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죽어있다" 라는 만화 북두신권의 주인공 대사보다는 약하지만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라는 제목이 참 강렬하다. <13계단>과 <그레이브 디거>를 재미있게 읽어서 출간 전부터 기대하던 작품인데 일본에서는 전작만 못하다는 평이어서 조금 걱정했지만 역시 다카노 가즈아키로구나 싶을 정도로 전작들만큼 재미있었다. 이번 작품은 5편의 단편에 마지막 에필로그 1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편집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비일상적인 사건(죽음 같은)을 볼수 있는 야마하 케이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연결되는 연작집이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 스물다섯 살 생일을 맞아 미오는 가벼운 우울을 앓고 있다. 그렇게 번화가를 걷던 그녀 앞에 자신을 예언자라고 소개한 케이시가 ‘당신은 6시간 후에 죽어.’라는 말을 해 온다. 그리고 예정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둘이서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케이시가 연쇄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해 스릴을 준다. <13계단>과 <그레이브 디거>도 그렇지만 스릴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끝에 감동을 주는게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성격이 아닌가 싶은데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시간의 마법사 - 고된 생활 속에서도 방송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미쿠는 반복되는 실패에 좌절해 고향으로 떠난다. 그녀는 옛 집 근처에서 어릴 적 체험했던 기억상실의 원인과 만난다. 개인적으로 나도 어릴 적 기억상실을 경험해서 관심있게 읽은 에피소드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이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보호해야 된다는 설정은 백튜더퓨처에서도 나오지만 그리 재미있게 풀어내지는 못한것 같다. 감동과 환상소설로서 어느것도 충분한 재미를 주지 못하고 어중간한 느낌을 준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 내키는 대로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며 자유롭게 사는 여대생 미아. 호기심으로 찾아간 케이시라는 점쟁이에게서 ‘6월 X일엔 사랑에 빠져선 안 된다’라는 경고를 듣는다. 왠지 신경이 쓰이는 그날 학교에 가지 않고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사랑이 깊어지다가 남자가 이상행동을 하면서 케이시의 예언이 떠오르게 된다. 공포와 멜로 요소를 적절히 사용해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다. 마지막 반전과 함께 잔잔한 감동도 느낄수 있었다. 돌 하우스 댄서 - 댄서 지망생인 미호는 부단한 연습과 오디션 응모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실은 외딴 휴양지에 있는 ‘인형의 집 박물관’에 그녀를 쏙 빼닮은 인형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케이시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이 연작집에서 제일 튀는 에피소드다. 미호와‘인형의 집 박물관’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데 미스터리한 분위기만 계속 잡다가 좀 허무하게 끝난다.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 1편으로부터 5년이 흐르고, 케이시와 미오는 결혼식장에서 재회한다. 순간 화염 속에서 불타는 자신의 모습을 본 케이시, 그녀에게 자신이 죽게 될 것임을 고백한다. 그냥 결혼식장을 떠나면 살수 있지만 150명의 다른 사람들도 죽음이 예정되어 있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결혼식장에 남아 방법을 찾아간다. 1편보다 시간도 줄고 주인공인 케이시가 죽는다고 하니 긴장감도 2배가 된다. 점점 밝혀지는 죽음의 원인도 흥미롭고 1편의 결말을 뒤집는 반전도 재미있다. 미래의 일기장 - ‘나’는 골동품 가게에서 일기장 한 권을 구입한다. 일기가 몇 장 미리 써 있다는 말을 듣고 책장을 펼쳐 보니, 오늘 내가 한 일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에필로그 인데 미래는 예언대로 이뤄지는것이 아니라 내가 써나가는 것이라는 이 연작집의 주제를 짧게 보여준다.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에필로그다. 전체적으로 미래를 볼수 있는 주인공이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는 신선한 맛은 없지만 시간제한을 통해 긴박감을 줘서 몰입도를 높이는 점이 좋았다. 조금 애매한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다양한 재미요소와 스릴있는 진행이 만족스러웠다. 조금있으면 <그레이브 디거>를 읽은지 2년이 되는데 다음 작품을 빨리 읽을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