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방
똘배가 개울가에 자라는
숲속에선
누이의 방도 장마가 가시면 익어가는가
허나
인생의 장마의
추녀끝 물방울 소리가
아직도 메아리를 가지고 오지 못하는
팔월의 밤에
너의 방은 너무 정돈되어있더라
이런 밤에
나는 서울의 얼치기 양관(洋館) 속에서
골치를 앓는 여편네의 댓가지 빽 속에
조약돌이 들어있는
공간의 우연에 놀란다
누이야
너의 방은 언제나
너무도 정돈되어있다
입을 다문채
흰실에 매어달려있는 여주알의 곰보
창문 앞에 안치해놓은 당호박
평면을 사랑하는
코스모스
역시 평면을 사랑하는
킴 노박의 사진과
국내소설책들…
이런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누이야
이런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김수영>
내가 지금 애써 지키려 하는 것들..
더 이상은 훼손되지 않게 지켜내려는 것들..
그런 것들이..
지켜낼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이미 망가지고 뿌리뽑혀 나자빠진 것들..
그것들은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바로잡을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