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출간전부터 기대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출간 9개월후에 읽게 되었다. ‘현실’을 다룬 사회파 소설이면서 정통 미스터리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기쁘다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추천사처럼 설교나 고발이 되기 쉬운 무거운 소재를 반전을 가미한 오락소설로 완성해낸 솜씨가 최근 출간된 <고백>과 비슷하다. 우연히 소년법을 다룬 작품을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두 작품 다 훌륭해서 재미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커피숍을 경영하며 다섯 살 어린 딸과 둘만의 삶을 사는 히야마 다카시로 3인조 강도에게 아내를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의 범인들은 열세 살 중학생들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소년원행 처벌에 그쳐 많은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이후 깊은 분노를 품고 살아가던 히야마에게 경찰이 찾아와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4년 전 그 사건의 범인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없는 히야마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4년 전과 현재 일어난 살인 사건들의 의문점을 풀기 위해 조사를 해나가는데 누명 씌우기, 시간차 알리바이, 증거물 조작 등 다양하게 준비된 트릭이 빠른 스릴러적 템포 속에 차례로 펼쳐지며 뜻밖의 국면에 등장하는 숨겨진 범인과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반전까지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에게 딸이 살해 당한 싱글맘 선생님이 학생에게 복수를 하면서 시작하는 <고백>을 읽은 후라 전반부의 진행이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천사의 나이프>는 후반부의 반전이 강렬한 작품이라 끝까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백>이 복수와 소년범의 갱생에 초점을 맞춘다면 <천사의 나이프>는 유족의 슬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족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건 가해자 본인의 참회뿐이고, 아무리 스스로 갱생했다고 자부하더라도 가해자 가슴 속에 남은 그늘을 거둬 줄 수 있는 건 피해자의 용서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백>보다 <천사의 나이프>가 조금 더 긴 여운을 남긴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8만6014명이던 소년범은 2006년 9만2643명, 2007년 11만6135명, 2008년 13만307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도 국내에서 들려오는데 점점 흉악해지는 청소년범죄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 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이때 이 작품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