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의 인간력
나채훈 지음 / 바움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여태『정관정요』를 읽어본 적도,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본 적이 없다. 다분히 강의시간에 이러이러한 책이고 그 내용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적나라하다, 고만 알고 있을 따름이다. 신하가 군주에게 다이렉트(?)로 직언을 서슴지 않고 그것을 너른 마음으로 군주가 새겨들을 말을 고려하고 살피어 백성과 나라와 자신을 위한 것으로 삼았다고.

 

『정관정요의 인간력』은 일명 ‘제왕서’라고 불리는『정관정요』를 바탕으로 이 시대를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들에 대해 조목조목 말하고 있다. 나라살림을 맡은 대통령에서부터 경영인,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고사를 제시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서 짤막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큰 가닥 아래 많은 작은 가닥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보기에 편하다. 다만,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 것은 그 의미가 중첩되는 부분이 생각보다 잦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모름지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무를 심는 것과 마찬가지요. 근본이 튼튼하면 지엽은 자연히 번성하게 되오. 군주가 욕심을 버리면 백성들은 자연히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오.”(p142)  


세상 모든 일을 나무 심는 것과 같이 성실하고 끈기 있게, 정성을 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군주가 나무 한그루를 제대로 심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참 많이 보고 한탄하는 듯하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동안에 후다닥 뭔가 결실을 맺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군주, 이치대로 자라 자연히 우리 입으로 들어가야 할 농작물에 해코지를 했는지 요술을 부렸는지 쑥쑥 빨리, 크게 자라나게 해 이득을 취하고 부작용을 남발하고도 모른 체 하는 군주. 죄다 욕심 때문인 것 같다. 무리수에 백성은 고달프고 모른 체한 부작용에 백성은 불안에 떠는 시대를 구할 지도자는 과연 나타나긴 할까 싶다.

 

끈기가 필요한 일이 있고, 아이디어가 반짝이거나 지혜가 뛰어난 인물만이 담당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런 분야에서도 능력 못지않게 인간 됨됨이가 중요하다. 휴머니즘이 없는 의사, 정의감이 없는 검사, 가르치는 즐거움을 모르는 교사, 나라의 장래보다 개인의 영달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지닌 병폐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p145)

한날 교생실습을 다녀온 한 친구에게, “요즘 학교는 어떻노?”라고 물으니, “첫날 교사들이 교생들 불러놓고 카드라. 엎어져 자는 아들이 많을 테니까 그냥 냅두라고. 준비해온 거나 열심히 하고 괜히 자는 아 깨울 생각하지 말라고. 현직교사들도 그냥 포기하고 그래 한단다.” 그래도 공립인 고등학교라서 내심 기대(?)하고 물었는데 ‘역시나’였다. 요즘의 직업이란 게 어떤 사명이나 소명의식이 백분 발휘되는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여러 상황들이 맞물려 돌아가기에 어찌 손을 써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일 테지만,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친구 녀석, 다음 달에 있을 치대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교생실습 때 충격이 컸던 것인지 아니면 본래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대는 와?”라고 물으니, “일단 살짝 공부해보니까 할 만하더라. 그리고 깔끔하잖아!” 깔끔(?)이라. 배를 가르고 뭐 이런 거 안해도 된다는 뜻인가. 뭐 할 만하다니까 만류할 이유야 없다만 그렇다고 내 처지에서 딱히 해줄 말도 없더라는. 너무 해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뭐라 말하겠는가. “낸주 공짜로 치료해주나?” 이렇게 말하고 웃을 밖에야.

“민심이 천심이다.”는 말이 있다. 민심이란 포군의 입장에서 볼 때 하등 힘없는 자들의 넋두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올바른 생각을 가진 통치자에게는 정치의 요체이자 하늘의 뜻만큼이나 받들어야 할 원칙이다.(p277)  


귀동냥한 바에 의하면,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고 했다. 배는 물길을 잘 살펴야 바른 곳으로 무탈하게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물길을 거슬러 제멋대로인 배는 제대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결국은 가라앉고 말 것이다. 민심의 이반은 물길을 잘 다스리지 못한데 기인한다. 백성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에도 어찌 귀를 막고 마음을 닫은 채로 방관할 수 있는가. 물이 모난 배 모서리에 찢겨 제 살길을 잃어가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어찌 모르는가. 차라리 모른 체 하는 것이라면 뻔뻔하다고 욕이라도 할 노릇이지만 정녕 모른다, 고 한다면 결국 배를 뒤집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낙마하면 죽기야 하겠는가마는 배가 뒤집혀 망망한 물에 빠지면 말 그대로 끝이라는 걸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모든 이들이 그 됨됨이가 물과 같기를 바라. 요직에 있는 이들의 됨됨이가 꼭 물을 두려워하는 것만 같기를 바라.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됨됨이가 꼭 자신의 목만 겨우 물 위에 나온 것만 같기를 바라.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조화를 이뤄 풍파 없이 태평한 나날이기를 바라고 바라. 모쪼록 그런 날이 꼭 도래하도록 노력하고 합심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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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수성, 어느 쪽이 어려운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 일반 기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창업의 어려움, 수성의 어려움, 둘 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요는 지금이 어떤 때인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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