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왓치맨』과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 견줄 만한 책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배트맨: 이어 원』이다.”는 소개 문구가 인상적이라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다. 사실 미국 히어로 만화는 유치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 영화 다크 나이트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배트맨 관련 만화를 찾다가, 내가 본 몇 안되는 미국 만화인 신시티의 작가 프랭크 밀러가 참여했다고 해서 더욱 기대감이 컷다.

그림을 프랭크 밀러가 아닌 데이비드 마주켈리 라는 처음 듣는 사람이 담당했다고 해서 별로인거 아닌가 했는데 역시 프랭크 밀러가 선택한 사람 답게 멋진 그림을 보여준다. 프랭크 밀러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정도로 실력이 좋고 그림체도 비슷한것 같다.

이 작품은 1986년 DC 코믹스가 자사의 간판 캐릭터들을 쇄신할 필요를 느끼고 슈퍼맨, 원더우먼 그리고 배트맨을 우선적인 쇄신 대상으로 삼았으나 배트맨은 그 자체로 훌륭했고, 기본 설정도 탄탄해서 배트맨의 기원을 바꾸지 않는 대신 좀 더 구체화하기로 결정해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배트맨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만든것이다.

20여년전에 만들어졌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촌스럽지 않은 이야기라는게 놀랍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자신의 내면에 쌓인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다소 복잡하고 반영웅적인 모습이라 그런것 같다.

〈배트맨 비긴즈〉라는 영화를 통해 배트맨의 기원에 대해서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만화에서는 그동안 배트맨 시리즈에서 짧게 언급되었던 배트맨의 기원에 집중하여 브루스 웨인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는지, 제임스 고든이 어떻게 배트맨에게 호의적인 경찰이 되었는지, 그리고 셀리나 카일이 어떻게 캣우먼이 되었는지 등등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보여준다. 특히 제임스 고든의 사적인 이야기와 독백을 브루스 웨인과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고 그가 조커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마지막 장면이 처리되는 등 고든에게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를 통해 들려주는 부패한 경찰 이야기는 신선한 맛은 없지만 여전히 현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뒤흔드는 면이 있다.

또한 본편에 앞서 프랭크 밀러의 서문과 마주켈리의 후기가 수록되어 있어 작품을 보는 맛을 더하고 있다. 특히 마주켈리의 후기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배트맨 만화와 드라마들에 대한 생각과 『이어 원』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부분들이 녹아 있는 4쪽짜리 만화, 꼬마 시절 처음 그린 만화인 〈배트맨 코믹스〉그림, 배트맨 시리즈를 맡으면서 그린 시안들, 프랭크 밀러의 대본을 만화로 구성해서 비교해 놓은 자료들, 연재물의 표지와 본문, 색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 등 40여 쪽에 달하는 미공개 자료들로 구성되어 배트맨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시리즈 팬에게 두루 유용해 보인다.

이 자료들을 통해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작가의 원래 그림이 어떤 디자인과 만나 표지가 되는지를 알 수 있어 만화 그리는데 관심이 많은 나에게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누군지는 모르지만 DC 코믹스 직원이 만든” 커피 자국까지 선명한 마주켈리의 원화를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조커의 등장을 암시하는 엔딩에 맞추어 조커가 등장하는 배트맨 시리즈가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