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은 나이 먹고 보니 별로 관심 없었는데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 하여 어떤 작품인가 관심이 생겨 읽었다.
1986년 여름, 수원 근처 한 마을, 열다섯 살 주인공 준호는 학생 운동권의 전설적인 존재인 형이 해외로 도피할 수 있도록 여권과 여비 등을 전달해 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는다. 약속 장소는 남도의 신안 임자도. 준호는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으나 느닷없이 같은 동네 친구 승주와 정아 때문에 여행은 엉망이 된다.
여기에다 정체 모를 할아버지와 루스벨트로 불리는 도베르만 개까지, 이 다섯 동행의 여행 모험담이 1인칭 화자 준호의 거침없는 입담과 유머에 실려 쏟아진다. 80년 광주에서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사는 준호, 가정폭력 때문에 응어리진 마음을 안고 있는 정아. 지방 대지주의 아들이지만 부모의 도를 넘은 간섭때문에 힘들어 하는 승주.
이 세 아이들이 무작정 낯선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며 온갖 우여곡절 끝에 삶의 비밀 하나를 손에 쥐게 되는 이야기다.
청소년문학인데 80년대 운동권 이야기가 배경이라 어둡고 고리타분한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시종일관 중학생인 주인공들의 그 나이대에 걸맞는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가 이어져서 어두운 숲속에 밝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작가가 그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워서 그런지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현실감과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확실히 80년대는 지금과 비교하면 활동적인 시대였던것 같다. 운동권이라는 말 그대로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시대였으니 말이다. 컴퓨터 앞에서 머리로만 인생을 그려내는 10대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물론 80년대나 지금이나 열심히 운동하며 사는 사람은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