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한 슬픔은 어느날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강은교>

 

 

나는 간다.. 아침을 맞으러..

그 아침이 서둘러 어둠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아침엔.. 들고 있는 것들중

귀하지 않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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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의 방


똘배가 개울가에 자라는

숲속에선

누이의 방도 장마가 가시면 익어가는가

허나

인생의 장마의

추녀끝 물방울 소리가

아직도 메아리를 가지고 오지 못하는

팔월의 밤에

너의 방은 너무 정돈되어있더라

이런 밤에

나는 서울의 얼치기 양관(洋館) 속에서

골치를 앓는 여편네의 댓가지 빽 속에

조약돌이 들어있는

공간의 우연에 놀란다

누이야

너의 방은 언제나

너무도 정돈되어있다

입을 다문채

흰실에 매어달려있는 여주알의 곰보

창문 앞에 안치해놓은 당호박

평면을 사랑하는

코스모스

역시 평면을 사랑하는

킴 노박의 사진과

국내소설책들…

이런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누이야

이런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김수영>

 

내가 지금 애써 지키려 하는 것들..

더 이상은 훼손되지 않게 지켜내려는 것들..

그런 것들이..

지켜낼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이미 망가지고 뿌리뽑혀 나자빠진 것들..

그것들은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바로잡을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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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못할짓'이라는 말이 있다.
차마 어떻게..
그건 정말 못할짓이지..
사람이 어떻게 그래.. 라고 생각되어 지는..

그런데
나는 요즘에야 알았다.
세상에는 '못할짓'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못하는 사람'과 '하는 사람'이
'그걸 차마 못하는 사람'과 '능숙히 해치우는 사람'이 있을 뿐이란 걸..

차마..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 여겼던 일들을
누군가는 버젓이 하고 있다..
그래놓고
그것이 차마 못할짓 이라도 생각조차 못한다.
이미 해버린 일이어서 그런걸까?
여러가지 상황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걸까?
한때는 그들도 그걸 '못할짓'이라 생각했을까?

누군가를 죽이는 일..
누군가를 속이는 일..
누군가를 버리는 일..
그 과정에서 절박함이 아닌 계산과 얕은 바닥을 보이는 일..

나는 궁금하다..
언젠가 어떤 시험의 순간이 나에게 왔을 때..
나도 어쩌면 그 '못할짓'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건지..
그래도 끝내.. 다행히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고 살 수 있을것인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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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4-09-1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인간이면 못할 짓이라고들 하지만,
인간이니까 그런 짓을 하는 거겠지...
그저 불쌍한 종족들...
 

단 하루도.. 조금의 시간도..

아까워.. 초조해..

어떻게 넘길까.. 앞으로 한달을..

뭘 해야할까.. 뭘 하지 말아야 할까..

이 모든.. 무거움들..

이걸 어떻게 털어낼까..

차근차근 뭐든 풀어나가야하는데..

차곡차곡 가슴에 쌓여 나를 짓누를뿐..

어떻게.. 어떻게 이 시간들을 건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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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

그렇게는 안되겠다..

내일부터는.. 다음부터는..

이런 마음도 안되겠다..

9월 한달을 내게 남겨진 시간이라고..

그 마음을 바꿔 먹어야겠다..

막판 분위기.. 뒷 정리 분위기..

그 기류 때문에 마음은 더더욱 산란해 질 뿐이다..

 

지금 당장.. 움직이고 있지 않으면 그만큼 늦어질 뿐이라고..

오늘부터, 바로 지금부터,

후벼파인 생을 복구하는 시간. .


나에게 이제 내가 마음 써야할 ‘유종의 미’는 없다.

용감하고 새롭게 움직여야할 앞으로의 날들..

오늘은 여분의 날이 아니다..  남아 있는 나날들의 첫날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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