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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 연작소설집
이시백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8년 8월
평점 :
가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고 너무나 재미있었을 땐 꼭 한번씩 판매지수를 살피게 된다. 그러고선 혼자 놀라워한다. 거의 대부분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수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책은 안 읽는 것일까? 혼자 안타까워하고 친구들이라도 얼른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 『누가 말을 죽였을까』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나조차도 모르는 작가라는 편견으로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책이다. 시간이 나면 읽어야지 하고선 매번 뒷쪽으로 밀어둔 책이었다. 먼저 읽은 친구가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책이라고 했을 때도 재미있나보다 했다. 한데 어느 날 무심코 몇 장 넘기다가 그 재미에 빠지고 말았는데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골 사람들의 생활상에 웃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 짠하기도 하며 어이없기도 하여 정신없이 읽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이 걸죽한 충청도 사투리인지라 고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사투리를 읽는다는 것만으로 고향을 떠올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줄곧 고향에 있는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의 대화를 생생하게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또 사건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처하는 어르신(!)들의 행동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현실적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가 농촌의 현실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고향에 내려가면 듣게 되는 아버지의 일상이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농촌이나 도시를 떠나서 우리 아버지나 엄마 연세가 되는 분들의 생활상 그대로이기에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정겹고,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빈틈없이 잘 짜여진 연작들을 읽으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도 같은데 그건 여느 작가들과 다르게 그가 이야기로 글을 풀어내기 때문인 것 같다. <전원일기>의 한 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아마 그래서인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이 여기에 이렇게 끝나버린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아직도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은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작가의 충청도 사투리 속으로 빠져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