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인터뷰] 사시사철 곁에 있는 밥 같은 장르로, 황금가지 픽션 팀장 김준혁
사시사철 곁에 있는 밥 같은 장르로, 황금가지 픽션 팀장 김준혁

# profile
1974년생, 황금가지 픽션 팀장. 황금 드래곤 문학상 1-4회 기획 및 운영, 이영도 및 스티븐 킹 소설 담당. 현재 황금가지에서 밀리언셀러 클럽의 기획과 출간, 카페 운영 등을 맡고 있다.
Q. 2004년 여름 출발한 밀리언셀러 클럽이 어느덧 40권을 넘어섰는데요. 아직 잘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 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밀리언셀러 클럽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랄까, 지향하는 지점, 차후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A. 밀리언셀러 클럽은 세계적인 인기 소설들을 엄선한 시리즈입니다. 기본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작품들이며, 추리, 호러, 스릴러 등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유명작들 위주로 편성하다 보니 이미 국내에 출간된 적이 있던 도서들도 다수 있었고, 현대 코드와는 잘 맞지 않는 고전 작품 때문에 시리즈의 신선함이나 주목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최신 소설들의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데니스 루헤인, 스티븐 킹, 기리노 나쓰오 등 주요 작가들의 차기작도 꾸준히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나 게임 등의 새로운 매체와 연관이 깊은 소설들이 시리즈에서 많이 선뵐 예정입니다.
이미 계약 도서 중 약 10여 편이 영화화 중이고, 이중에는 대형 블록버스터급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단순한 스토리의 고예산 영화화보다는 작품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니, 작품의 퀄리티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밀리언셀러 클럽은 국내 작가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시리즈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추리소설 편집자로 일하며 가장 즐거울 때는 어떤 때인가요?
A. 제 자신이 추리 소설 편집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도 정통 추리와는 조금 거리가 먼 편이고, 또 장르라는 것 자체를 강조하는 것을 피하는 성향이라서요. 하지만 가끔 도전적으로 나서서 계약한 소설이 주목을 받으면 무척 즐겁습니다. 예를 들어 <살인자들의 섬>이나 <나는 전설이다> 같은 작품들 말이죠. 계약 당시에도 이런 작품이 국내 독자들의 정서와 맞을까? 하는 의문부호를 이마에 열 개쯤은 그려넣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독서 취향이 궁금합니다. 입사 이전에도, 또 평소에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으시나요?
A. 입사 이전에는 딱히 취향이 있다면 판타지와 SF가 취향이었습니다.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었죠. 국내 순문학을 주로 즐겨 읽었고, 스티븐 킹의 소설은 나오는 대로 사보았죠. 모파상의 70년대 전집을 사서 기괴함에 빠져들기도 했고, 90년대 유행하던 하루키나 오사무, 제임스 패터슨이나 로빈 쿡, 마이클 클라이튼 같은 작가들 책도 즐겨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슐러 르 귄과 아이작 아시모프였던 것 같네요. 몇 년이 지나도 다시 펴보게 되는 책을 꼽으라면 그들 책이거든요. 그리고 굳이 독서 취향을 따지지 않아도 '추리'라는 건 모든 장르에서 재미를 주는 공통 주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만 봐도 기막힌 반전과 스릴, 추적, 추리가 넘쳐나잖아요. 그러니 평소 추리를 읽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느 책을 읽든 재미있는 책엔 항시 추리적 요소가 있다, 라고 할 수 있으니 평소에 추리적 요소가 든 소설을 즐긴다고 대답할 수 있겠네요.
Q. 지금까지 자신이 펴낸 책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있다면? 또는 작업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A. 회사 입사 후 전체적인 작품에서 꼽는다면 <폴라리스 랩소디 양장본>이 있습니다. 원가 7만 원에 2000페이지가 넘는 장르 소설을 한 권짜리 가죽 양장본으로 만드는 것은 입사 전부터 꿈꾸어 오던 것이고, 그걸 현실로 이룰 수 있었으니까요.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에서 꼽는다면 당연히 <살인자들의 섬>입니다.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를 만난 것도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 추리와 스릴러라는 장르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Q.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사실 <다 빈치 코드>나 <셜록 홈즈>의 흥행을 보면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반지의 제왕> 때 우후죽순으로 엇비슷한 작품들이 쏟아졌지만 '판타지'라는 장르를 출판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시키진 못했어요. 일회성 소설들도 쏟아지고, 일단 붐이 일어나니 비슷한 장르의 국내외 작가들 작품을 쏟아내서 장르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다보니 관심을 갖던 독자들이 외면을 하게 만들었죠. 지금도 비슷하다고 생각돼요. <다 빈치 코드> 때문에 '팩션' 소설들은 조금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여전히 추리나 스릴러 소설 등은 독자들의 관심 밖이죠. 판타지보다 나은 점이라면 대여점 수요를 통해 양산하지 않아 퀄리티를 현저하게 떨어뜨릴 일은 없을 테고, 좋은 작품들을 여러 출판사에서 꾸준히 출간하고 홍보하면 지금보다 추리소설 시장이 크게 확대되리라 믿어요. <다 빈치 코드>가 단초라면 진짜는 지금부터라는 거죠. 결국 여름에만 읽는 아이스크림 같은 장르가 아니라 사시사철 곁에 있는 밥 같은 장르로 만들도록 모두 노력해야죠.
Q. 올 여름 추천하는 추리소설은?
A. 밀리언셀러 클럽에서는 <팔란티어- 게임 중독 살인 사건>을 추천합니다. 이미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로 읽어본 분도 있겠지만, 국내 소설 중에 이만큼 흡인력이 좋은 소설은 흔치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개정판을 기획했던 이유도 작품성이나 재미가 외국 인기 소설에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판타지처럼 소개되었지만 사실은 스릴러와 추리가 잘 조합된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밀리언셀러 클럽 설문 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이 작품을 독자들이 추천한 것만 봐도 <팔란티어 - 게임 중독 살인 사건>이 얼마나 독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타사의 추리 소설은 <그로테스크>를 추천합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을 진행하려고 보았는데, 전형적인 추리 소설과는 판이한 진행 방식도 쇼킹하지만 작품 안에 담겨 있는 작가의 시선도 흥미롭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만큼 사회성도 짙게 깔려 있고요.
Q. 다음 출간 예정작을 독자 여러분께 자랑해 주셔요.
A. 밀리언셀러 클럽의 출간 예정작은 언제나 미리 공지를 하고 있습니다. 카페(http://cafe.naver.com/mscbook.cafe)에 방문하시면 진행 상황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가을까지 출간될 예정작 중 기대되는 작품이 몇 편 있습니다. 10월 전 세계 개봉 예정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신작 영화 '블랙 다알리아' 원작 소설, 데니스 루헤인의 대표적인 시리즈 작품의 두 편,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가 17인의 신작 단편집 4권, 스티븐 킹의 소설 <탐 고든을 사랑한 소녀>와 <스탠드>, <분신사바>의 작가 이종호씨의 보다 재미있는 공포 소설 <이프>, 러시아산 베스트셀러 <나이트 워치>의 후속편인 <데이 워치>, 제임스 패터슨의 여성 살인 클럽 시리즈의 2편인 <두 번째 기회>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