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60분 부모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녀교육서
김미라.정재은.최정금 지음 / 경향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여태 자기주도학습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방목(?)형태에 익숙해져 있어서 늘 선택은 내 몫이고 그만한 자유가 없었다. 공부는 늘 시험기간에만 했었고, 늘 교복 다 찢어먹으며 운동장에서 뒹구는 게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이고 활력이었다. 딱 한 번, 중학교 3학년 때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늘 무한한 자유 아래 노닐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몸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는 편인데, 하루아침에 스스로 공부하는 습성을 기른다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늘 게으른가보다.  


『60분 부모』는 부모교육상담 전문 프로그램을 엮은 책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즉 ‘과똑똑이’가 아닌 ‘행복한 똑똑이’로 아이를 키우고픈 부모의 열망을 해소해주기 위한 심리학습 클리닉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 그런 류(?)의 책이겠거니 했던 게 사실이다. 아이야 어쨌든 간에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단련·훈련(?)시키는 방법론만 장황하게 늘여놓았겠지, 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의미 있는 독서가 된 것 같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재미가 붙은 이유를 들자면, 처음에는 나중에 내가 아빠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좀 더 좋은 교육방침과 환경을 제공해주리라, 고 생각했지만, 읽어나가면서 내가 아이 된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무한방목으로 자란 터라, 체계적이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지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아이와 부모뿐만 아니라 나처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은 어른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읽었던『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이 개인적인 경험과 실천에 의한 공부방법론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심리학습이라는 전문성에 기초한다. 물론 칼 비테의 경우도 전문적인 교육학에 기초해 자녀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룩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이 책이 조금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나 아이의 심리적·육체적 발달이라는 부분에서 보다 설득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실제 사례들이 아주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책을 보는 부모로서는 절대 남의 얘기가 아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유아기, 초등 1~3학년, 초등 4~6학년으로 구분해 교육지침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이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고 좋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단순히 공부방법이나 연령에 맞는 학습의 측면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신체발달과 함께 정서적인 발달 역시 중요하며 학습 측면을 강조하기에 앞서 정서적이고 인지적인 측면의 충족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교육방법론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서는 무엇보다 정서적인 발달이 시기상 먼저이고 모든 인지적 발달의 기초이자 기본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가 아주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정서적(심리적)인 부분을 얼마나 부모가 잘 인지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을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충족할 수 있느냐가 행복한 똑똑이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한다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은 아이의 정서적인 욕구와 자존감이 학습에 있어서 어떻게 동기유발하게 할 것이며, 어떻게 공부에 대한 거부감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하게 만드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무작정 이것저것 학원만 많이 보낸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싶다.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영어조기교육과 독서에 관한 부분이다. 이제 갓 말을 떼기 시작한 아기에게 영어테이프와 비디오를 종일 틀어준다든지, 무작정 초등학교 3학년 전에 몰입식 교육을 시킨다든지 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비디오 중독증이라든가, 학습의욕 저하를 일으켜 효과는 고사하고 앞으로의 학습에도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의 관심이나 자발성, 의사존중, 그 연령대에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심리적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독서의 경우 계획에 따라 꾸준한 독서, 일정량의 독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독서를 하나의 ‘놀이’로 활용하라고 한다. 즉,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도 한 단락씩 번갈아가며 읽는다든지, 책을 읽은 후 질문을 만들어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든지 등 서두르지 말고 다분히 ‘읽기’에 그치는 독서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그 순간을 부모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분히 읽기 혹은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놀이로써, 아주 자연스러운 의사교환이나 일상적인 행위로써 독서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읽기는 단순한 지식이나 감상, 독서력을 위한 교육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부모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정신적인 교감이라는 말이 참 와 닿았다. 하나의 놀이로써 아이에게 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건 역시나 현명한 부모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고독한 책읽기를 하는 아이를 상상해 본다. 어릴 적 내 모습이 꼭 그랬던 것 같기도 한 것이, 아무튼 아이를 고독하게 만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이 책의 주된 내용들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야 효과를 높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초등학교 때까지는 가정교육이 전체 교육에서 7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는 학원순례로 빙빙 돌려대는 요즘의 실태를 보면 이 책에 나온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에 조금은 우려감이 없지 않다. 결국 아이에 대한 관심과 진심어린 사랑이 적어도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고 느끼게 된 책이다. 물론 내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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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많더군요..
자기계발서로도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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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09-07-0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탐이 나네요.^^ 보관함에 담아뒀어요. 나중에 읽어보려고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마워요.

ragpickEr 2009-07-13 06:44   좋아요 0 | URL
덧글이 매번 늦네요..^^*;; 책이 탐나셨군요. 그러고 보면 에샬롯님은 제가 아는 어떤 이웃님이랑 참 비슷한 취향이신 듯~후훗.. 보내드리고 싶은데..한 발 늦은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이 책을 다른 이웃께 보내드려서..^^*;;

죄송해요..일찍이 코멘트 확인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ㅡㅡ;;

에샬롯 2009-07-0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에게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름을 먼저 알기 전에 먼저 경험해보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아니면 스스로 찾게 해주고 싶어요. 그게 제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겠죠..^^ 물론 사랑으로요. 잠자기 전엔 꼭 책을 읽어줄 거고요.^^

ragpickEr 2009-07-13 06:4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렇답니다. 아이가 큰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살도록 해주고 싶다는.^^* 가장 큰 선물.. 에샬롯님은 좋은 부모가 될 것 같네요~^^*

잠자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는 그런 분이 되시길 바라며..^^*
저도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야겠어요~^^* 이히히히~

좋은 날 되셔요..

에샬롯 2009-07-1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책 소개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어떤 이웃--a 저번에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었는데...어떤 이웃..^^제가요. 그렇게 특징이 없어요.^^ 생긴 것도 특징없게 생겼어요. 예. 좋은 부모 되고 싶어요.^^