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임기종료》를 2년전에 읽고 다음 작품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난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국 드라마 <24>의 새로운 시즌을 본듯한 기분입니다. <24>가 제작되는데 바탕이 된 작품이라는 소개를 보고 읽어서 그런지 계속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었는데 이야기 소재나 전개방식이 상당히 흡사해서 재미있었습니다. <24>를 보신분들은 비교하는 재미가 있겠고 못보신 분들은 이 작품을 통해 <24>가 대략 어떤 드라마인지 감을 잡으실수 있겠습니다. 2000년에 출간된 작품이고 <24>를 보신분들은 전개가 너무 익숙해서 좀 식상하다는 평이 있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만 비슷할뿐 벌어지는 사건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24>를 보신분들도 앞으로 무슨일이 벌어지겠구나 감을 잡으시겠지만 구체적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을 읽어나가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겁니다. 저도 <24>를 처음부터 최근 방영되고 있는 시즌8까지 모두 본 사람이라 자신있게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범들이 백악관을 습격하여 수십 명의 경호원과 직원들을 살해하고 건물을 완전히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작됩니다. 대통령은 아슬아슬하게 지하 벙커로 긴급 대피하지만 100여 명에 가까운 인질이 테러범들의 손에 억류되고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 사내가 투입되는데, 그는 바로 CIA의 대테러센터 비밀요원 미치 랩입니다. 대학 시절 테러로 여자친구를 잃은 후, 복수를 위해 대테러 요원이 된 미치 랩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이뤄낼 수 없는 엄청난 성과를 올려온 미국 최고의 살아 있는 살상무기라는 평을 듣습니다. 테러범들의 소굴로 변한 백악관으로 몰래 침투한 미치 랩은 워싱턴 고위층 인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벙커 속의 대통령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통령을 구하려는 자신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기를 바라는 내부인이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24>를 보신들은 익숙한 전개입니다. 테러가 일어나고 주인공이 출동하고 진압과정에서 내부의 적이 드러나고 안팎의 적과 상대하느라 고생하면서 결국 테러를 진압한다는 이야기. 후반부의 반전이 있는데 1998년에 개봉한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해서 참신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빠지면 섭섭한 것이죠. <24>는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긴장감을 유발해 이야기의 흥미를 돋구었지만 《권력의 이동》은 실시간 진행이 아니고 3일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24> 못지않은 재미를 느낄수 있게하는 이유는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설정과 장면들로 시작하여 결말에 이르기까지 빠른 장면 전환과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압축적이고 스피디한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고 무엇보다 너무나 현실적인 소재와 전개가 이 이야기가 과연 허구가 맞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미국의 정치구조에 대한 지식부터 미국 군 제도 및 FBI와 CIA의 체계와 실재했던 비밀작전들에 대한 심도 깊은 언급, 그리고 무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은 빈스 플린이 단지 긴장감 넘치는 플롯만으로 승부하는 작가가 아니라 전문성까지 갖춘 스릴러 작가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미치 랩 시리즈’는 현재 10편까지 출간되어 있다고 하는데 미치 랩이《권력의 이동》에서 10년간 기다려온 복수에 성공해서 다음편은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제발 다음권은 2011년이 가기전에 출간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