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두달만에 읽게된 로버트 해리스의 신작이다

스탈린 사후 45년 만에 발견된 비밀노트 이야기 《아크엔젤》, 2차 대전의 히틀러 승리 이후를 묘사한 가상 역사 소설 《당신들의 조국》를 재미있게 읽어서 출간예정 소식을 들었을때부터 무척 기대하던 작품. 게다가 처음으로 현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소식에 기대감이 더했다.

역사 전문작가인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현대 소설의 소재는 바로 출판계와 유명인들에게 민감한 ‘대필작가’이다. 대필작가에 대해 막연히 문학분야외에 유명한 사람들이 책을 쓸때 도와주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대필작가의 작업과정이 자세히 묘사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전직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논픽션 작가이자 리포터로 활동했던 로버트 해리스는 일찍이 이런 출판계와 관련한 일들과 밀접했으니 생생하게 묘사하는게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유령작가가 소재라는 말을 듣고는 문학계에서 벌어지는 음모나 갈등을 그릴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전작들처럼 정치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냈다. 기대한 방향과는 달랐지만 재미는 여전했다. 작품의 매 장마다 유령작가라는 책의 일부분이 인용되는데 이게 실제 있는 책에서 발췌한건지 이것도 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령작가의 삶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해 인상적이었다.
 
줄거리는 연예인과도 같은 인기를 누리며 영국을 통치한 애덤 랭이 공직에서 물러나 국제 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의 인기가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 영국의 한 유명 출판사는 1천만 달러에 애덤 랭과 자서전 계약을 한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대필 작업 1년 후, 대필작가였던 마이클 맥아라가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은 단순히 자살로 추정한다.
 
한편 한 퇴물가수의 자서전을 대필하여 베스트셀러로 만든 나름대로 잘나가는 대필작가인 ‘나’는 맥아라의 죽음 후 그 후임자 자리를 제의받는다. 랭의 정치적 관점에는 동조하지 않지만 평소보다 10배많은 대필금액을 제의받은 나는 주위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랭과 함께 출판사가 작업실로 마련해준 미국의 한 외딴 섬으로 떠난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에 만족하던 즈음, 나는 죽은 맥아라가 숨겨놓은 ‘절대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 메시지를 따라 간다.

작품의 진행을 모든일이 끝난뒤 '나'가 지난날을 회상하는 조로 풀어가서 후반부에 '나'의 목숨이 위협받는 부분에선 어자피 '나'는 죽지 않겠지 하는 생각에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어서 긴장감이 살아나고 재미있었다.

초반에 펼쳐지는 대필작가의 작업과정이나 심리를 경쾌하면서도 리얼하게 그려 흥미롭고 중반에 등장하는 영국-미국에 얽힌 민감한 정치사적 비밀을 밝혀내는 주인공의 조사 과정이, 그리고 후반부에 주요인물의 정체가 들어나며 펼쳐지는 반전이 정치스릴러에서 기대할수 있는 충분한 재미를 준다. 또한 전임자가 쓰던 내비게이션에서 우연히 의문의 주소를 찾아낸 주인공이 웹사이트와 구글 검색을 통해 비밀의 중심에 다가서고, 끝내 핵심을 밝혀내는 부분이 현대적이라 재미있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로버트 해리스가 중요하게 다룬 것은 정치적 비밀이나 반전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투영한 글쟁이로서의 주인공의 심리다. 특히 비록 이름은 실리지 못하지만 화려한 작업물을 발표하며 자신감에 넘치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남은 단 하나의 자존심인 글쓰기에 대한 무기력함에 빠지는 과정은 작가가 마치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며 쓰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작품속에선 전지전능하지만 현실에선 그만한 능력이 없는 작가들이 느낄만한 자괴감도 느껴진다.

책 속의 등장인물인 영국 전 수상 애덤 랭이 바로 영국의 전 수상이었던 토니 블레어와 너무나 닮아 있어 화제가 되었다는데 나는 토니 블레어나 영국정치상황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그부분에서 느낄수 있는 재미는 못느꼇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런던 지하철 폭발 사건 및 랭이 주장하는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이라크 관련 자료의 조작 등은 실제 뉴스보도를 통해 들은적이 있어서 어렴풋이 현실이 반영되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더욱 재미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나는 스릴러로서의 재미만으로도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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