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을 바라보는 일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다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 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 주는 일 같네.
<장석남>
다음 생이 있다면..
레이스 달린 화사한 꿈도 마구 내 것으로 욕심내고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도 맘껏 해야지..
다음 생이 있다면..
지금은.. 생을 말려야 할 때..
습기를 머금지 않도록.. 습기에 젖지 않도록..
이미 썩은 부분은 잘 털어내고
나머지 온전한 부분이라도 지켜내야 할 때..
따뜻한 햇볕을 쬐어주고
부드러운 바람에 생을 말려야 할 때..
치명적인 병을 앓은 후의 회복기 환자처럼
조금의 피로함이나 조금의 복잡함도
피해가야 할 때..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
빨리 다음 생이 내게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