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당신들의 조국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당신들의 조국처럼 또 하나의 대체역사 소설이라고 하여 읽게 된 책이다.
하지만 당신들의 조국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꿔서 다른 세상이 된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와 거의 같으면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현재 시제에 맞춰 풀어낸 이야기였다. 비록 10년전에 쓰여진 소설이라 10년전 당시의 현재 시제에 맞춰져 지금 읽으면 옛날 이야기를 하는것 같지만 10년전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으므로 그냥 2008년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될것이다. 사실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아는것이 거의 없어서 어느것이 실제고 어느것이 허구인지 거의 구분할수 없어서 그냥 보통 소설처럼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아크엔젤-스탈린의 비밀 노트》는 1998년, 러시아 학회에 초대된 한 사학자가 스탈린의 임종을 지켰던 노인의 이야기를 녹취하면서부터 시작된다. 1953년 자신의 집무실에서 뇌졸중 상태로 발견된 스탈린 죽음에는 너무나도 비밀이 많았다. 공포정치의 화신으로, 너무나 많은 정적을 가진 까닭에 은둔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스탈린은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했고, 이에 집무실에서 쓰러진 이후에도 사람들은 그의 방에 접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때 지도자 스탈린의 죽음을 바로 곁에서 지킨 한 노인이 던진 메시지를 힌트 삼아 스탈린이 숨겨놓은 비밀의 노트를 찾아나서는 한 자본주의 사학자의 이야기다.

누구보다도 스탈린을 잘 알고, 누구보다도 스탈린의 사상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켈소는 스탈린의 비밀 노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깨닫는다. 한 시대를 지배한 광기의 이데올로기는 결코 몇몇 학자의 머리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스탈린, 나아가 소련이라는 거대 국가를 통치한 걸출하면서도 무서운 지도자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공포스럽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이데올로기가 변하더라도 대중의 머릿속에 남아 언제고 되살아날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묵직한 주제를 결코 적지 않은 페이지에 풀어내면서도, 로버트 해리스는 극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음모와 방해세력들. 켈소가 비밀 노트를 찾은 후에도 모든 비밀이 밝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역사적 지식이 있는 사람은 더 재미있겠지만 모른다 해도 스릴러로서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과거에 끔찍한 살육을 저지른 지도자를 아직도 존경하며 그의 사상이 재건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이 존재하는 러시아의 현실을 보니 과거 독재자를 꼭 닮은 대통령을 새로 뽑은 한국의 현실과 달라 보이질 않는다. 꺼꾸로 가고 있는 나라의 세태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적시에 출간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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