두 주인공 남자를 상상하니 흐뭇해진다. 이야기도 술술 넘어간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재치있는 문체들이 맘에 든다. 고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으련다. 읽어 보라. 그리고 1950년 전쟁 속에 살아난 한 여자의 비극적인 로맨스에 한번 빠져보시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단, 읽다가 박구용이 주인공일뻔 한 게 아니였냐고 묻지마라. 나도 깜빡 속을 뻔 했으니깐! 

사족, 이지민 작가와 티타임 가고 싶었다. 황금 같은 주말 그것도 강남만 아니었다면. 아, 안타깝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 가볼까 했는데 이번엔 우리 둘이 만날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그만 다른 약속이 생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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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커다오, 꽝꽝나무야 문학동네 동시집 6
권영상 지음, 신철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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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무심코 넘기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글이 있으면 그 책을 읽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고. 이 예쁜 동시로 가득한 책 역시 무심코 휘리릭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 시에 마음이 꽂혀버렸네요. 

은행잎 

노란 은행나무가
수만 개의
책갈피를 떨어뜨린다.

올겨울
수만 명의 사람들이
책을 읽겠다.
 

아이들의 동시가 이렇게 예뻤던가요? 누가 쓴 걸까, 궁금해하며 시인의 소개를 봅니다. 30년 동안 '곰삭고 속 깊고 폭넓은 시를' 쓴 시인이랍니다. 시인은 "날마다 밥을 먹는 일과 같이" "호흡하는 일을 잊어버리면 목숨을 잃듯 시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날마다" 시를 쓴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를 쓰지 않고는 못 사는 사이가 되었다."네요. 시와 못 사는 사이가 된 지 30년, 그 30년이란 시간의 깊이 만큼 이 예쁜 동시들을 읽는 제 마음도 깊어만 갑니다. 이번엔 이런 동시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강물에 돌을 던지며 

강물에
돌을 던진다.
강물이
풍덩, 운다. 

내가 던진 돌에 맞은
엄마마음이
꼭 저렇겠다.
 

이런, 어쩜 이런 시를. 내 마음을 들킨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한참을 읽고 다시 읽고 또 읽습니다. "강물이 풍덩, 운다." 그 말에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시인은 "화려한 말과 수사로 겉멋을 부리지 않아"도 동화적 상상력이 넘치는 시를 선 보입니다. 또한 한 편 한 편 소리내어 읽다 보면 이게 다 내 어린 시절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바람, 나무, 눈이 내리거나 햇빛 좋은 날, 엄마와 할머니, 아빠와 감자 캐던 이야기, 논둑길의 여름 풍경, 손톱 깎는 풍경까지 너무나 익숙하고 그래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그런 예쁜 시들입니다.  오늘 저녁 이 시들을 소리 내어 하나씩 다 읽어봐야겠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에 박자 맞춰 시를 읽으면 내가 시인이라도 된 듯,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이 우산 받어 

생쥐가  
소낙비를 맞습니다. 

자, 이 우산 받어. 

호박순이
호박잎 한 장을
쑥, 내밉니다.
 

덧, 아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들이 그대로 표현된 그림은 자유롭고 편안합니다. 꼭 아이들의 마음같이 예쁜 색들이 시와 참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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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리뷰해주세요.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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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자전거를 탄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쯤인 것 같다. 외삼촌네 작은 자전거를 빌려 혼자서 배웠다. 우리 어릴 땐 그랬다. 뒤에서 누군가 잡아줘서 움직이면 손을 놓아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씽씽카처럼 혼자서 한 발은 페달에, 한 발은 땅을 차듯이 타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안장에 올라타는 방법이었다.(아, 너무 긴 문장 말도 안 되고;) 며칠 동안 씽씽카처럼 타다가 처음 안장에 올라 앉았을 때의 기분이란, 뭐 기억 나진 않지만 어린 나에게 있어 세상을 얻은 기쁨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속 아홉 명의 자전거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가진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고나 할까. 나도 자전거라고 하면 할 말이 많은데 하면서.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을 말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자전거 예찬론자들의 자전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전거라 하면 두 발을 빼고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타보는 교통(!) 수단일 터, 누구나 자전거에 얽힌 사연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게 세발 자전거든 두발 자전거든 혹은 꽤 비싼, 이름도 모르는 자전거든 간에 말이다. 여기, 그 많은 사람들 중 유난히 자전거를 사랑하는 아홉 명의 라이더들이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를 말한다.  

자전거가 좋아 자전거 콘서트까지 기획한 델리 스파이스의 윤준호, 언젠가는 자전거 산문집을 낼 것이라 야심만만한 미술평론가 반이정, <퀵실버>의 케빈 베이컨처럼 한국에서 자전거 메신저로의 일상을 보여준 지음,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자전거 타기에 빠진 대중평론가 차우진, 보는 내내 어쩜 내 맘과 똑같은지 낄낄거리며 보았던 카투니스트 임익종의 바이시클 다이어리 속 자전거 사랑, 자전거 타기가 정말 재미있다며 우리나라 곳곳에, 다 돌고 지겨우면 일본을 중국을 달리고 아시아가 지겨우면 유럽까지 달려가겠다는 포부가 대단한 박지훈, 그리고 빌리는 자전거 프랑스의 벨리브에 폭 빠진 서도은, 친환경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며 어떤 자전거를 탈 것인가 고민이 많은 조약골, 자전거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 김하림까지. 모두 아홉 명의 자전거 예찬은 건강을 위해서도 취미를 위해서도 자전거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문득 내 곁을 스쳐간 자전거들은 그동안 몇 개나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임익종의 경험처럼 꼭 필요할 땐 안 보이고 필요하지 않을 땐 눈에 띄는 자전거. 그래서 누군가에게 줘버리고는 다시 또 사게 되는 것이 자전거 아니던가. 나처럼 자전거 예찬론자도 아니고 종류를 달달 꿸 정도의 마니아는 아니면서도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전거를 타면 건강에도 좋고, 혼자 공원을 가도 어색하지 않고. 가끔은 마트에 갈 때도 애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글에 나오는 그들의 자전거 예찬에 심히 공감이 간다.  

그나저나 자전거 이야길 하다 보니 펑크가 났다고 내게서 버림 받아 녹이 슬고 폐품이 된 채 자전거 보관소에 묶여 있는 내 가엾은 자전거가  생각난다. 날 원망하고나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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