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 [나비 소리를 내는 여자]
그녀는 어제라면 당연히 웃음을 터뜨려야 할 순간을 놓치고는 신호를 잘못 받은 배우처럼 조금 늦게, 아주 조금 늦게, 별로 신경을 안 쓰면 그 지연된 순간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조금만 늦게, 그러니까 1초나 2초쯤 뒤늦게 웃을 때가 가끔 있었는데, 이제는 한 박자 놓치는 이 웃음의 횟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그리고 그 웃음의 길이도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짧아지는 중이었다.
그녀는 어디에선가 다른 곳에서 마음이 헤매고 있는 인상이었다. ---만으로는 아직 무엇인지 허전하고 미흡해서 다른 무엇인가를 다른 곳에서 몰래 찾고 있는 듯한 여자를 옆에 앉혀놓고...
“행복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그녀는 이 대답을 녹음이 늦게 나오는 영화에서처럼 한참 후에야 했다. 세석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대답에 너무나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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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글픈 그림이 그려진다.
다른 무엇인가를 다른 곳에서 몰래 찾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옆에 나란히 선 사람들..
"행복해?"라는 말에 표나게 힘없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
힘없는 그 끄덕임을 믿을 수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