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휴대전화를 없앴다.
-엄밀히 말하면 전화기를 없앴건 아니고,
약 7년동안 쓰던 번호를 버린거다.
어쨋거나, 중요한 것은 전화가 올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 휴대전화는 가족에게 급하게 연락할때나 쓰는
발신전용이다.-
어느날 잠을 좀 더 깊이 자기 위해서
자기 전엔 전화를 매너 모드로 해놨다가,
나중엔 아예 전원을 끄니 잠을 더 편히 잘수 있었다.
실제로 밤늦게 전화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항시대기'하고 있는 전화가기 켜져 있는 동안
나의 의식도 잠재적으로 항시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를 껐다 켰다 하면서, 점점 켜는 시간이 줄었다.
나중엔, 껐을 때와 켰을 때의 심리적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게 되었다.
7년 동안이나 한번도 변경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기를
24시간 켜두고 나는 무엇을 기다린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건, 세상사에 대한 집착의 냄새가 난다.
그것 때문이다.
받기 싫은 전화를 피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내안에 아직도 찌들어 있는 세상사에 대한 집착의 때.
그걸 좀 뜯어 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