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꽃편지 1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데 없이 나를 가둡니


     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


     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피겠어요. 싫어


     요. 이런 날 나 혼자 꽃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산 보셔요.


     꽃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


     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 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김용택>

 


예전에 잡지일을 하는 친구가 봄과 관련된 시 몇 편을 소개해 달라고 물어 왔을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용택 시인의 시들이었다.

봄.. 꽃.. 사랑.. 그리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애닯지만 칙칙하게 않게, 무겁지 않고 화사하게 노래한 그의 시들은

봄마다 봄마다 지치지도 않고 새록새록 나에게 스민다.

사랑 따위는 남의 일 같기만 한 요즈음에도 말이다..

봄은.. 사랑없이도 숨막히고..

봄은.. 사랑 때문이 아니어도 나 혼자 견디긴 너무 힘이 든다..

나 혼자 꽃피긴 죽기보다 싫은 마음이 들게 하는 봄..

어서 가기를.. 서둘러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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