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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일본 신문·잡지 서평담당자가 뽑은 2007 최고의 책' 1위에 올랐다고 하여 관심을 갖고 읽게 된 책이다.
인간 심연에 자리하는 '악의'를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이라는데 나는 그보다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서로 너무나 외로운 인간들이 우연히 만나서 서로의 외로움이 큰 만큼 깊이 사랑을 하게 되는데 돌이킬수 없는 사건 때문에 결국 파탄난다는 정말 슬픈 사랑이야기다. 물론 살인에 얽힌 악인의 심리 묘사도 훌륭하다.
후쿠오카와 사가를 연결하는 263번 국도의 미쓰세 고개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는 살해되던 날 밤, 동료들에게 남자친구와 만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외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만나기로 한 상대는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자였다. 경찰은 그녀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대학생 마스오 게이고가 며칠 전부터 행방불명인 것을 알아내고 지명수배를 내리는 한편, 그녀와 문자를 교환하던 인물들을 상대로 조사를 계속해나간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인물들은 충격과 두려움에 위태로이 흔들린다.
범인이 일찍 밝혀지기 때문에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없다. 그보다는 범인의 심리 - 살인후 구토를 하고 두려움에 떨고 - 묘사가 뛰어나고 쾌락 살인마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어릴적 부모에게 버림받음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가진 남자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고통당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중반에 범인이 다른 사람인듯한 인상을 풍겨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데 중반 이후로는 완전히 밝혀지고 주인공의 도피생활이 시작되며 다시한번 긴장감을 조성하는 구성도 훌륭하다. 그리고 이 도피생활에서 가슴절절한 남녀주인공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만났다면. 그런 생각이 계속 들게하는 가슴아픈 두 사람이다.
끝으로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계속 영화 바이브레이터의 여주인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지 않은 외모와 젊지 않은 나이. 그리고 온몸에 퍼진듯한 외로움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닮았다. 트럭 운전수인 남자 주인공도 약간 비슷한 이미지고.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바이브레이터에 나온 배우들이 출연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