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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하드보일드라는 단어를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이 sf하드보일드 작품으로 불리는데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하드보일드가 뭔가 하고 찾아 보았던 것이다. 그 뒤로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찾아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소설로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가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작품으로 불리는데 오래전에 쓴 작품이라 그런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작품인 사립탐정 사와자키 시리즈가 발매 된다고 하여 몇달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의 매력은 주인공이 막장 인생을 살면서도 쿨하고 멋지게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예를 든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동료에게 죽임을 당하고 우주를 무대로 해결사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육체적으로도 강인하고 힘든 의뢰들을 해쳐나가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런 이미지가 나에게는 강하게 심어져 있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다 읽고 나니 내가 가진 하드보일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면서도 미스터리 요소를 포함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주인공의 과거에 대해 거의 언급이 안되 궁금하게 만드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유부녀와 여고생의 품어달라는 요청을 부드럽게 거절하는 쿨한 모습까지 20대인 나로선 상상할수 없는 40대 남자의 멋이 느껴진다.
도쿄 도심, 고층빌딩 외곽의 허름한 사무소. 오른손을 주머니에 감춘 낯선 사내가 탐정 사와자키를 찾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어떤 르포라이터가 이 사무소를 찾은 적이 있냐고 묻고는, 20만 엔의 현금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알 수 없는 의뢰인, 영문 모를 의뢰지만 다른 사건에 휘말리면서 뜻밖에 의뢰인과 엮이게 된다.
르포라이터의 실종은 당시 정계를 떠들썩케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관련 있음이 밝혀지고, 정치계의 어두운 부분이 파해쳐지며 피냄새나는 진상이 밝혀지게 된다.
읽으면서 작년 한나라당 경선 때 출간되었으면 더욱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피습 사건과 비슷한 내용이 작품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과 소설속의 결과는 다르지만 20년전에 쓴 소설인데도 현재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니 흥미로웠다.
데뷔 이후 20여 년 동안 장편소설로 단 네 권만을 발표했을 정도로, 한 문장 한 문장 혼신을 담아 써내려가는 작가라고 하는데 솔직히 문장이 더 대단하다고는 못느꼇다.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 더욱 빨리 써줬으면 하는 생각은 들었다. 이미 원작은 4권까지 출간되었지만 번역서 2권이 언제 출간될지는 알수가 없다. 게다가 요즘 출판시장을 보면 빨리 만나보기는 어려울것 같아 아쉽다. 부디 원서처럼 5년이 걸리지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