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다네

그리고..

우리 중 몇몇은 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네


<오스카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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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줄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작자 미상(어느17세기 수녀의 기도)

 

그 수녀님 말씀 참 이쁘고 반듯하게 하신다..

하느님..저는요..

이런 좋은 말들 그때그때 잊지 않고 떠올리게 해주세요.

나중에 가슴 치면서 그럴 걸, 그랬어야 했을 걸 하지 않도록..

결정적인 순간에 떠올려 실행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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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04-2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퍼간당 ~ ㅋㅋ 회사 게시판에 올릴거얌.
 

 

     꽃밭을 바라보는 일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다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 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 주는 일 같네.


                  <장석남>



다음 생이 있다면..

레이스 달린 화사한 꿈도 마구 내 것으로 욕심내고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도 맘껏 해야지..

다음 생이 있다면..


지금은.. 생을 말려야 할 때..

습기를 머금지 않도록.. 습기에 젖지 않도록..

이미 썩은 부분은 잘 털어내고

나머지 온전한 부분이라도 지켜내야 할 때..

따뜻한 햇볕을 쬐어주고

부드러운 바람에 생을 말려야 할 때..


치명적인 병을 앓은 후의 회복기 환자처럼

조금의 피로함이나 조금의 복잡함도

피해가야 할 때..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

빨리 다음 생이 내게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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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04-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꾸욱~

루나 2005-04-2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난 이럴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질러~~~~
이 말은 물론 하나도 책임 못질 말임.
^-^

rainy 2005-04-2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은 행위 뒤에 온다'는 말이 있대.
뭐든 머릿속으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내가 당신 존경하잖아 ^^

당장 내가 질러야 할 것은 다름아닌
미용실로의 지름이라네..
[조경원]가게 되면 연락 하리다..
그러면 당신은 조퇴(!!!)를 지르고
배부른 아이스티를 함께 마셔줘야할 것이담 ^_____^
 

 

      그리운 꽃편지 1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데 없이 나를 가둡니


     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


     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피겠어요. 싫어


     요. 이런 날 나 혼자 꽃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산 보셔요.


     꽃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


     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 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김용택>

 


예전에 잡지일을 하는 친구가 봄과 관련된 시 몇 편을 소개해 달라고 물어 왔을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용택 시인의 시들이었다.

봄.. 꽃.. 사랑.. 그리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애닯지만 칙칙하게 않게, 무겁지 않고 화사하게 노래한 그의 시들은

봄마다 봄마다 지치지도 않고 새록새록 나에게 스민다.

사랑 따위는 남의 일 같기만 한 요즈음에도 말이다..

봄은.. 사랑없이도 숨막히고..

봄은.. 사랑 때문이 아니어도 나 혼자 견디긴 너무 힘이 든다..

나 혼자 꽃피긴 죽기보다 싫은 마음이 들게 하는 봄..

어서 가기를.. 서둘러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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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나비 소리를 내는 여자] 

그녀는 어제라면 당연히 웃음을 터뜨려야 할 순간을 놓치고는 신호를 잘못 받은 배우처럼 조금 늦게, 아주 조금 늦게, 별로 신경을 안 쓰면 그 지연된 순간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조금만 늦게, 그러니까 1초나 2초쯤 뒤늦게 웃을 때가 가끔 있었는데, 이제는 한 박자 놓치는 이 웃음의 횟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그리고 그 웃음의 길이도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짧아지는 중이었다.


그녀는 어디에선가 다른 곳에서 마음이 헤매고 있는 인상이었다. ---만으로는 아직 무엇인지 허전하고 미흡해서 다른 무엇인가를 다른 곳에서 몰래 찾고 있는 듯한 여자를 옆에 앉혀놓고...


“행복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그녀는 이 대답을 녹음이 늦게 나오는 영화에서처럼 한참 후에야 했다. 세석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대답에 너무나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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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글픈 그림이 그려진다.

다른 무엇인가를 다른 곳에서 몰래 찾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옆에 나란히 선 사람들..

"행복해?"라는 말에 표나게 힘없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

힘없는 그 끄덕임을 믿을 수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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