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 전2권 세트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덟살 난 소년은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시내에 있는 술집이란 술집은 죄다 돌아다니며 병뚜껑을 모았다. 그의 집 지하실에는 온갖 술병과 음료수병의 뚜껑이 쌓여갔다. 저녁에는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온종일 모은 병뚜껑을 펼쳐놓고 종류별로 나누고 숫자를 셌다. 그는 그렇게 해서 어떤 상품이 인기가 좋은지 알아내려 했다. 언제부턴가 그 대상이 돈으로 바뀌었다.

아홉살 되던 해 겨울, 눈이 내리자 소년은 누이동생과 함께 마당에서 놀며 눈을 한 움큼 뭉쳤다. 소년은 이걸 땅에 내려놓고 굴리기 시작했다. 어느 덧 큰 공 모양의 눈덩이가 됐다. 눈덩이는 점점 커지고 신이 난 소년은 이웃집 마당까지 눈덩이를 밀고 갔다.


‘복리(複利)는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서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끝에 가서는 정말 큰 눈덩이가 된다. 나는 열네살 때 신문 배달을 하면서 작은 눈덩이를 처음 만들었고 그후 56년간 긴 언덕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굴려 왔을 뿐이다. 삶도 눈덩이와 같다. 중요한 것은 습기 머금은 눈과 긴 언덕을 찾아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거부, 월스트리트의 제왕, 투자의 달인, 오마하의 현인, 가치 투자의 완성품. 온갖 수식어가 붙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그룹 회장의 전기 <스노볼>(랜덤하우스코리아)은 매우 두툼하지만 그의 비결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월가 애널리스트 앨리스 슈뢰더가 쓴 전기는 버핏이 세계 제일의 갑부이면서도 ‘현인’이란 호칭을 얻은 까닭을 여과없이 전해준다. 버핏이 오랜 세월 그토록 악착같이 거액을 모은 것은 돈이 생길 때마다 사회에 직접 주는 것보다 더 크게 불려서 나중에 되돌려 주는 게 최상이라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버핏이 위대한 것은 엄청난 부에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삶과 거액의 기부금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세우는 조건은 물론 돈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일체의 간섭을 포기해 세계 기부문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어서다. 그는 버핏이란 이름이 들어간 재단이나 장학금, 병원, 대학 건물을 지을 마음이 추호도 없다. 2006년 보유 주식의 85%를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은 이 때문이다.

버핏의 위대함은 ‘난소 로또’로 불리는 그의 철학에서도 엿볼 수 있다. 버핏은 자수성가했음에도 언제나 자기가 거둔 성공을 운으로 돌렸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1930년에 태어났으니까요. 태어난 바로 그 순간에 나는 복권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이른바 ‘신발 단추 콤플렉스’(한 분야에 해박하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을 뜻함)도 늘 경계했다. 전 세계의 어떤 기업가보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기업가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버핏의 전기는 ‘주례사 상찬’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버핏의 구술에 따라 쓴 자서전이지만 간섭이 일절 없었음은 물론 5년여 동안 250명에 이르는 관련 인물의 증언을 토대로 최대한 객관화한 평전이나 다름없다. 버핏은 저자 슈뢰더에게 주문했다. “내가 말하는 내용과 다른 사람의 말이 다를 때는 무조건 나를 나쁘게 말하는 쪽을 선택해 주시오. 아첨이 덜한 쪽으로 말입니다.”

그래선지 책은 버핏의 실수, 독특한 결혼생활 같은 아슬아슬한 치부까지 드러내 보인다. 그가 한때 워싱턴 포스트 회장이었던 캐서린 그레이엄에게 빠져 지내는 동안 아내 수지가 집을 떠나고, 수지가 보내준 친구 애스트리드와 동거하지만, 수지와는 공식적인 아내로 지내는 특이한 생활을 영위한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지만 너무 적나라한 탓인지 지난해 책이 출판된 뒤 버핏과 저자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기사가 지구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2권을 합하면 1840쪽에 달해 웬만한 책 5~6권 분량을 읽어내려면 꽤 많은 시간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 최고 투자 달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시간 투자쯤이야 아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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