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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스티븐 킹이 ‘출간 소식을 접하고, 내 아이가 태어날 때 예정시간에서 한 시간, 두 시간 늦어질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며 그동안의 기대와 기다림을 토로했다는 광고 문구에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다. 최고의 작가인 스티븐 킹이 그토록 기대하던 작품이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또한 작가가 13년만에 새로 발표하는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치를 높였다. 집필기간만 5년이라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상상도 않된다. 그런데 작품을 읽어보니 굉장히 단순한 구정에 반전도 없고해서 왜 5년이나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품속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가 매력적이라 캐릭터 개발에 상당히 정성을 쏟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두 쌍의 미국인 커플이 멕시코 휴양지에서 무료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방금 친구가 된 독일인이 동생을 찾기 위해 버려진 폐허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황폐한 마야의 촌락을 지나 그들은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곳에 도착한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순간 총과 활을 든 마야인들이 폐허를 에워싸고 그들은 고립된다. 그리고 폐허를 지배하고 있는 식인식물에 하나씩 죽어 나가는 것이다.
이 식인식물이 공포를 유발하는데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다가 하나둘씩 사건을 일으키면서 점점 본성을 들어낸다. 식물이면서도 동물처럼 소리를 흉내내고 인간을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어 자포자기하게 만든다. 뒤에 가보면 이렇게 하지 않고도 그냥 잡아먹을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이렇게 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이 생물은 고대부터 존재한걸로 추측된다. 그리고 사람잡아 먹는것 외에는 다른 능력은 없다. 그러니까 유일한 일거리인 사람잡아 먹는것을 몇천년동안 해오다보니 질리고 좀 더 새로운것을 찾다가 인간을 공포스러운 상황에 몰아넣고 고통받는 모습을 즐기는게 유일한 즐거움이 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 생물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공포 소설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가 이성적으로 정확히 답이 나오는 존재일 필요는 없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납득했다.
작품은 새로운 희생자를 낳는 열린결말로 끝이 나는데 이게 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포자로 번식하는 이 식물이 도시로 퍼져나가는 상상을 하며 즐겼는데, 이 포자가 사람에 붙어 대도시로 퍼져가는것이다. 우선 충분한 물과 고기(쥐)가 있는 하수구를 점령하고 서서히 지상으로 뻗어 나오는것이다. 사람이 하나둘 사라지는 의문의 사건이 계속되자 원인을 찾아다 이 식물을 발견한다. 하지만 때는 늦어 이미 하수구를 점령한 식물은 처치할 방법이 없을정도로 거대해진 상황.
싸구려 2편 영화같은 상상이지만 이런 상상들을 유발할 정도로 이 작품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