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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지지난주 오락가락하는 인터넷 선을 붙잡고 겨우 리뷰를 작성 올리는 순간, 에러가 났다. 제목만 나오고 내용은 날아가버린 것. 임시저장의 원고를 불러 올리다가 에러가 나면 그 글은 날아가는 줄 모르고 설마, 그대로 있겠지. 사무실에 와서 보니 헉! 그 황당함이란, 리뷰를 다시 써, 말어. 고민을 하다가 누가 리뷰 안 쓴다고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포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정말 아닌 책에 대해선 리뷰를 포기하더라도 괜찮은 책은 널리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억을 되살릴려니 그동안 읽은 책도 많고 ㅎㅎ 암튼, 내 맘엔 쏙 드는 소설이었다.
신파적이다. 이전 작품 『모던보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유쾌한 내용이 아닌데도 경쾌한 느낌이 난다. 그건 왤까? 아마도 마릴린 먼로라는 배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의 속마음이야 어떻든간에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좋으니까. 또 불륜에 꽤나 신파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의 예상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게 짜증이 난다기보다는 그 시대는 사실, 그랬잖아.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난 이지민 작가를 좋아하나보다.ㅋ 지극히 옛스런 폰트를 보면서 살짝 웃기도 했으니까. 멋져, 나도 리뷰는 최소한 궁서체로 써야지. 뭐그런 생각도.
이지민 작가는 "비극의 시대를 산 여자와 비극의 인생을 산 여자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비극스럽기보다는 두 주인공 남자를 상상하니 흐뭇해진다. 이야기도 술술 넘어간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재치있는 문체들이 맘에 든다. 고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으련다. 읽어 보라. 그리고 1950년 전쟁 속에 살아난 한 여자의 비극적인 로맨스에 한번 빠져보시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단, 읽다가 박구용이 주인공일뻔 한 게 아니였냐고 묻지마라. 나도 깜빡 속을 뻔 했으니깐!
사족, 이지민 작가와 티타임 가고 싶었다. 황금 같은 주말 그것도 강남만 아니었다면. 아, 안타깝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 가볼까 했는데 이번엔 우리 둘이 만날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그만 다른 약속이 생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