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리플레이 판타 빌리지
켄 그림우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내가 죽었다. 43살, 아직은 죽을 나이가 아니지만 권태로운 삶과 숨 막히는 일상이 심장마비를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죽는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동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을까? 천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옥행? 한데 눈을 떠보니 어이없는 삶이 펼쳐진다. 스무 살로의 귀환(!), 전생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로 작가는 내가 존경에 마지않는 스티븐 킹의 『미저리』을 제치고 세계판타지상 대상을 수상했단다. 가끔, 아니 어제도 ‘스무 살’에 관한 글을 쓰면서 ‘스무 살’을 그리워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죽어서 전생의 ‘스무 살’로 되돌아간다. 이런, 행복한 작자라니! 하지만 과연 그게 행복한 일이기만 했을까? 당황스럽고 황당하기만 하다. 하지만 재생된 스무 살 이후의 삶은 어쨌든 처음 되돌아간 그 인생만큼은 새롭고 놀랍고 경이로웠다. 전생에서 해보지 못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을 되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하지만 그런 것은 잊었다. 이제 그에게 '가지 않은 길'따윈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 길을 가보기도 한다. 한데 전생을 잊을 만할 때, 전생의 그 죽음의 날에 그는 또 다시 죽는다. 다시 한 번 리플레이! 헉!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자, 이쯤 되면 그 아무리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유혹이 있더라도 더 이상의 재생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건 누군가의 조작인가, 아님 꿈을 꾸는 것일까? 어쨌든 그건 읽는 사람의 마음대로다! 믿든 안 믿든.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쓴 작가의 죽음이다. 그는『리플레이』의 후속 작품을 쓰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단다. 『다시 한 번 리플레이』의 제프처럼 라디오 방송국 뉴스 팀에서 일을 했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으며 은둔자적 기질이 있었단다. 문득 그가 전생에서 온 사람이 아닌가, 이건 실제의 일을 쓴 게 아닐까?  그도 어쩌면 이 생을 리플레이, 반복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이 소설의 화두는 "인생 별 것 없다"는 것. 앗! 스포일러 일지도 모름! (네 번의 반복으로 부자로, 자유럽게, 평범하게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 왔으나 처음 생과 비교했을 때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결국, 첫 생의 삶이, 고달프고 우울하고 짜증이 나도 제일 낫다는 것. 인생 서너 번 살아보니 그게 그거다. 별 것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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