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

46번째 밀실 ㅣ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를 통해 팬이 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신작이다. 물론 원서 출간시기로 따지면 이게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보다 먼저 출간된 작품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 중 작가 아리스가와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데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다른 시리즈인줄 알았다. 이 시리즈를 두 출판사에서 나눠서 내는 것인지? 번역자도 다르고 해서 걱정된다. 한 시리즈는 같은 사람이 번역해 주는게 좋은데.

아무튼 작가 아리스가와 시리즈는 신본격 미스터리로 트릭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신본격 밀실 미스터리로 밀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밀실 트릭의 거장, 밀실에서 살해당하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미스터리 작가가 살해당하는 스토리다. 작가들이 습작기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던데 이 작가의 초기작(모든 시리즈를 포함해 5번째 작품)이라는 정보를 들어서 그런지 좀 서툴다는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다. 좋게 말하면 풋풋하다고 할까. 등장 인물들도 미스터리 작가, 편집자가 주를 이뤄서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들어낸다는 점에서도 기분 좋은 풋풋함을 느낄수 있다.

눈 덮인 고원 별장 성화장.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자신의 별장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밀실 추리소설계의 거장 마카베 세이치. 그는 올해 역시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모인 사람들 앞에서 “계속 같은 이야기만 쓰는 데 질렸다.”며 46번째 밀실 작품을 마지막으로 밀실을 졸업하겠다고 선언하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 밀실 트릭의 대가는 밀실 상태의 지하 서고 벽난로에 상반신을 들이박고 죽은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1층 서재에는 의문의 사나이가 마카베 세이치와 같은 모습으로 죽어 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밀실 작품으로 쓴 46번째 밀실 트릭에 의해 살해당한 것인가? 범인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가 풀어간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도 그렇지만 이 작품도 무거운 사건을 가벼운 캐릭터가 이끌어 감으로써 적정한 무게를 유지해 끝까지 읽게 만든다. 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 중에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읽다가 그만두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가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는 아리스와 까칠한 히무라의 대화를 통해 한 편의 만담을 듣는 듣한 즐거움을 줘서 유치하지 않은 품위를 유지시킨다.

17년전에 쓴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신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